★해병일기/해병740기 김동훈

인간개조의 용광로-6

머린코341(mc341) 2019. 9. 24. 19:57

인간개조의 용광로-6


차마 못 할 이야기


거꾸로 매달아 놔도 국방부 시계는 간다.


94년 8월 24일 훈단 입소 후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더위와 고통스러운 훈련, 고달팠던 훈병신분이 이제 마지막으로 치닫는다.


집으로 수료일자를 알리고 먹고 싶은 걸 편지에 적어서 보냈다.


부모님과 그 당시 육군 중사로 근무하던 (사병으로 입대하였으나 하사로 재 임관하여 중사로 전역을 하였다.


이후 경찰생활을 하다 지금은 육군수사관으로 근무중) 사촌형,외사촌형,형수,조카가 면회를 온단다. 


밤에 잘 때 마다 동기들과 며칠 남은지 계산을 했고 잠이 들면 꿈에서 수료식날 왕창 먹는 꿈을 꾸곤 했다.


그건 그렇고....

여기서 차마 못 할 이야기의 내용을 적어야 하는 지 말아야 하는 지 아직도 고민스럽다.


충격적일 것이고 믿지도 않을 것이고 (아니 믿으려 들지도 않을 것이다.) 우리 중대야 당사자가 아니었으니 난 그 경험(?)을 하진 않았지만 7중대 애들은 그날 밤 그 새벽에 앞으로도 해보지 못할 엄청난 경험을 하게 된다.


아침에 기상을 해서 어김없이 연병장에 집합을 하는데 7중대 애들의 표정이 거북스럽다.


"야 밤에 뭔 일 있었나?"
"씨바 말도 마라"
"뭔데?"
"말 하기도 싫다. 묻지도 마라"


영 표정들이 좋지 않은 동기들이 겪은 사건은 충격적이었으나 그 당시는 왜 그리 웃음이 났는지. 그리고 바로 위층의 7중대에서 심야에 그런 큰 소동이 있었는데 아래층 6중대 전원은 아무렇지도 않게 단잠을 이뤘다.


대략적으로 얘기를 하자면 그 사건은 이러했다.


주간이든 야간이든 병사 중앙에 있는 실내 화장실은 사용을 금지시킨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금지라니까 금지다.


그런데 그날 밤 동기 한놈이 도저히 참지를 못해 사용금지인 실내화장실에서 큰일을 봤는데 당직 교관에게 딱 걸리고 말았다.


교관은 7중대 전원을 총기상 시켰고 7중대 앞번호 교육생에게 화장실로 가서 대아에 동기놈이 퍼질로 놓은 그것을 퍼오라고 시켰다.

물과 함께.. 희석하여.....


여기까지만 얘기하겠다. 그 담은 여러분들의 상상에 맡긴다.


주계에 가서도 7중대 동기들 몇놈은 제대로 식사를 하지 못한다. 이놈들 지옥을 맛보았구나. 평생 겪어보지 못할 지옥을 맛보았구나.


난 그 동기들이 측은하여 지난 번에 짱박아 놓은 초코파이를 꺼내어 몇몇 동기에게 사이좋게 엔빵으로 나눠줬다.


초코파이 하나를 4명이서 엔빵으로 하면 입에 들어가는게 극히 일부겠지만 달게도 받아 먹었고 연신 고맙다고 했다,


생판 모르는 놈들과 몇주동안 같이 개같은 고생을 하게 되면 형제애 보다 더 깊은 사랑과 존경이 샘 솟게된다. 물론 치고 박고 싸우는 놈들도 있지만..


그렇게 수료식을 얼마 두지 않은 상황에서 7중대는 엄청난 사건을 맞이했고 수료식 직전 하고 싶은 이야기 (소원수리)를 적게 되는데 이게 적은 그대로 상급부대에 올라가지 않을 것이라는 뻔한 사실을 아는 우리들은 쓸데없는 에너지 낭비라고 생각하여 아무것도 적지 않았다.

 

물론 7중대의 당사자들도 "해병대의 미래" 를 위해서 적지 않았다고 하는데 그건 개소리 같고..적지 말라고 해서 적지 않은 것으로 안다.


수료식


수료식D데이!!!


삐뚤삐뚤 솜씨 없는 바느질을 한 이병 계급장을 단 하정복으로 갈아입고 수료식이 열리는 장소로 오와열을 맞춰서 이동을 한다.


해병대는 사병도 정복이 있다. 하정복과 동정복, 휴가를 갈 때 반드시 입어야 하는 데 요즘은 전투복을 그대로 입고 나올수도 있다고 한다.

 

이 것을 두고 예비역 해병들은 "해병대 전통 말살"로 규정하고 해군사관학교 출신 장성을 적폐 대상으로도 본다.


그 외 순검이라는 용어는 육군과 동일하게 점오로 변경되고 해병대 부대에서 해군가를 틀고 붉은 바탕에 노란 글씨 보다는 파란바탕의 흰 글씨가 자주 보인다 하니 개탄을 금할 수 없다.


그런 방법으로 오래된 해병대의 전통을 말살시키려 하는 작자들은 놀랍게도 해병대 출신 장성들이다.


한번은 해군에게 팔각모를 지급하겠다 라는 내용이 언론으로 보도되었는데 해병대 전우회에서 들고 일어났고 몇몇 아싸 해병대 선배들은 국방부를 찾아가 해군 영관급 장교에게 개썅욕을 날린 유명한 일화도 있다.


그런 소란으로 해군의 팔각모 착용은 취소되었다.


해병대의 생명인 오와 열을 맞춰 수료식장에 도착하니 가족들은 벌써 모두 도착해 있었다.


사람들이 워낙 많으니 부모님을 찾을 순 없었고 여러 행사를 마친 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가족상봉이 이뤄진다. 우리들은 그 자리에서 서 있으면 가족들이 중대 깃발을 보고 찾아온다.


키가 작으니 당연히 중대 후미에 도열을 해 있었고 얼마의 시간이 지나자 아부지의 모습이 보였다.


그 때 처음으로 아부지의 울먹이는 얼굴을 볼 수 있었는데 마음이 짠했다. 그리고 뒤 이어 어머니가 나를 찾고는 자지러지게 우셨다.


입대 당시의 몸무게에서 거의 10KG나 빠진 나의 얼굴을 쓰담고 또 쓰담고 그렇게 한참이나 우시다가 아부지의 핀잔을 듣고 자리 잡아 놓은 곳으로 이동을 할 수 있었다.


아부지를 첨 본 순간 내가 지를 수 있는 가장 높은 괴성으로 "필승" 구호를 붙혀 거수경례를 하였고 아부지도 정자세로 경례를 받아주셨다.

수료식에 주어지는 시간은 대략 서너시간인데 그 시간안에 본격적인 사육이 시작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은 모두 출동을 하였고 집에서 포항까지 바리바리 그 많은 음식을 싸 오신 것이다. 오징어 회덮밥을 먹고 고기에 음료수에 과자에 정말이지 위에 담을 수 있을 만큼의 최대를 밀어넣었다,


배가 부르면 좀 쉬었다가 계속 먹었고 소화제를 먹어 가면서 또 먹었다.  모든 동기의 부모가족들이 오는 건 아니었다. 어떤 사정으로 수료식에 가족이 참석을 못한 동기들은 우리가 챙겼다.


동기 한 놈이 겉 돌길래 가족이 안왔냐. 를 물었고 못온다는 편지를 받았다 해서 데리고 와서 같이 먹었다. 나와 동기가 먹어도 남아 돌 엄청난 음식이었기에 둘다 정신없이 먹는 것에만 열중했다.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먹고 난 다음 그 동안 있었던 일들에 대해 썰을 풀었다.


어떤 훈련이 가장 힘들었고 어떤 훈련이 가장 편했고 등등등.... 그러는 와중에  이별의 시간은 금새 찾아왔다.


다시 헤어져야 하니 어머니는 계속 시계를 보며 불안해하셨고 아부지는 항상 말씀해 주시는 TIP을 명심하라고 했다.


나중에 동생에게 들은 이야기 지만 아부지는 약주를 드시고 집에 오신 날에는 계속 내 걱정만 했다고 한다.


아들이 하나라 어머니는 어릴 때 나를 곱게(?)키웠다. 시골에 살면서도 농사를 짓지 않아 들에 나가 일을 하지도 않았으며 위험한 놀이라도 할라치면 항상 어머니는 말렸다.


그래도 천성이 그래서 인지 여름이 되면 동네 과수원에 가서 서리를 하고 가을엔 배추속을 파 먹으로 다니고 김치를 묻어 둔 곳에 볏짚으로 지붕을 만들었는데 내가 성냥으로 불을 붙혀 홀라당 태우기까지 했던 완전한 개구쟁이였다.



수료식 면회 종료를 알리는 방송이 들려왔고 우리들은 다시 대열 속으로 돌아가 병사로 이동을 했다.


나를 보내고 또 어머니는 우시고 아버지는 또 핀잔을 주시고 ㅎㅎㅎ 그렇게 배가 부르게 먹었지만 병사에 돌아와서 옷을 갈아입고 청소를 시작하자 먹었던 음식들이 다시 생각이 났다.


나는 수료식 장소를 정리하는 작업을 맡아 연병장으로 갔는데 단상 밑에 누군가가 미쳐 챙기지 못한 통닭 한마리가 비닐봉지에 그대로 담겨 있었다.


나와 동기들은 그것을 들고 나무 뒤로 가서 또 허겁지겁 먹었는데 그 모습을 교관들에게 들켰다.


씨팔.. 수료식까지 마친 훈련병 아니 이제 이병인데 교관은 가혹하게도 굴렸다.


앞으로 취침 뒤로 취침을 하고 좌로 우로 소이동을 하게 되니 (좌로 우로 구른다) 뱃속에 미쳐 소화되지 못한 음식들이 믹스가 되기 시작했고 오바이트가 터져 나왔다.


난 속이 울렁거려도 이를 악물고 참았다. 뱉어 내면 아깝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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