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사령관 글/4대사령관 김성은

국방의 멍에 - 16. 재출진(再出陳) (13) 美 해병사단(海兵師團)과 쓰레기

머린코341(mc341) 2014. 8. 16. 19:48

국방의 멍에 - 16. 재출진(再出陳)

 

(13) 美 해병사단(海兵師團)과 쓰레기

 

  중공군의 3차 공세를 물리친 후 나는 사단장 폴락 소장에게 미 해병사단에서 발생하고 있는 각종 쓰레기, 말하자면 빈 볼박스를 비롯해서 빈 깡통이나 탄약상자, 쓰고 버리게 되는 공병자재 및 잔반(殘飯) 등을 청소하고 처분하는 권한을 전투단에 부여해 주게 되면 거기에서 얻어지는 수익금을 부대의 복지 후생금으로 확보하여 장병들의 사기앙양을 도모하는데 긴하게 쓰여질 수 있고, 또 후방에서 전란을 겪고 있는 장교들의 가족들도 도울 수가 있을 것이라고 했더니 그는 그렇찮아도 쓰레기 처리문제로 어려움 겪고 있는 참인데, 쓰레기를 처분하여 그토록 바람직한 일을 할 수 있다고 하니 일석이조와도 같은 굿 아이디어라고 말하면서 쾌히 응락을 했다.

 

  그리하여 전투단에서는 군수참모실에서 한 사람의 하청업자를 선정하여 그 일을 추진하게 했는데, 약 1개월 후 하청업자로부터 수익금이 입금되자 나는 일차적으로 전투단 본부 정훈관 조인복(趙仁福) 중위를 후방으로 내려 보내 부산과 진해, 마산 등지에서 어렵게 살고 있는 장교들의 가족을 방문하게 하여 약간의 생활보조금과 쌀 한 가마니씩을 전달하게 하는 한편 전투단장 명의로 된 가정통신문도 아울러 전하게 했다. 그리고 돌아올 땐 가족들이 쓴 편지를 받아 와서 장교들에게 전함으로써 그들의 사기를 앙양시켰다.

 

  또한 전투단(그 후 여단, 또는 사단으로 승격된 후에도)에서는 쓰레기처분을 통해 얻어진 수익금 중의 일부를 사령부로 보냈는데, 사령부에서는 그 돈을 가지고 극히 요긴한 곳에 썼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 한 가지 예로 사령부에서는 육군보병학교를 비롯한 타군 학교에서 위탁교육을 받고 있는 장교들에게 약간의 교육보조금을 지급함으로써 피교육자들의 사기를 앙양시켰는데 그러한 일로 해서 육군장교들은 해병대 장교들을 몹시 부러워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었다.

 

  한편 해병전투단에 주어졌던 미 해병사단의 쓰레기 처분전은 휴전 후미 해병사단이 한국에서 철수하고, 미 육군 24사단과 2사단이 차례로 그 지역에 주둔할 때에도 계속 그 처분권이 우리 해병대에 주어졌고, 해병제1전투단이 파주지구에서 여단을 거쳐 사단으로 승격한 후 1959년 3월 중순 포항으로 이동한 후 1973년 10월 해병대 사령부가 해체되어 해군본부에 통합될 때까지 계속 그 처분권을 관장해 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

 

 

출처 : 해병대 특과장교 2기 예비역 해병중령 정채호 대선배님의 저서 '국방의 멍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