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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논문] 사드(THAAD) 논란을 통해 본 한국의 통일외교 환경

머린코341(mc341) 2015. 4. 6. 02:09

[국방논문] 사드(THAAD) 논란을 통해 본 한국의 통일외교 환경

 

사드(THAD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폭풍이 잦아들고 있다.

 

2015년 3월 21일 한·일·중 외무장관 회의 참석을 위해 방한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사드 관련 질문에 대하여 “이미 여러 차례 말했다”라며 구체적 답을 회피하였다.

 

지난 수 개월 한국 정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한미 양국이 사드 배치를 논의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가운데 중국은 노골적인 반대 의사를 표명하였다.

 

급기야 2015년 3월 16일 방한한 류젠차오(劉建超)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는 “(사드 배치와 관련하여) 중국 측의 관심과 우려를 중요시해주면 감사하겠다”라고 말하자, 다음 날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주변국이 우리의 국방안보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해서는 안된다”고 응수하였고, 대니얼 러셀(Daniel Russel)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아직 배치되지 않고 여전히 이론적인 문제인 안보 시스템에 대하여 3국이 강하게 목소리를 내고 나서는 것은  의아스럽다(curious)”고 반응하였다.

과연 사드 문제의 본질과 교훈은 무엇인가?

 

일각에서는 한국의 ‘전략적 모호성’이 빚어낸 외교 실패로 평가하지만 사드와 관련한 어떠한 결과도 도출되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한 판단과 불필요한 논쟁은 자제해야 할 것이다.

 

만약 과도한 물리적·전략적 비용을 부담해 사드를 도입하였거나 북핵 고도화에 따른 적절한 대처를 취하지 않았다면 외교·안보 정책의 실패를 논할 수 있겠지만 현 상황에서 우리를 힘들게 만든 것은 덩치 큰 이웃의 불만스런 목소리이다.

 

자국의 안보와 관련하여 양측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 받는 상황은 불편할 수 있지만 반드시 불리한 것은 아니다.

 

두 강대국의 힘의 역학관계와 주변국의 반응을 정확히 읽어낸다면 우리의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길은 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를 고래 싸움에 낀 새우로 보는 경향이 있지만 정작 두 고래는 새우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경쟁을 하고 있다.


◆ 북핵 고도화와 한미 안보협력, 중국의 딜레마

 

사드 문제의 근본적 원인은 북핵 고도화이다.

 

북한은 1994년 제1차 북핵 위기 이후 세 차례의 공식적인 핵실험을 거치면서 핵능력을 배가해 왔다.

 

지난 2015년 3월 20일 주영(駐英) 북한대사는 “(북한이) 핵무기 발사 능력을 갖췄”으며 “우리는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전쟁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라고 발언을 한 바 있다.

 

미(美)국방부는 2014년 국방검토 보고서(Quadrennial Defense Review: QDR)에서 북한을 “미국에 점증하는, 직접적 위협(growing, direct threat)”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지난 2015년 2월 조엘 위트(Joel Wit) 존스홉킨스 대학 국제관계대학원 연구원과 데이비드 올브라이트(David Albright)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북한이 현재 10개 이상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2020년까지 최대 100개의 핵무기를 보유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올 2015년 1월 유튜브와의 인터뷰에서 인정한 것처럼 미국의 대북제재 수단은 제한적이며 한국의 대북·통일 정책 역시 북한 변화를 추동하는 뚜렷한 성과를 얻어내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의 도발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일 3국의 정보공유와 군사훈련, 미사일 방어시스템의 유인은 강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바로 여기에 중국의 고민이 있다.

 

자국의 전통적 완충국가인 북한을 아직까지는 포기할 수 없는데 북한의 핵개발이 잠재적 반중(反中) 연합세력을 강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로의 회귀 전략의 핵심은 전통적 양자동맹과 국제기구를 미국 주도의 네트워크로 변환시키는 것이다.

 

반면 중국은 미국의 역내 영향력을 줄여 나가면서 자국 리더십을 통한 ‘아시아태평양 꿈’을 구현하고자 한다.

 

이러한 중국의 의도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등에서 중국이 보인 ‘공세적 외교(assertive diplomacy)’에서 엿볼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의 행동으로 동아시아에서 한미 및 미일 동맹이 강화되고 일본의 재무장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중국의 입지는 강화되기 힘들다.

 

많은 이들이 무역과 원조를 활용하여 중국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믿지만, 북한이 중국의 반대에도 감행한 3차 핵실험은 중국의 대북영향력에 한계가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따라서 북한 관련 전략적 딜레마에 봉착한 중국이 사드 배치에 대하여 노골적 반대를 표명한 것은 군사 균형과 한·미·일 미사일 방어체제(MD) 간 상호운용성에 대한 군사적 고려 뿐 아니라 자국이 주도하는 정책―아시아 인프라투자은행(AIIB), 한중 역사 공조 등―에 소극적인 한국을 압박하려는 외교적 고려에서 출발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미국의 사드 배치 노력은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기본적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처이다.

 

동시에 자국의 안보 공약을 강화하여 불필요한 분쟁 개입을 사전에 예방하고자하는 의도가 존재한다.

 

아시아의 전략적·경제적 가치가 상승함에 따라 미국은 대외정책의 무게중심이 유럽과 중동에서 아시아로 이동 중이다.

 

더불어 상대적 국력의 쇠퇴로 일방주의가 아닌 다자주의에 기초한 스마트 파워를 추구하는 미국에게 아시아 동맹과 우방을 안심시키는 작업은 필수적이다.

 

더구나 우크라이나와 시리아 사태를 통하여 미국의 해외 안보 공약에 대한 의구심이 증가한 상황에서 미국의 사드 배치는 아시아 동맹과 우방, 그리고 ‘아시아인에 의한 아시아 안보’를 주장하는 중국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 역할을 할 수 있다.

 

현재 중동과 동유럽에서 이슬람국가(IS) 및 러시아와 대치 중인 미국은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여 동아시아의 안정을 도모하고 역내 소모적이고 불필요한 군비경쟁을 사전에 예방하는 효과를 노린다고 볼 수 있다.


◆ 동아시아 상호의존과 이슈 연계

 

한편 사드 논란은 현재 동아시아에서 벌여지고 있는 미중의 치열한 경쟁과 더불어 동아시아 주요 이슈의 연계를 보여준다.

 

미국은 북핵을 이유로 사드 배치를 주장하고, 중국은 사드 반대를 누그러뜨리면서 AIIB와 한중 역사공조를 내세웠다.

 

한국은 한미동맹에 기초한 안보 이익을 추구하면서 한중 경제협력의 훼손을 염려하고 있다.

 

이렇듯 남북한과 주변국의 협력과 갈등은 안보와 경제, 역사와 영토, 인권과 환경이라는 다양한 영역의 이슈들의 연계 속에서 전개되고 있다.

 

양차 대전 이후 국제정치는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하는 안보 갈등과 세계화의 진전을 통한 경제 협력이라는 두 가지 축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면, 양극체제가 해체된 이후 영토와 역사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하였고, 21세기에 들어와 인권을 비롯한 연성이슈들이 급부상하고 있는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이러한 복합적 상호의존은 동아시아 각국으로 하여금 다양한 전략적 딜레마에 직면하게 만들고 있다.

 

미국의 전통적 동맹국인 한국은 중국의 부상으로 인한 경제적 이익을 누리고 있어 두 강대국의 충돌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다(안보-경제).

 

미국은 1990년대 초반부터 북핵문제 해결 수단이 제한되어 있는 상황에서 국내외 세력의 호응과 지지 속에서 북한인권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고(안보-인권), 북한은 자국 내 인권상황에 대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비난과 압박을 체제위협으로 간주하고 병진노선에 매진하겠다는 의사를 천명하였다(인권-안보).

 

중국은 일본과 영토문제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과 더불어 반일 역사공조를 강화하고자 하지만(영토-역사), 한국은 한미일 안보 협력의 훼손을 걱정하며 개별적인 역사대응을 선호하고 있다(안보-역사).

 

러시아는 극동개발을 위해 남 북 러 경제협력을 희망하지만 한국은 크림반도를 둘러싼 미러 갈등을 지켜보며 속도 조절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경제-안보).

 

이처럼 동아시아 각국은 영역 간 혹은 영역 내 이슈의 연계를 의식하면서 딜레마 상황 속에서 국익 추구를 위해 경주하고 있다.

◆ 의제설정과 한국의 대외정책

 

현재 동아시아 각국은 다양한 영역의 이슈들이 위계 없이 존재하며 다양한 정부 간 채널이 작동하는 상황을 자각하면서 외교비전과 의제설정이라는 새로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은 시진핑 지도부 출범 직후부터 ‘신형대국관계’를 강조하고 나서면서 ‘중국의 꿈’과 신안보관을 밝히면서 AIIB와 아시아태평양 자유무역지대(FTAAP)와 같은 신제도의 도입을 주창하고 나서고 있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아시아로의 회귀’를 선언한 이후 기존의 양자 동맹과 우방 관계를 활성화시키면서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TPP)과 같은 확대된 경제공동체 출범을 서두르고 있다.

 

제2차 대전 종전 70주년인 올 2015년 들어서 러시아는 5월에 있을 승전기념식에 북한을 포함한 외국 정상을 초청하여 외교 고립을 타파하면서 경제회생의 기회를 노리고 있고, 중국은 9월 항일 승전 기념식을 개최하여 주변국과 더불어 일본을 압박하고자 하며, 미국은 일본과 한국, 중국과 인도네시아 정상의 방미를 요청하여 양자외교의 장을 열고자 하고 있다.

박근혜정부는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을 통하여 주변국의 지지와 호응을 얻어내는 성과를 구체적 의제제시를 통한 외교환경 조성은 이루지 못하였다.

 

지난 제7차 한 중 일 외교장관회의의 공동 발표문에서 나타난 것처럼 한국 정부의 다자기구를 활용하고 연성이슈에 집중하여 신뢰와 협력을 구축한다는 동북아 비전에 대하여 중국과 일본은 분명한 지지 의사를 보이고 있다.

 

박근혜정부는 핵안보와 재난구조, 한 중 일 정상회담 등에 있어서 적극적으로 역할을 수행할 것을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다른 역내 국가와 국력차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주요 의제를 제시하고 주변국의 주의를 집중시키는 외교술에 있어서 아쉬운 모습을 보인다.

 

우리의 외교와 관련한 고민의 대다수는 다른 국가들이 제안한 내용이나 의제에 대하여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것으로, 우리가 다른 국가에 대하여 무엇을 ‘제안’ 할지에 대한 것은 찾아보기 힘들다.

 

광복 70주년을 맞이한 상황에서 종전 70주년을 맞이한 다른 국가와 다른 형태의 행사와 담론을 주도할 기회가 주어졌지만, 우리의 현재 고민은 러시아와 중국의 2차 대전 승전기념행사, 일본의 아베 담화 등에 머물고 있다.


◆ 미중(美中) 경쟁과 한반도 통일

 

향후 한국의 통일외교는 창의성과 정교함을 더욱 요구할 것이다.

 

다양한 영역의 이슈들이 연계된 상황에서 각국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연계된 이슈로 인한 딜레마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한국 역시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이분법이 아닌 다양한 영역과 이슈의 연계 속에 사안별 대응 전략을 고민할 것이다.

 

많은 이들이 지적하듯 중국에게 한국이 특별한 이유는 미국의 동맹이기 때문이고, 미국에게 한국이 소중한 이유는 중국과 지리적 ·문화적으로 가깝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이 어느 한쪽을 선택할 경우 다른 한쪽에게 의미없는 존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미국과 중국은 새로운 지역질서의 수립을 두고 경쟁과 협력을 벌일 뿐 제로섬의 갈등국면은 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미중 세력전이 상황은 남북 분단 이후 탈냉전 직후와 더불어 통일을 이루기 위한 체제전환의 기회로 볼 수 있다.

 

양극체제의 균열이 보이기 시작하자 한국 정부는 북방정책을 통하여 소련과 중국 등 공산권과 수교를 맺고 교류를 확대하여 한반도의 통일과 안정을 도모하였다.

 

‘남북기본합의서’와 같은 가시적 성과도 있었지만 통일을 이루지 못하고 북핵 개발을 막지는 못했다.

 

이후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질서 속에서 북한은 고난의 행군을 통과한 후 ‘불량국가’로 낙인찍힌 상태에서 외교적·경제적 고립은 심화되고 말았다.

 

하지만 21세기에 들어서 전통적으로 북한과 혈맹관계를 맺어 온 중국이 새로운 강대국으로 부상하고 미중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핵 위협과 비확산체제의 붕괴를 염려하고, 중국은 미국이 추진하는 군사적·경제적 네트워크를 염려하며 북한을 부담스러워 하는 주변 환경은 한국 주도의 평화통일에 우호적이기 때문 이다.

 

따라서 민주주의와 다자주의를 활용한 지속적이고 효율적인 통일외교의 필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KINU 2015


※ 이 글의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 견해이며, 통일연구원의 공식적 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출처] 통일연구원. online Service. CO 15-07. 2015. 3. 31.

[저자] 정성철. 국제전략연구실 부연구위원

[정리] 아침안개. 2015.4.4.
                        http://citrain64.blog.me/2203206204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