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부사관 글/해병하사 권동일

베트남 정글전 실록 - 스콜(Squall) 11 - 팔월 한가위

머린코341(mc341) 2015. 7. 21. 11:16

베트남 정글전 실록 - 스콜(Squall) 11 - 팔월 한가위


 

오늘은 팔월 한가위, 추석의 향수도 느껴보지 못한 채 새로 주어진 목표지점을 향해 진출했다. 연일 계속되는 전투는 언제 끝이 나는지, 나는 어느 날에 죽게 되는 지. 피로한 몸을 이끌고 기동했다. 정말 하느님이 계신다면 여기 밀림을 누비고 있는 평화의 십자군인 청룡에게 무운을 주겠지.


이따금 타다 남은 초가에서는 연기가 솟았다. 아비규환, 수 없는 포탄의 폭음과 함께 불바다로 변했던 바탄강, 바탄강 저 물위에 얼마나 많은 피를 쏟아야 이곳에 평화가 찾아올까. 갖가지 생각을 하면서 기동을 하고 있는데 우측에서 인기척 소리가 들렸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V.C 두 명이 우리가 기동하고 있는 것을 모르는지 허공을 쳐다보면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30m의 거리밖에 되지 않았다 분대는 기동을 멈춘 채 1조장과 같이 소리 없이 우회 접근하여 총을 들이대었다. 눈을 둥그렇게 뜨고 도주할 태세를 갖추다가 주위를 에워싼 분대원을 보고는 두 손을 들었다. 생포한 V.C를 데리고 행군하던 방향으로 가는데 '따콩- 따쿵-' 두 방의 총소리가 들렸다. 엄폐물 뒤에 엎드려서 총소리가 난 좌측 방향을 주의 깊게 살펴보았으나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엎드려 있는 V.C를 걷어차면서 일어나라고 했으나 기척이 없었다.


바닥에는 피가 고여 있고 2명의 V.C는 이미 죽은 뒤였다. V.C들이 자기들의 정보가 누설될까 두려워 생포된 동료의 입을 다물게 한 것이었다. 분대언들은 총알이 날아 온 방향을 향해 한 탄창씩의 실탄을 퍼붓고 지연된 시간을 메우기 위해 사살된 V.C를 두고 빠른 걸음으로 소대를 뒤따랐다.


목표지점은 38고지였다. 38고지를 가려면 중대는 「B.S 763,834」에 위치한 바탄강 다리를 건너야 했다. 바탄강 다리 가까이 가서 산개하여 배치 붙었다. 강의 폭은 200m나 되었다. 강을 가로질러 놓여 있는 200m나 되는 다리는 사방으로 노출이 되어 다리를 건널 때 V.C의 저격대상이 충분히 되었다. 그렇다고 다리를 놔두고 헤엄을 쳐서건널 수는 없는 일, 헤엄을 친다 해도 역시 충분한 저격대상이 되엇다.


다소의 희생을 각오하고 일개 분대를 먼저 건너편으로 보내는 동시에 다리 건나편에다 중대의 60m/m 박격포로 V.C가 있음직한 곳에다가 요란사격을 하면서 다리를 건너면 되지 않을까 하고 소대장에게 건의했다. 우리 소대는 이번에 첨병소대로 우리 분대가 중대의 첨병분대가 되어 기동중이었다. 소대장과 의논하고 있는데 중대본부에서 무전연락이 왔다.


강 건너편 「B.S 767,833」지점 일대에 5대대에 1개소대가 다리 주위를 경계 차단하고 있으니 다리를 건너라는 연락이었다 다행이었다.


 중대는 아무 사고 없이 다리를 건너 차단하고 있던 인접 소대와 합류했다. 다리를 완전히 건넌 뒤 경계병을 세워두고 C-레이션으로 점심을 먹었다. 입맛이 도통 없었다. 어제의 악몽도 있고 오늘은 추석날이고…. 팔월 보름날의 태양은 살을 태울 듯이 바탄강 일대를 따갑게 내려 비췄다. 점심이 끝난 중대는 38고지를 향해 진출했다. 좌측은 개활지와 바탄강으로 우측은 밀림으로 우거져 있었다. 전방 38고지 하단부도 역시 밀림으로 우거져 있었고 38고지 하단부까지의 거리는 500m였다.


1열 종대로 기동하던 행군 대형을 2열 종대로 바꾸면서 개활지와 숲을 끼고 서서히 출발했다. '짱- 짱-' 갑자기 유탄이 날아와 주위에서 터졌다. 뒤이어 소총사격이 시작되었다. '따다쿵- 따쿵' V.C의 스나이핑(저격)이었다. 소대는 기동을 멈춘 채 총알이 날아온 방향으로 일제히 사격을 했다.


첫 번째 날아든 유탄으로 소대 화기2반장인 배 하사관이 파편상을 입었다. 배 하사관은 피가 흘러내리는데도 개의치 않고 LMG(자동화기)를 들고 일어서서 총알이 날아온 방향으로 연발로 쏘아댔다. 미처 말릴 사이도 없이 순간적으로 한 배 하사관의 행동은 V.C의 목표물이 되었다. 배 하사관은 온 몸에 총상을 입었다. 배 하사관을 진정시키기 위해 애를 썼으나 이미 눈은 충혈 되어 오직 자기에게 부상을 입힌 V.C를 자기가 죽이고 자기도 죽겠다면서 LMG를 거머쥔 채 놓지 않았다. 정신없이 쏘아대던 배 하사관이 비틀거리며 쓰러졌다.


밀림 우측으로 기동하던 1소대가 적과 맞부딪혔다는 연락에 우린 사격을 일단 멈추었다. 화기반장의 몸은 전신이 붕대로 감겨졌다. 후송헬리콥터가 올 때까지 배 하사관은 몸부림치면서 자기 손으로 자기를 쏜 V.C를 죽이지 못한 것이 못내 안타깝담녀서 후송되어 갔다.


소대의 공격으로 V.C는 한발 두발 후퇴하면서 응사했다. 우측과 좌측을 포위해서 차츰 포위망을 좁혔다. 빽빽이 서있는 나무들과 가시정글은 뚫고 들어갈 수 없을 만큼 밀림으로 우거져 있었다. 밀림 일대에 수색전을 벌였으나 V.C 3명 사살과 유탄발사기 1정, 소총 2정 밖에 노획할 수 없었다. 더 이상의 V.C들은 수색작전에 걸려들지 않았다. 인원 점검을 하고 난 다음 38고지를 향해 다시 진출했다. 밀림과 정글을 헤치고 38고지에 도착한 중대는 38고지 정상에서 숙영했다. 오늘은 팔월 한가위, 대보름달이 점점 높이 떠오르는 사이로 남십자성이 반짝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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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월 한가위

 

팔월 한가위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가슴은 벅차 올랐다

지칠 대로 지친 몸

마음만은 송편 빗고

때때옷 입은 고국으로...

 

총알이 귓전을 때린다

긴장이 엄습해 온다

눈망울 눈시울이 뜨겁다

별빛에 싸인

눈부신 달빛

 

누가 만든 정장이며

누가 만든 추석이냐

눈으로 웃음 지으며

마음으로 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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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8고지에서 모래로 덮인 10고지 모래 산으로 중대 숙영지를 옮긴지 오늘로 이틀째 오늘까지 얼마나 많은 날들이 흘러갔는지, 이번 작전은 생각조차 하기 싫을 만큼 피로에 지치게 만들었다. 추석날 밤을 보낸지  어제 그저께건만 구름으로 덮인 밤하늘은 달빛을 가려 전방을 관측하는데 많은 지장을 주었다. 모기떼와 싸우다보니 시계가 벌써 자정을 넘었다.


 전방 700m나 넘는 넓은 늪지대 쪽을 경계하며 근무하던 근무자가 적이 이동하고 있다는 보고를 해왔다. 중대는 전원 비상전투태세를 갖추었다. 근무자가 가리키는 지점을 SRS(스트라이트스코프-밤에 보는 망원경)로 자세히 관측해 보니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병력이 좌측에서 우측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야음을 이용하여 V.C들이 부대이동을 하는 모양이었다. 진지와의 거리는 500m 정도로 V.C의 병력은 어림잡아 100여 명 정도는 될 것 같았다.


 조명준비와 사격준비가 끝난 뒤 신호탄이 밤하늘로 올라감과 동시에 기관총이 불을 뿜기 시작했다. 예광탄이 줄을 이으며 날아가고 중대 소화기의 일제 사격이 퍼부어졌다. 포병대대에 요청한 포는 정확히 V.C가 이동하고 있는 지점에다 폭음과 함께 줄지어 터졌다. 너무나 뜻밖의 사격에 대항할 여유조차 없는지 적의 반항은 거의 무방비 상태였다. 무척 오랜 시간 동안 V.C의 이동로 주위를 포사격과 기관총사격으로 쑥밭을 만들어 버렸다.


 조명탄이 V.C의 이동로 주위 일대를 대낮처럼 훤하게 비추며 타고 있었다. 바탄강 곳곳에 있던 V.C들이 중대가 하루도 쉬지 않고 숙영을 하면서 매일같이 주·야간 수색작전을 하고 있으니 대항할 힘을 잃고 구름이 덮인 야음을 이용해 우리의 관측을 벗어나려다가 걸려든 것이었다.


 적의 야간도주는 저지되고 완전 전멸, 단 한 명의 움직이는 자도 보이지 않았다. 조명탄은 자신을 불태우며 계속 V.C의 이동로 지점 일대를 밝게 비추었다. 소대는 잔류 V.C들을 소탕하기 위해 조명탄 불빛을 받으며 접근했다. 소대가 가까이 접근했을 때는 피비린내가 정신을 어지럽힐 정도로 풍기고 있었다. 삼경이 가까운 방이건만 조명탄 불빛으로 구석구석까지 탐색할 수 있었다.


 눈을 잏어버리고 신음을 하고 있는 자가 있는가 하면 몸뚱이만 남아 흐린 눈동자를 껌뻑이는 자도 있었다. 수 십 분 동안 탐색한 결과 부녀자와 어린아이도 보였다. V.C들은 최후의 발악으로 자기네 가족들을 데리고 작전지역을 벗어나려다가 우리 중대에 걸린 것이었다.


 어느덧 훤히 동이 트기 시작했다. 날이 밝아 다시 탐색을 했지만 겨우 소총 55정 밖에 찾지 못했다. 월남 게릴라 V.C들은 그들의 가족까지 희생시키고 있었다. 하루빨리 추라이에 평화가 찾아 와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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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장

칠흑 같은 어두움과

타들어 가는 목마름 속에

고막을 찢는 폭음

기총소리는

자욱한 포연과 흙먼지로 변하고

검 붉은 피가

뚝 뚜욱

떨어진다.

 

흘러내리는 땀방울

조여드는 긴장감은

노도 마냥

터질 것 같은 울분으로 변한다

 

긴장!

초조!

불안!

몸 구석구석을 조여 오는

압박감

오!

어쩌자고 전장의 밤은

이리도 길기만 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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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

 

내가 살던

정든 땅에

사랑 곱게 피어나고

개나리 웃음 짓던 곳

 

떠나온 그 곳

기억 속에 누워 있어도

그리움 못 이겨

다시 또 더듬어 보는

추억의 파편들

아~~

그리움, 뼈 속으로 배어든다

 

지금은

폐허 속

이국 전선

피비린내만 낭자할 뿐

 

출처 : 청룡부대 1대대 3중대 작전하사 권동일 선배님의 월남전 참전수기 "스콜(Squall)"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