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장교 글/해간35기 구문굉

"불꽃처럼" (나의 해병대 일기) (33) 뒤 돌아 보며/ 미 해병대 전우들

머린코341(mc341) 2015. 7. 24. 12:11

"불꽃처럼" (나의 해병대 일기) (33) 뒤 돌아 보며/ 미 해병대 전우들



물론 다른 지역에서도 그랬겠지만 월남 호이안의 전투 시절 우리와 미 해병대 아메리칼 사단과는 항상 밀접하게 작전을 했다.


우선 각 청룡부대 보병 전투중대에는 항공 함포를 유도 할 뿐만 아니라 부상자를 후송하는 메드벡 헬리콥터 담당의 엥그리코 통신병 2명이 항상 배치되어 중대급 이상의 작전에는 반드시 참여를 했고 또 L.V.T(수륙양용차) 두 대가 중대내에 거의 상주하다시피 하여 중대가 출동을 하면 항상 앞장을 서 부비트랩이나 지뢰의 염려를 줄여주는 한편 나무가 많은 곳에서는 먼저 장애물을 제거해 길을 터주는 그러한 역할을 했다.


그리고 섬에 상륙 작전을 나갈 때는 더 많은 수륙양용차를 동원해 대원들을 싣고 물살을 가르며 그 위용을 자랑하기도 했다.


대대 본부에는 엥그리코의 책임자인 미 해병대 항공 대위 1명과 사병 2명이 나와 있었는데 대위는 또한 전투기 조종사여서 한 달에 일주일 정도는 다낭의 전투 비행장으로가 팬텀기를 타고 그 들의 자체 작전에 임한 후 우리 대대로 다시 돌아오곤 했고 수륙 양용 차의 지휘 본부는 청룡부대(여단) 본부의 해변 한쪽에 위치해 있었다.


또 우리의 대대 작전시에는 미 해병대 탱크까지 가끔 지원되는 경우가 있었는가 하면 시설물의 건설이나 도로 보수 그리고 사계청소와 적의 깊숙하고도 거미줄 같은 땅굴의 발굴 소탕 작전에는 미 해군의 해안 공병대대가 대형 불도저를 동원해 협조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로써는 매우 편리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들과 함께 작전을 하면서 그들이 임무를 수행하는 것을 잠시 눈여겨 보면 정말 잘 훈련되고 자신의 임무 수행을 철저히 하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한 번은 적을 포위하고 있었을 때였는데 한 밤중 적의 마다리 포가 불시에 날라와 터지고 총알이 난사되고 있는데도 LVT(수륙양용차)의 기관총사수는 즉각 노출된 LVT의 상갑판 위로 살금살금 기어올라 자기 위치를 확보하고 응사를 시작했다.


상황이 모두 끝난 후 내가 미 해병대 사수에게 왜 잠시 피했다가 상황 판단을 하고 상갑판 위에 올라가지 않았느냐고 물었더니 다른 여러 설명이 없었다. 다만 그는 자신의 기관총을 손바닥으로 치며 “This is my job!" 이라고만 했다.


한번은 LVT가 논바닥 진흙탕에 가라 앉아 꼼짝을 못한 가운데 적의 총알이 심심찮게 날라 오고 있었다.


물론 우리는 방향을 잡아 응사를 하곤 했으나 깊이 가라앉은 한 대를 끌어내기 위해 무려 5대의 다른 LVT가 서로 연결고리를 걸어 끌어내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키도 작고 나이가 무척 어려 보이는 미 해병 대원 한명이 마지막 가라앉은 LVT에 걸고리를 걸려고 했는데 걸고리의 쇠 무게도 움직이기가 만만치 않은 데다 우선 사람이 진흙탕 속으로 빠져 들어가 너무나 어려운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실은 총알이 가끔씩 날라와 작업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미 해병대원 자신도 애가 탔겠지만 그를 보호하기 위해 응사를 해가며 무사히 일을 마치고 나오기를 기다리는 우리가 더욱 애가 타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결국 무사히 작업을 마치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나오는 어린 미 해병에게 내가 나이가 몇이냐고 물어 보았다.

그는 18살이라고 했다.


앳되어 보이는 얼굴과 아직도 자라고 있었을 어린 나이였지만 총알이 날라 오고 있는 그 와중에서도 목숨을 걸고 임무를 수행하던 그의 모습은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마치 지상으로 쳐 박듯 바짝 내려와 우리 작전 지역을 난타해주던 미 해병대 폭격기들 그리고 추락하던 팬텀기에서 탈출한 조종사를 구하려 뛰어가던 우리 중대 대원들...


미 해군 함포의 지원을 받다 바운싱이 생겨 예상 포격지점을 넘어가는 통에 너무 위험스러운 나머지 지원을 중단시켰던 일...


마치 맹수가 먹이를 찾아 소리 없이 다가가듯 산개하여 숲 속 이동을 하던 미 해병대 보병들의 철두철미한 교범적 전투...


이 모두가 세계를 지배하는 최강의 군대와 함께 싸우면서 엿보거나 경험을 했던 단편적인 기억들이다.


6.25전쟁 때 참전을 했고 한때 같은 부대에서 내가 모셨던 어느 선배 장교의 말이 생각난다.


말하자면 6.25전쟁 당시에도 우리 해병대 작전 지역에는 주로 미 해병대 전투기들이 지원을 했었고 위험을 무릅쓰고 철두철미하게 공중지원을 했던 바로 그 미 해병대의 용맹성이 우리 한국 해병대의 백전백승에 큰 견인차 역할을 했었다는 얘기였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