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정글전 실록 - 스콜(Squall) 25 - 고엽제 환자의 한
V.C(베트콩)에게 은신처를 제공하는 밀림 때문에 V.C를 소탕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하여 작전을 하기 전에 항상 고엽제 에이전트 오랜지(AGENT ORANGE, 제초제 다이옥신)를 뿌려서 숲을 말린 다음 V.C를 소탕하는 작전을 수행했다.
이때 뿌린 제초제가 그 당시 전쟁에 참전하였던 참전 군인들에게 노출 후유증이라는 선물을 안겨 주었다. 고엽제 다이옥신은 인류가 발명한 최악의 독성물질로 그 독성이 청산가리의 수만 배에 달한다.
월남전에 사용한 고엽제는 3만 5천 드럼을 대량 살포했으며 무게로는 170㎏이나 된다. 문제는 고엽제에 다이옥신이 함유되어 있는데 다이옥신은 1g으로 2만명을 죽일 수 있는 가공할 독성을 지니고 있어 170㎏이면 전세계 인구를 죽음으로 몰아갈 유독성 화학물질로 지금까지 인간이 개발한 화학 약품 중 가장 독성이 강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고엽제의 독성은 외부로 나타날 때 가려움증과 피부변색으로 진행되다가 심해지면 신체를 부식시킨다. 그 고통을 못이겨 사망하거나 자살한 전우만 164명에 달한다.
고엽제후유증으로 결정된 피해자는 현재 69,378명이 됭다.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 선진 월남 참전국에서는 지난 78~79년에 걸쳐 고엽제 후유증으로 추정되는 각종 질환이 발생한 참전용사들에 대해 20만명 이상이 미국의 7개 제조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 85년 5월 보상을 받아냈다.
국내에서는 99년 6월 초부터 제조회사를 상대로 3차례에 걸쳐 소송 심리를 했으나 2002년 5월 기각되어 지금 항소 중에 있다. 고엽제 후유증의 환자들과 가족들은 지금 불안과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온 국민이 함께 동참하여 고엽제 환자의 한(승소)을 풀어주자.
맺으며......
세계평화와 자유수호의 십자군으로 월남을 돕기 위하여 국가의 명령을 받고 이역만리 월남땅에 젊디젊은 나이에 우리 국군은 38년전 역사상 최초로 해외에 참전하게 되었다.
정부의 월남파병 결정으로 전우들은 홍안의 얼굴로 태극기를 흔들며 환송하여 주던 국민들의 격려에 힘입어 월남전선에서 용맹을 떨치고 많은 전쟁의 신화를 남긴 채 개선, 귀국하여 이젠 어언 불혹의 나이를 넘어 얼굴에 주름살만이 깊어가고 있다.
1964년 7월 18일부터 1973년 3월 23일까지 8년 8개월간 비전투부대인 1이동외과병원과 태권도(64. 7. 31), 비둘기부대(건설지원단 69. 2. 9)를 파병한 이래 1965년 9월 25일 주월 한국군 사령부를 창설하고 청룡(해병 2여단 65. 9. 20), 맹호(보병 수도사단 65. 10. 12), 백마(보병 9사단 66. 8. 27) 외 십자성, 백구(해군 수송단 65. 3. 4), 은마(공군지원단 66. 10. 17)부대 등 총 312,853명이 참전하였으며 4,960명의 전사자와 10,962명의 전상자, 2001년 5월 31일까지 신고된 고엽제 피해자 환자가 73,432명에 이르며 결정 통보된 자는 69,378명에 이르고 있다.
월남파병은 우리나라가 6.25의 공산침략으로 풍전등화의 운명에 놓여 있을 때 미국을 위시한 자유우방이 희생을 감수하고 우리를 구해준 은혜에 보답하기 위하여 미국이 한국군 전투부대의 파병을 요청하였을 때 우리는 이를 거부할 수가 없었다.
암시적으로 주한미국 철수문제를 내포함으로써 한반도 안보에 중대한 위가감을 조성, 한국으로서는 그 당시 파병을 반대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해 있었다.
만일 우리가 전투사단을 못 보낸다고 했다면 미국은 틀림없이 한국에 주둔한 주한미군 2개 사단을 월남으로 돌렸을 것이다. '남반부를 해방하고야 말겠다'는 김일성를 불러들이는 것과 다름이 없다.
우리들은 월남전에서 주권국가로서 독자적인 전술과 작전개념 아래 대민사업과 양민보호에 앞장섰고 '짜빈동전투'와 '두코작전' 등 수많은 신화를 창조하였으며 한국군의 용맹과 우수성은 세계만방에 알려져 '유일무이한 부대'라는 미국국회증언 등 국위를 선양하였음은 물론, 여러 나라의 참전국 중에서 가장 용감하고 잘 싸우는 군인으로 조국의 명예를 세계에 드높였고 땀에 찌든 전투수당을 한 푼도 허술하게 소비하지 않고 착실히 모아 고향으로 송금했던 자랑스런 조국의 아들들이었다.
8년 8개월에 걸친 이들 인고의 결실은 30억$에 가까운 거액을 경제건설 자금으로 조국에 안겨주었다. 지금이야 그 정도의 돈은 우습게 보는 시대가 되었지만 당시로서는 어마어마한 것이었고 경부고속도로를 20개나 만들 수 잇는 거금으로 국가는 이를 자본으로 하여 천년의 찌든 가난을 물리칠 수 있었던 경제번영의 기틀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민족의 위상 또한 성장의 촉진제가 되었음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제 동작동 국립묘지에 잠들어 있는 영령들의 고혼을 달랠 길도 없는 가운데 더욱 안타까운 것은 월남전 당시 작전지역에 살포한 고엽제에 의한 후유증으로 전쟁터에서 살아 돌아온 참전전우들이 하나, 둘씩 죽어가고 있으며 고통을 당하고 있다는 현실이다. 말하자면 지금도 전쟁을 치르고 있는 셈이다.
월남파병을 결정하고 명령한 정부나 이를 동의한 국회의 무관심과 더불어 우리를 그토록 환송하여 주던 국민들의 기억속에서 조차 사라져 가고 있으며 심지어 일부 몰지각한 자들의 영웅심리에 의하여 우리 월남참전 전우들은 미국의 용병 등으로 오도되기도 하였으며 자식들에게 조차 떳떳이 이야기할 수 없는 전쟁의 무용담이 되었다.
월남파병의 그 의미가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퇴색되어 가고 있는 상황에서 월남전에 대한 역사적인 재조명이 필요하고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 될 줄 안다.
2002년 7월 20일
저자 권 동 일
출처 : 청룡부대 1대대 3중대 작전하사 권동일 선배님의 월남전 참전수기 "스콜(Squall)"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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