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속으로] 레이저·레일건·EMP ‘삼총사’가 미래 전쟁터 지배한다
WORST NIGHTMARE for Russian military!!! US Military Rail Gun ready for sea trials in 2016
화약무기 대체하는 전자무기
1575년 6월 29일 일본 나가시노성 인근의 시타라가하라 벌판. 1만2000명의 다케다 가쓰요리 군은 3만8000명의 오다 노부나가·도쿠가와 이에야스 연합군을 노려보고 있었다.
병력은 열세지만 다케다 가문은 자신감이 넘쳤다. 아카조나에(赤備ぇ)라고 불리는 최정예 기마대가 있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적들은 붉은색 갑옷의 다케다 기마대의 모습만 봐도 도망쳤다.
레이저 무기
미·중·러·독·이스라엘서 속속 선보여
1회 발사 비용 700원 안팎으로 저렴
레일건
미 해군 고속정에 장착해 테스트
마하6 속도로 160㎞ 밖 목표물 타격
전자기펄스 무기
전자기파로 전자장비 회로만 파괴
러시아의 라네츠E, 36㎞ 내 장비 태워
그러나 그날은 달랐다. 오다·도쿠가와 군은 다케다 기마대의 돌격을 침착하게 기다렸다. 다케다 기마대가 가까운 거리에 다가오는 순간 오다·도쿠가와 군의 뎃포(鐵砲·조총) 3000정이 불을 뿜었다.
다케다 기마대는 제대로 대적도 하지 못하고 무너졌다. 이렇게 해서 나가시노 전투는 오다·도쿠가와 군의 완승으로 끝났다. 당시 울려퍼진 총소리는 옛 시대를 보내는 장송곡이자 새 시대를 여는 서곡이었다.
① 1350년 중국의 화약무기 기록. ② 1326년 유럽 최초의 화약무기 기록. ③ 10세기 벽화에 그려진 화약무기(오른쪽 위 야차가 들고 있는 무기). ④ 1575년 조총이 승부를 가른 일본의 나가시노 전투. ⑤ 1898년 기관총으로 원주민 반란군을 궤멸한 옴두르만 전투.
10세기 중국에서 처음 발명된 뒤 유럽에서 꽃을 피운 화약무기는 이처럼 전쟁의 승부를 갈랐다. 더 나아가 귀족인 기사계급을 몰락시키고, 과학기술을 발전시키며, 제국을 일으키면서 역사의 흐름을 바꾼 원동력도 됐다. 중세 말기 이후를 ‘화약의 시대(Age of Gunpowder)’라 부르는 역사학자도 있다.
21세기에도 매캐한 화약 냄새는 전장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700년 넘게 전쟁터를 지배한 화약무기는 요즘 새로운 강자에게 서서히 자리를 내주고 있다.
레이저 무기, 레일건, 전자기펄스 무기 등 전기무기 ‘삼총사’가 화약무기를 밀어내고 있는 주역들이다. 전기 에너지로 작동하는 무기가 지배하는 ‘전기의 시대’가 바로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기관 연구자는 “화약무기는 사거리와 파괴력을 무한정 늘리기 어렵다. 더 강한 화약무기는 엄청난 크기의 포신이 필요하다”며 “전기무기는 이런 한계를 뛰어넘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Laser Weapon System (LaWS)
◆빛의 속도로 적을 제압하는 레이저 무기=이제 레이저 무기는 SF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무기가 아니다. 세계 각국은 증폭한 빛을 초점에 모아 목표물을 태우는 레이저 무기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레이저 무기에 가장 먼저 관심을 보인 건 소련이다. 소련은 1984년 해군 함정에서 레이저포를 쏘아 지상 표적을 명중시켰다.
그렇지만 당장 레이저 무기를 실전 배치하진 못했다. 목표물을 파괴할 정도의 고에너지 레이저(HEL)를 만들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근거리에서 포탄이나 로켓을 요격하기 위해서는 100㎾ 이상, 100㎞ 이상 떨어진 표적을 파괴하기 위해서는 1㎿ 이상의 출력이 각각 필요하다. 1㎿는 750가구에 전력을 공급하는 소형 발전소 수준이다.
높은 출력의 전기를 생산하는 전력공급장치를 소형화하는 게 기술적 난제였다. 그러나 기술 발전으로 문턱이 조금씩 낮아져 갔다.
미 육군의 고에너지 레이저건. 위는 레이저에 파괴된 차량. [사진 미 육군]
지난달 16일 미국 육군의 우주·미사일방어사령부(SMDC)는 대형 전술트럭에 탑재한 58㎾급 레이저 무기 시험에 성공했다. 이 레이저 무기의 개발사는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를 만든 록히드마틴이다. 60㎾급은 적의 대형 드론을 날려버릴 수 있는 위력이다.
록히드마틴의 레이저 무기는 2015년 1.6㎞ 떨어진 거리의 트럭에 큰 구멍을 만들었다. 미 해군은 2014년 8월 상륙함 폰스함(LPD 15)에 30㎾급 레이저 무기시스템(LaWS)을 운영 중이다.
미국 이외의 국가도 레이저 무기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러시아는 수송기 및 트럭에 탑재할 수 있는 레이저 무기를 시험하고 있다.
독일의 방산업체 라인메탈은 20㎾ 레이저 네 줄기를 80㎾ 레이저로 합성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라인메탈의 레이저 무기는 500m 떨어진 드론을 격추시켰다.
중국은 지난달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린 방산전시회에서 드론 격추용 레이저 무기를 공개했다. 이스라엘은 로켓탄과 박격포 요격을 위한 ‘아이언 빔(Iron Beam)’을 내놓았다.
한국도 2012년부터 레이저 무기 개발 대열에 뛰어들었다. 방산 소식지인 ‘국방과 기술’ 기고가인 최현호씨는 “최근 군사용 정찰 드론이 많이 사용되면서 이를 격추하는 레이저 개발이 가장 활발하다”고 소개했다.
레이저 무기의 최대 장점은 비용이 저렴하다는 것이다. 1회 발사 비용은 700원 안팎이다. 또 적을 소리 없이 공격해 순식간에 파괴할 수 있으며, 탄환이 필요 없어 전기만 공급되면 거의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미국 렉싱턴 연구소의 로런 톰슨 최고운영책임자).
레이저 무기는 고출력 전력 공급장치의 크기 때문에 아직까지 대형 차량이나 항공기에만 실을 수 있다. 하지만 미 국방부는 2020년대 F-35 스텔스 전투기에 150㎾급 레이저건을 다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영화 ‘스타워즈’에서 제국군과 반란군 전투기가 레이저건으로 공중전을 벌이는 장면이 조만간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
◆화약 없이 탄환 날리는 신개념 대포 레일건=레이저 무기에도 단점은 있다. 빛은 직진만 한다. 그래서 수평선 너머의 적을 레이저 무기로 타격할 수 없다.
또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습한 날에는 세기가 약해진다. 그래서 레일건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 해군의 레일건. 아래는 레일건에 의해 격파된 목표물. [사진 미 해군]
레일건은 전자기 유도로 발사체를 가속시킨 뒤 발사하는 무기다. 원리는 이렇다. 두 줄의 금속 레일에 전류를 흘려 보내면 자기장이 생성된다. 이 레일 위에 올려진 발사체는 자기장의 힘을 받아 앞쪽으로 날아가려는 힘이 발생한다.
물리학 시간에서 배운 ‘플레밍의 왼손법칙’을 생각하면 된다. 엄청난 가속도로 날아가면 운동 에너지만으로도 적을 파괴할 수 있다.
레일건은 1983년 로널드 레이건 미 대통령의 ‘전략방위구상(SDI·일명 스타워즈 계획)’ 때부터 탄도미사일 요격 무기로 연구에 들어갔다.
미 해군이 레일건 개발에 가장 적극적인 이유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미 해군의 수상전센터(NSWC)를 찾아 레일건 개발 현장을 둘러봤다.
이 레일건은 시험 발사에서 마하 6의 속도로 발사체를 날려보내 160㎞ 떨어진 콘크리트 벽을 관통시켰다. 미 해군은 현재 합동고속수송선(JHSV)에 레일건을 장착해 테스트 중이다.
또 줌월트급 스텔스 구축함에 레일건을 실전 배치할 계획이다. 2025년까지 레일건의 위력을 320㎞ 떨어진 목표를 타격할 수 있을 정도로 사거리와 위력을 늘리는 연구도 하고 있다.
◆전자기파를 대포로, 전자기펄스 무기=최신형 무기엔 전자칩과 컴퓨터가 가득 들어 있다.
그래서 강력한 전자기파를 방출해 전자장비 회로만을 태우는 전자기펄스(EMP) 무기가 나왔다. 전자레인지 안에 전자기기를 넣고 돌리면 무용지물이 되는 것과 같은 원리다.
러시아의 라네츠 E. 반경 36㎞의 전자회로를 태운다. [사진 로소보로넥스포르트]
고출력 마이크로파(HPM) 무기가 대표적이다. 이 무기는 강한 전자기 에너지를 발생시킨 뒤 안테나를 통해 적에게 쏜다. HPM 연구에는 러시아가 가장 열심이다.
미국이 보유한 각종 스마트무기 속 전자회로를 파괴하기 위해서다. 러시아의 ‘라네츠(Ranets) E’는 반경 36㎞ 안의 전자장비를 태워버릴 수 있다.
미국이 개발 중인 접근거부시스템(ADS)은 사람에게 약한 전자기파를 쏘아 피부 신경을 자극시켜 고통을 일으키는 무기다.
인명 피해 없이 적을 무력화할 수 있는 비살상 무기다. 한국도 북한 핵시설이나 미사일 기지의 전자기기를 못 쓰게 만드는 EMP 무기를 개발 중이다.
[S BOX] 총알만큼 중요해진 배터리 … 미군 에너지 회수장비 개발 중
“탄창 남은 거 없어?”
전쟁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대사다. 전투 도중 탄창이 떨어진 병사가 다른 병사에게 여분의 탄창을 달라며 이렇게 외친다. 미래 전장에선 이런 소리도 많이 들릴 것이다. “배터리~!”
야간투시경·무전기·GPS와 같은 각종 군사용 전자장비가 늘어나면서 전쟁터의 배터리 소모량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미군의 예를 보자.
아프가니스탄전에서 보병이 72시간짜리 작전을 나가면 보통 70개의 배터리를 챙겨갔다고 한다. 배터리는 보병 한 명의 군장(평균 36㎏)에서 무게 기준으로 약 20%(7.7㎏)를 차지할 정도다.
요즘 각국 군대가 배터리 연구에 열중하는 이유다. 목표는 더 작으면서도 더 오래가는 센 배터리를 만드는 것이다.
단기적으론 다 쓰면 버려야 하는 1차 배터리 대신 재충전이 가능한 2차 배터리로 대체하는 게 과제다. 그래서 많은 국가가 야전용 태양광 충전기에 투자하고 있다.
미군은 더 나아가 에너지 회수장비(energy harvester)를 개발 중이다. 미 육군이 올해 야전시험에 들어간 파워워크(Power Walk·사진)가 대표적 사례다. 병사가 이 장비를 다리에 찬 뒤 무릎을 굽혔다 펼 때마다 미세 전력이 생산된다.
미군은 또 보병의 배낭이 앞뒤로 흔들리면서 생기는 운동에너지로 전력을 생산하는 장비, 차량 좌석에 붙여 놓은 뒤 탑승자 체중의 압력을 전력으로 바꾸는 장비도 연구하고 있다.
[중앙일보] 2017.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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