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군사전문가 “韓, 핵잠수함 도입은 감정적인 결정”
RFA “조셉 버뮤데즈, 존 실링 등 한반도 군사전문가 지적”
▲ 송영무 국방장관은 지난 7월 31일 국회 국방위에 출석해 "핵추진 잠수함 도입을 검토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YTN 관련보도 화면캡쳐.
“한국 정부가 핵추진 잠수함을 도입하는 것을 검토한다는 결정은 군사적·기술적인 이유라기보다는 감정적인 이유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16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YTN에 출연해 “북한에 대항해 한국도 핵무기를 갖자고 하면 북한 비핵화 명분이 약해진다”며 “핵추진 잠수함 도입을 검토할 때가 됐다”고 말한 것에 대한 美군사전문가의 평가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YTN에 출연해 “핵추진 잠수함은 전술 핵무기와는 조금 다른 것이기 때문에 그 문제를 검토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면서 “핵추진 잠수함은 원자력을 무기가 아닌 연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핵확산 금지조약(NPT)’이나 ‘한미 원자력 협정’에 위배될 소지가 적다”고 말했다.
핵추진 잠수함 도입론은 지난 4월 대통령 보궐선거 유세 기간 중 문재인 대통령이 “핵추진 잠수함 보유를 위해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을 논의하겠다”고 밝힌 뒤 지난 6월 송영무 당시 국방장관 후보자가 핵추진 잠수함의 도입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송영무 국방장관은 지난 7월 31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 회의에 참석해서도 “핵추진 잠수함 도입을 검토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한국 정부의 이 같은 핵추진 잠수함 도입론에 대해 美상업용 위성사진 분석업체 ‘올 소스 애널리시스’의 ‘조셉 버뮤데즈’ 선임 분석관은 한국 내 핵추진 잠수함 건조 주장은 감정적인 문제로 본다고 말했다”고 16일 보도했다.
‘자유아시아방송’에 따르면, 조셉 버뮤데즈 선임 분석관은 “군사적·기술적 관점에서 보면, 한국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잠수함 함대만으로도 북한의 그 어떤 탄도미사일 발사 잠수함도 감시하고 추적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에 따르면, 조셉 버뮤데즈 선임 분석관은 한국 해군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AIP(Air-Independent propulsion Submarines) 추진기 잠수함을 더 생산한다면, 당분간은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잠수함에 대해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조셉 버뮤데즈 선임 분석관은 또한 “비용 측면에서 고려해도 핵추진 잠수함 한 척을 보유하는 것보다는 재래식 잠수함 여러 대를 보유하는 편이 북한의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위협에 더욱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조셉 버뮤데즈 선임 분석관은 “북한은 한국과 잠수함 전투에서 이길 능력이 없다”면서 “한국 해군의 재래식 잠수함들이 ‘스텔스 모드(침묵 모드, 함내 소음을 최대한 줄여 적이 탐지하기 어렵게 만드는 상태)’에 들어가면 북한의 능력으로는 탐지하거나 추적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조셉 버뮤데즈 선임 분석관은 “또한 북한의 대잠수함 전투함은 노후화가 심하고, 보유 대수도 적을 뿐만 아니라 작전 훈련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면서 “북한군에는 대잠작전 헬기도 몇 대 안 되는데 이마저도 한국, 미국, 일본 잠수함을 공격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에 따르면, 美존스 홉킨스大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 소속 존 실링 연구원 또한 조셉 버뮤데즈 선임 분석관과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고 한다.
존 실링 연구원은 “북한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북극성-1호’의 사거리 등을 고려해보면, 한국군이 보유하고 있는 잠수함으로도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면서 “북한이 자체적으로 핵추진 잠수함을 개발하지 않는 이상 한국군 잠수함에다 수상 전투함, P-3 대잠 초계기의 지원까지 있다면 북한 잠수함 전력에 대해 우위를 점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평가했다고 한다.
해군력 증강을 바라는 사람들에게는 불편하겠지만 조셉 버뮤데즈 선임 분석관과 존 실링 박사의 평가는 사실이다.
특히 “핵추진 잠수함 1척을 건조할 비용으로 AIP 기관을 장착한 재래식 잠수함 여러 척을 건조하는 게 낫다”는 부분은 국방예산이 정부 전체 예산의 10% 남짓에 불과한 한국 현실을 반영한 지적이다.
▲ 2015년 5월 7일 AIP기관을 장착한 2014급 잠수함 6번함 '유관순' 함 진수식.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했다. ⓒ뉴데일리 DB.
한국 해군은 1990년대부터 핵추진 잠수함 보유를 희망해 왔다. 하지만 한정된 예산과 다른 전력증강사업의 시급성 등으로 인해 검토조차 하지 못했다.
그러다 2003년 6월 2일 당시 조영길 국방장관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건의했고, 이는 ‘362계획’이라는 이름으로 준비에 들어갔다.
‘362사업’은 2006년까지 개념 설계를 마치고 2007년부터 건조에 착수, 2012년에 1번함을, 2017년에 2번 함을, 2020년에 3번함을 실전배치한다는 계획이었다. 당시 사업 예상 비용은 3조 5,000억 원이었다. 1척 당 10억 달러 안팎이었다.
한국은 소형 원자로 기술과 잠수함 건조 기술은 있지만, 핵추진 잠수함을 자체 설계하고 시스템을 통합할 능력이 없었기에 프랑스가 개발하던 소형 핵추진 잠수함 ‘바라쿠다(수중 배수량 5,300톤급)’를 도입하다시피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한다.
하지만 ‘362사업’은 전략무기를 획득하는 비밀사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2004년 1월 언론에 관련 내용이 보도되면서 접게 되었다고 한다. 盧정권 당시 ‘362사업’을 아는 사람들은 “한국도 핵추진 잠수함을 갖게 될 기회였는데 아쉽다”며 해당 언론을 맹비난 했다.
이후로도 군 안팎에서는 핵추진 잠수함 도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고, 2016년 10월 당시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핵추진 잠수함 도입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무튼 한국 ‘362사업’의 롤 모델이었던, 프랑스의 ‘바라쿠다’급 핵추진 잠수함의 현재는 어떨까.
프랑스는 이후 호주, 브라질 등에 ‘바라쿠다’급과 ‘스코르펜’급 잠수함을 수출하는 등 큰 성과를 올렸지만, ‘바라쿠다’급 핵추진 잠수함 1번함은 2007년부터 건조를 시작해 아직도 만드는 중이다.
실전 배치는 당초 예정보다 1년 늦은 2018년이고, 건조 비용 또한 1척당 13억 유로(한화 약 1조 7,400억 원)에 달하고 있다.
▲ 프랑스 DCN社가 10년 전부터 건조 중인 소형 핵추진 잠수함 '바라쿠다'급의 모습. 현재 1척 당 건조비용은 1조 7,400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SNS 핀인터레스트 화면 캡쳐-DCN 배포사진.
즉 ‘362사업’을 현재 추진한다면 예상 소요 비용은 5조 2,000억 원 내외가 된다. 순항 미사일 12발을 장착한 만재 배수량 5,300톤급 소형 핵추진 잠수함을 3척 건조하는 비용이면, 북한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SM-3 요격 미사일을 탑재한 이지스 구축함 3척을 도입하고도 ‘잔돈’이 최소 몇 천억 원 남는다는 뜻이다.
참고로 AIP 기관을 장착한 한국해군의 214급(손원일 급) 재래식 잠수함 1척의 건조 비용이 4,500억 원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핵추진 잠수함은 재래식 잠수함과 달리 공기 수급이 필요 없고 전력 공급이 원활해 장기간 잠항하면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지만, 이는 美해군의 L.A.급 정도 되는 대형 잠수함에 주로 맞는 이야기로, 소형 핵추진 잠수함의 이점은 생각보다 그리 크기 않다는 비판도 많다.
문재인 정부가 현재 추진하는 핵추진 잠수함 도입 계획을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뉴데일리] 2017.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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