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 동북아 4강의 SLBM 대전
‘잠수함 굴기(중국)’에 143조원(미국) 예산 폭탄 투하
남중국해 제해권 노리는 중국, 최남단 싼야에 항모 및 잠수함 기지 운용…미국 70척의 잠수함 가운데 아·태 지역에만 40척 배치, 중국 견제
하이난다오(海南島)는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휴양지들 중 하나다. 중국 최남단에 있는 섬들 중에서 가장 큰 섬으로 열대 해양성 기후의 특성을 만끽할 수 있고 관광자원도 풍부해 사계절 휴양지로 손꼽힌다. 하이난다오의 면적은 3만4000㎢로 대만보다 약간 작고 한국의 3분의 1 정도다.
광둥(廣東)성에 속했던 이 섬은 1988년 4월 당시 최고지도자 덩샤오핑의 결정으로 하이난성으로 승격되면서 경제특구로 지정됐다. 중국 개혁·개방의 상징이 된 하이난성은 현재 성도 하이커우(海口)시를 중심으로 중국에서 가장 발전한 지역 가운데 하나로 바뀌었다. 이 섬은 또 군사적으로도 중요한 곳이다. 중국 연안 지역은 대부분 수심이 얕아 잠수함과 배수량이 많은 함정이 항해하기 어렵다. 연안 지역에 대규모 해군기지가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하이난다오가 면한 남중국해는 수심이 깊어 잠수함 활동에 적합할 뿐만 아니라 함정이 기항하는 데도 편리하다. 중국은 이 섬의 남부 싼야(三亞)에 세계 최대 규모의 항공모함 전용 해군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부두 길이 700m, 폭 120m로 항모 2척이 동시에 접안할 수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싼야 항모 기지 인근에 있는 위린(楡林) 지하 잠수함 기지가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잠수함의 입·출항을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 이 기지를 둘러싼 산의 허리에 거대한 터널을 뚫었다. 터널 입구 높이는 20m에 달한다. 바다와 연결된 이 지하 기지에서 잠수함이 터널을 통해 출항하면 미국의 정찰위성에 포착되지 않는다. 이 기지 부근 바다 깊이는 수천m에 달해 핵잠수함 기지로는 가장 적합한 곳이다.
중국은 이 기지에 최신예 진(晋, 094형)급 전략핵잠수함(SSBN, 전략원잠) 4척을 실전배치하고 있다. 제4세대 원자로로 가동하는 이 잠수함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 8000㎞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쥐랑(巨浪, JL)-2를 16기까지 장착할 수 있다. 잠수함 전문가들은 이기지 규모로 볼 때 핵잠수함을 최대 20척까지 수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그동안 칭다오(靑島)에 핵잠수함 기지를 운영해왔지만, 미국과 일본의 강력한 대(對)잠수함 전력에 막혀 작전활동에 상당한 제약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중국은 위린 잠수함 기지에 핵잠수함을 배치시켰다. 진급 SSBN의 제원을 보면 수중 배수량 1만1000t, 길이 135m, 폭 12.5m, 최대 속도 40노트(시속 74㎞)다. 533㎜ 어뢰발사관 6문을 보유하고 있으며, 승조원 140명이 탑승한다.
중국은 진급 SSBN을 실전배치함으로써 적국의 핵 공격을 해상에서 보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전 세계에서 SSBN을 운용하는 국가는 미국·러시아·중국·영국·프랑스·인도 등 6개국이다. SSBN은 미국과 소련의 냉전시대에 ‘상호확증파괴(Mutual Assured Destruction, MAD)’라는 개념에 따라 개발됐다. MAD는 적국이 선제공격을 해오더라도 충분한 보복용 핵미사일을 보유하면 적국이 일방적인 공격을 계속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한다.
중국은 SSBN에 다핵탄두 탄도미사일까지 탑재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선제공격에 맞서 보복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 SLBM인 JL-2는 길이 13m, 직경 2.25m에 핵탄두 3~4개까지 장착할 수 있다. JL-2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둥펑(東風, DF)-31을 수중 발사용으로 개량한 것이다.
1. 중국 인민해방군의 공식 인터넷 매체인 ‘중국군망’이 9월 6일 공개한 중국 잠수함의 남중국해 실전 어뢰 훈련 장면. / 2. 지난 6월 해군작전사령부 부산기지에 입항한 미 핵추진 잠수함인 샤이엔(SSN 773). 토마호크 순항미사일과 하푼 대함미사일 등을 탑재한다. / 3. 일본은 세계 최대의 재래식 잠수함이었던 4200t급 소류급 디젤 잠수함 4척을 보유하고 있다. / 4. 러시아도 미·중에 맞서 잠수함 전력 증강에 적극 나서고 있다.
남중국해에서 미국 본토 공격하는 SLBM
북한이 공개한 잠수함발사탄도 미사일(SLBM) 사출 시험 영상. 김정은 북한 노동위원장이 이 장면을 참관했다. / 사진:조선중앙TV
중국은 전략원잠(SSBN) 5척을 비롯해 공격형 핵잠수함(SSN) 5척, 공격형 디젤잠수함(SSK) 58척을 보유하고 있다. 핵잠수함은 소형 원자로의 동력으로 추진된다. 흔히 SLBM을 쏠 수 있는 잠수함이 핵잠수함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SLBM 발사 가능 여부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핵잠수함이 아니어도 SLBM을 쏠 수 있는 잠수함이 있고, SLBM을 쏠 수 없지만 원자력으로 추진되는 잠수함도 있다. 전자는 ‘탄도미사일 발사 잠수함’(SSB)으로, 후자는 SSN으로 분류된다. SLBM 발사가 가능한 핵잠수함은 SSBN으로 부른다.
중국은 계속 잠수함을 건조하고 있어 전체 수는 상당히 유동적이다. 미국 국방부의 ‘중국 군사·안보 정세’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잠수함 현대화와 전력 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오는 2020년쯤 최대 78척의 잠수함을 보유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중국은 랴오닝(遼寧)성 후루다오(葫蘆島) 소재의 보하이(渤海) 조선소에서 최신예 핵잠수함인쑤이(隋, 095형)급과 탕(唐, 096형)급을 건조하고 있다. 이 잠수함들은 2019년께 진수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8개의 미사일 수직 발사관을 갖춘 쑤이급은 SSN으로 미국 해군의 버지니아급 핵잠수함에 필적할 만하다. 대함 및 크루즈미사일과 요격미사일을 발사하는 능력을 갖출 전망이다. 쑤이급은 미국 항모를 겨냥하고 있기 때문에 ‘항모 킬러’라고 불린다. 쑤이급의 두 배인 16개의 수직 발사관을 장착할 탕급은 SSBN으로 미국이나 러시아의 비슷한 핵잠수함보다 오히려 낫다고 평가된다. 사거리 1만1000㎞의 JL-3 16기를 탑재할 수 있고, 수중음파 탐지와 소음 기술까지 갖출 계획이다.
중국은 조만간 JL-3을 시험 발사할 계획이다. 발사가 성공할 경우 탕급 SSBN은 태평양 심해로 항진하지 않고서도 남중국해에서 미국 본토를 쉽게 공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지금까지 JL-3의 존재를 공개한 적이 없다. JL-3은 둥펑(東風, DF)-41의 기술을 이용해 개발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JL-3과 DF-41 모두 고체연료 엔진을 장착하는 등 유사한 점이 있다.
JL-1은 중국의 1세대 SLBM으로 사거리가 1700㎞이고, JL-2 경우 오랫동안 개발 실패를 겪다가 2012년에야 수중발사에 성공했다. 러시아 군사전문가 바실리 카신은 “중국이 잠수함 전력을 강화하기 위해 사거리 1만 1000~1만3000㎞에 달하는 SLBM 개발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면서 “중국은 앞으로 다핵탄두 SLBM 개발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스텔스 잠수함에 전자총까지?
2014년 중국이 싼야 해안에 핵잠수함 3척이 정박중인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 사진:원트차이나타임스
중국의 핵잠수함은 상당히 위협적이지만 재래식 잠수함도 막강하다. 재래식 잠수함의 주축은 쑹(宋, 039형)급 13척, 위안(元, 039A형)급 13척이다. 위안급은 공기불요추진체계(AIP)를 갖춰 기존 디젤잠수함보다 더 오랜 기간 동안 잠항할 수 있다. 중국 해군은 위안급을 20척 추가 건조할 계획이다. 쑹급과 위안급은 대함 공격 크루즈 미사일을 탑재하고 있어 중국 연안에 접근하는 수상함에는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사거리 300㎞인 YJ-18 초음속 대함 미사일을 탑재해 항공모함 등을 타격할 수 있다.
미국 등 서방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중국 잠수함의 추진체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이 디젤엔진이나 터빈을 제작하고 있지만 기술이 최고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앤드루 에릭슨 미국 해군대학 교수는 “중국 잠수함들의 추진체계는 아직도 정숙성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방 군사 전문가들은 중국의 잠수함 기술은 미국에 비해 한 세대 뒤진 것으로 보고 있다. 최신형인 쑤이급 SSN은 1980년대 나토의 핵잠수함과 동등한 수준이라는 게 중론이다. 에릭슨 교수는 “중국이 현대화 노력을 기울인다고 해도 즉각 능력 제고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마웨이밍 중국 해군 소장은 최근 중국 관영 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스텔스 잠수함 기술에서 미국을 따라잡았다”고 주장했다. 마 소장은 “모든 엔진 출력을 전기로 변환하는 통합전기추진체계(IEPS)와 림 구동 펌프-제트(Rim-driven Pump-jet) 엔진이 중국 해군의 최신형 핵잠수함에 장착됐다”면서 “이들은 세계를 선도하는 기술로, 비슷한 기술을 개발해 온 미국을 크게 앞선다”고 밝혔다.
림 구동 펌프-제트는 둥근 원통 모양의 전기 모터 내부에서 회전 날개를 돌려 추진력을 만드는 방식이다. 축이 없고 물거품을 적게 만들어 기존 엔진보다 훨씬 조용하다. 마 소장은 또 “새로운 추진 시스템의 궁극적인 목표는 전자총(HERF)을 장착하는 데 필요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자총은 강력한 전자기파를 발사해 전자 장비를 무력화시키는 에너지 무기를 일컫는다. 전자총은 탄도미사일과 극초음속 크루즈 미사일, 극초음속 비행체 등의 위협에 맞설 수 있어 미국과 러시아 등이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스텔스 잠수함 등 중국의 차세대 전략무기들은 로스앨러모스(Los Alamos) 연구소 등 미국 국책연구소 출신으로 중국에 귀환한 과학자들에 의해 개발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스텔스 잠수함 개발에는 허궈웨이 중국과학원 교수와 리닝 샤먼대 에너지공학부 교수 등 참여하고 있는데, 이들은 모두 로스앨러모스 출신이다. 허 교수는 잠수함이 기동할 때 생기는 난기류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예측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상대국의 감시망을 피할 수 있는 스텔스 잠수함 개발과 적 잠수함 조기 탐지에 필수적인 기술이다. 리 교수는 안전하고 오염 우려가 없는 차세대 원전을 개발하고 있다. 핵항모와 핵잠수함 등 군사용으로도 활용될 수 있는 기술이다. 콜린코 싱가포르 난양기술대 교수는 “중국이 만약 스텔스 잠수함을 개발해 작전에 활용한다면 중국의 해양 군사력은 크게 강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포클랜드 해전에서 아르헨 잠수함이 무사했던 이유
지난 7월 인민해방군 건군 90주년 기념 열병식에 군복을 입고 사열 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사진:CCTV
중국이 잠수함 전력을 대대적으로 강화하는 것은 동북아는 물론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제해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중국의 해군력은 한반도와 동·남중국해 등에서 미국보다 열세다. 특히 중국은 항모 2척을 보유하고 있지만, 미국의 항모 전력에는 훨씬 뒤처진다. 수상함에서도 마찬가지다. 중국의 이지스함은 미국보다 성능이 떨어진다. 하지만 잠수함의 경우 전력이 떨어지더라도 특유의 은밀성 때문에 적국을 충분히 견제할 수 있다.
잠수함은 일단 항구를 출항한 후에는 위치 파악이 어렵기 때문에 적국의 공격으로부터 생존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탑재 무장으로 상당한 보복력을 보유하고 있어 적국을 공격하는 데 효과적이다. 실제로 1982년 4월 포클랜드 해전에서 영국은 제해권을 장악한 상태에서 5척의 핵추진 잠수함과 1척의 디젤 잠수함, 다수의 대잠전 수상함과 헬기를 동원했지만 아르헨티나의 디젤 잠수함 1척도 격침시키지 못했다. 그만큼 잠수함의 탐지와 격침은 어렵다.
특히 SLBM을 탑재한 SSBN은 적국에 엄청난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중국이 잠수함 전력을 강화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의 잠수함 전력 증가는 이미 동북아 지역의 군사적 균형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 중국 잠수함들은 한반도 주변은 물론 일본 해역뿐만 아니라 대만과 동·남중국해 해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특히 수심이 깊은 동해는 잠수함의 천국이라 불릴 정도로 중국을 비롯해 각국의 물밑 경쟁이 치열한 곳이다. 게다가 중국은 잠수함 전력 강화에 대규모 국방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중국의 ‘잠수함 굴기’에 맞서 미국도 잠수함 전력 증강에 나서고 있다. 핵잠수함만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은 명실공히 잠수함 전력에서 세계 1위 국가이다. 특히 미국은 전체 70척의 잠수함 가운데 아·태 지역에만 40척을 배치하고 있다.
미국의 핵잠수함은 크게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우선 오하이오급 잠수함들 중에서 SLBM을 탑재한 SSBN과 재래식 순항미사일을 탑재한 SSGN으로 나뉜다. 오하이오급은 길이 170.6m, 폭 12.8m, 수중 배수량 1만8000t에 달한다. 오하이오급은 냉전 시절 소련에 맞서기 위해 모두 18척이 건조됐다. 오하이오급 중에서 SSBN은 14척이다. 이 잠수함은 최대사거리 1만3000㎞인 트라이던트 2D-5라는 SLBM 24기를 탑재한다.
미사일 한 발에는 8~14개의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데, 이 핵탄두 한 개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의 5~20배 위력을 갖고 있다. 오하이오급 SSBN 한 척의 화력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어떤 주요 도시라도 일거에 파괴할 수 있다. SSBN이 미국의 핵전력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오하이오급은 냉전 종식과 미·소 전략무기감축협상, 대(對)테러전 증가 등 안보 환경과 미국 안보전략 변화에 따라 4척이 SSGN으로 개조됐다. 오하이오급 SSGN은 사거리 1600㎞인 토마호크 크루즈미사일 154발을 탑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해군 특전단(네이비실) 등 최대 66명의 특수전 요원들을 함수 부분 두 개의 미사일 발사관을 통해 침투시켜 감시 등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특수부대 수중침투용 잠수정(SDV)도 탑재한다. 이 잠수함은 갑판 상단의 적재시설(dry deck shelter)도 갖춰 SDV를 보관한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핵잠수함 시울프급 SSN
한국도 2015년 2월 경남 창원시 진해 군항에서 해군 잠수함사령부 창설식을 가졌다.
또 다른 종류의 잠수함은 버지니아급 SSN과 로스앤젤레스(LA)급 SSN이다. 1972년부터 모두 62척을 건조했던 LA급 SSN 가운데 현역으로 활동하는 잠수함은 모두 36척이다. LA급 SSN은 길이 110m, 폭 10m, 마스트를 제외한 동체 높이 9.4m, 수중 배수량 6900t으로, 수중에서 33노트(시속 61㎞)의 속도로 항행할 수 있다. 선체도 매우 튼튼해 수심 450m까지 잠항할 수 있다.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을 쏠 수 있는 12기의 수직발사관(VLS)과 함께 533㎜구경 어뢰발사관을 장착하고 있다.
특히 LA급 SSN은 항행 시 소음이 거의 없고 적 잠수함 탐지에 매우 뛰어나 대한해협 또는 한반도 근해에 숨어 있으면 북한과 중국의 잠수함들의 활동을 감시하기가 매우 용이하다. 대(對)잠수함전, 대(對)수상함전, 대(對)지타격이 가능한 무기를 탑재하며 특수전 병력의 침투 임무와 비정규전 임무, 기뢰부설도 수행할 수 있다. LA급으로는 1996년 9월 13일 마지막으로 취역한 USS 샤이엔호는 2003년 이라크전 당시 투입돼 토마호크 미사일로 바그다드를 공습해 전쟁 개시를 알리기도 했다.
버지니아급 SSN은 LA급 후속으로 개발됐다. 현재 13척이 활동 중이다. 길이 115m, 폭 10m, 수중배수량 7800t이고 수중에서 35노트(시속 63㎞)까지 운항할 수 있다.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을 쏠 수 있는 12기의 VLS와 533㎜ 구경의 발사관을 갖췄다. 미국 해군은 오는 2019년부터 순차적으로 건조할 버지니아급 SSN의 화력 증강 계획의 하나로 추진해온 신형 발사관(VPM) 시제품 제작 작업을 올 연말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다.
VPM을 갖춘 SSN은 모두 40기의 발사관을 운영하게 돼 화력이 지금보다 3배가량 증강된다. 기존의 수직 발사관VSL로는 토마호크 미사일을 12발만 발사할 수 있지만, VPM을 갖추게 되면 40발까지 발사할 수 있다.
미국 해군은 2019년 회계연도부터 버지니아급 블록 3형 SSN에 VPM을 설치하기로 했다. 첫 번째 버지니아급 블록 3형 SSN은 2024년이나 2025년에 실전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13척의 버지니아급 SSN 가운데 2014년 10월 취역한 노스다코다함 등 블록 3형은 3척이다.
미국 해군은 앞으로 버지니아급 블록 3형 SSN 5척을 추가 건조할 계획이다. 찰스 리처드 미국 해군 수중전력국장(소장)은 “중국이 둥펑-21D 중거리 탄도미사일 등을 개발해 배치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버지니아급 SSN의 전력 확충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미국이 보유한 잠수함 중에는 시울프급 SSN도 있다. 시울 프급 잠수함은 길이 107.6m, 폭 10.9m, 수중 배수량 7460t이며 최대 수중속도는 35노트, 최대 잠항심도는 600m에 이른다. ‘바다의 암살자’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시울프급 잠수함은 정숙성이 매우 뛰어나 최고속력 35노트에서도 디젤 잠수함과 비슷한 크기의 소음이 발생한다. 건조비용은 척당 30억 달러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핵잠수함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단 3척만 건조됐다. 시울프 잠수함 승무원은 133명이며,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 12발을 탑재하고 있다.
미국 해군은 북한의 잇따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시험과 중국의 잠수함 전력 증강에 따라 애초 예정됐던 핵 잠수함 전력 증강작업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미국 해군은 최근 의회에 2017∼2030년 회계연도에 버지니아급 SSN과 컬럼비아급 차세대 SSBN 전력 증강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종합 분석보고서를 제출했다. 이 보고서에는 올해부터 2020년대 초까지 매년 2척의 버지니아급 SSN과 1척의 컬럼비아급 SSBN을 건조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미 해군은 애초 컬럼비아급 SSBN의 건조가 시작되는 오는 2020년대 초까지 버지니아급 SSN 1척만 건조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미 해군은 2020년 대 중반이면 SSN을 중심으로 하는 잠수함 수가 많이 줄어드는 데다 중국의 잠수함 전력보다 앞서려면 증강 속도를 높이는 게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컬럼비아급 SSBN은 길이 171m, 폭 13m, 수중배수량 2만810t으로 승조원 155명이 탑승할 수 있고 트라이던트 2D-5 미사일 16기를 탑재한다.
이 미사일은 각각 8∼12개의 독립 목표 재돌입 탄두(MIRV)를 적재하며, 위력은 2차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폭보다 1000배 이상으로 평가된다. 미국 국방부는 척당 건조비용이 80억 달러(8조9800억원)인 컬럼비아급 SSBN 건조에 필요한 1280억 달러(143조6800억원) 예산을 확보했다.
태평양함대 전력 증강에 박차를 가하는 러시아
주한미군사령부가 2011년 공개한 미국 해군의 버지니아급 공격형 핵잠수함 ‘텍사스함’ (SSN 775, 7800t급) 내의 특수요원 작전 투입구.
러시아도 미국과 중국의 잠수함 전력 강화에 맞서 잠수함 전력 증강에 적극 나서고 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군 현대화 계획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특히 신형 핵미사일을 장착한 SSBN 전력 강화를 강조했다. 러시아가 그동안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잠수함은 보레이급 SSBN이 있다. 수중배수량 2만4000t, 길이 170m, 폭 13.5m의 보레이급 SSBN은 승조원 107명을 태우고 해저 450m에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이 잠수함에는 최신예 SLBM인 불라바를 최대 20기까지 탑재할 수 있다. 불라바는 개별 조종이 가능한 핵탄두 10개를 탑재할 수 있고 사거리는 1만㎞에 달한다. 각 탄두의 위력은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폭보다 12.5배(150kt)나 크다.
이 잠수함은 또 크루즈미사일, 533㎜ 어뢰 발사관(8개), 미사일 어뢰, 기뢰, 자동 소나 대응체계 등도 장착한다. 러시아 해군은 2013년 이후 지금까지 모두 3척의 보레이급 SSBN을 실전 배치했으며, 이 가운데 2척이 한반도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관할하는 태평양함대에 배속됐다.
러시아 해군은 또 개량형인 보레이급 A형을 포함해 네 척을 추가로 건조하는 등 오는 2020년까지 모두 8척의 보레이급 SSBN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러시아 해군은 62척의 잠수함을 운영 중이다.
특히 러시아는 한반도를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해역을 담당하는 태평양함대의 전력증강에 속도를 높인다. 태평양함대는 현재 러시아 전체 잠수함 전력의 3분의 1가량인 24척을 보유하고 있다. 러시아는 태평양함대 잠수함 전력 증강 계획과 관련해 내년에 야센급 SSGN을 실전 배치할 계획이다. 야센급 SSGN은 옛 소련 시절 건조돼 노후화된 아쿨라급과 알파급 핵 추진 공격형 잠수함을 대체하는 것이다.
‘가장 조용한 최첨단 살인 병기’로 평가받는 야센급 SSGN은 선체가 저자기성 강철로 돼 있으며 원구형 소나(이르티시 암포라)를 장착해 적에게 탐지되는 것을 최소화했다. 승조원 수는 90명에 불과하다. 마이클 코프먼 미 해군 분석센터 분석관은 “야센급 SSGN이 미 해군의 시울프급이나 버지니아급 SSN에 필적한다”면서 “러시아가 배치하는 가장 탁월한 성능의 잠수함”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모두 7척의 야센급 SSGN을 배치할 계획이다.
일본은 핵잠수함도 없고 재래식 잠수함의 수도 적지만 세계 정상급의 우수한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18척의 잠수함을 갖고 있는데 22척으로 늘릴 계획이다. 일본은 세계 최대의 재래식 잠수함이었던 4200t급 소류급 디젤 잠수함 4척을 보유하고 있다.
소류급은 길이 84m, 폭 9m로 신형 어뢰와 대함 미사일로 무장하고 있다. 소류급은 수중에서 지속적으로 2주 이상 작전할 수 있다. 특히 군사전문가들은 소류급이 소형 원자로를 탑재한 원자력 추진 잠수함으로 쉽게 개조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일본은 또 오야시오급(3000t급) 11척, 하루시오급(2750t급) 3척을 갖고 있다.
일본 잠수함 전력의 강점은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젊다는 것이다. 일본 잠수함의 평균 운용기간은 16년이다. 일반적으로는 25~30년이다. 그만큼 일본 잠수함들이 신형으로 첨단장비를 갖추고 있다는 얘기다. 다른 나라 같으면 사용하고 있을 잠수함을 퇴역시켜 재고로 보관하다가 유사시 즉각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아무튼 동북아 4강의 눈에 보이지 않는 수중 패권 쟁탈전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월간중앙] 2017.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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