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무기·장비/수중무기·장비

집중기획 잠수함의 세계

머린코341(mc341) 2017. 10. 6. 21:27

[집중기획 잠수함의 세계]


①나폴레옹은 왜 잠수함의 잠재력을 무시했을까?


사람 1명이 패달로 스크류 돌리던 '안습'한 속도…나폴레옹, 영국 모두 전술적 가치 무시 
 

세계 최초의 잠수함으로 알려진 터틀호 모습(사진=위키피디아)


오늘날 핵잠수함은 최신예 전투기, 항공모함,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과 함께 가장 중요한 군의 전략자산으로 손꼽히지만 처음 잠수함이 태어난 19세기 초만해도 상당히 냉대받았다.


당시 군사적 천재로 유럽 전역을 제패했던 나폴레옹도 잠수함에 대해 "이런 헛소리에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며 완벽하게 무시했다. 


초창기 잠수함이 이처럼 냉대를 받았던 이유는 마땅한 동력원이 없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세계 최초의 군용잠수함으로 1776년 미국 독립전쟁 때 처음 발명된 것으로 알려진 터틀(Tuttle)호의 동력은 사람이었다.


후방의 스크류를 움직이려면 사람이 패달을 거의 미친듯이 밟아야했는데 한사람의 다리 힘으로는 조금만 풍랑이 일어도 앞으로 나아가질 못했다.


로버트 풀턴이 고안한 실용잠수함, 노틸러스호의 설계도(사진=위키피디아)


그나마 이를 보완했다는 최초의 실용잠수함 노틸러스(Nautilus)호도 동력이 사람인건 매한가지였다. 잠수 전에는 함상에 달아놓은 돛을 이용해 풍력으로 이동이 가능했지만 잠수하면 답이 없었다.


그저 사람이 죽어라 패달을 밟아야하는데 속도는 고작 1분에 40m 정도 가는 것이었다. 이마저도 파도가 잔잔한 강 하류나 해안지대에서나 가능한 속도고 먼 버다로 나가서는 도저히 써먹을 수가 없는 무기였다. 


1800년, 노틸러스호를 만들어 나폴레옹에게 소개했던 미국의 발명가, 로버트 풀턴(Robert Fulton)은 이런 문제가 있어도 잠수함의 군사적 가치는 충분하다며 프랑스 해군에게 계속 어필하려 노력했다.


당시 영국과 전쟁 중이던 프랑스는 영국 해군을 박살낼 신무기 모집에 나선 터였고 풀턴은 노틸러스호 시연회를 위해 엄청난 돈을 투자, 세느 강에서 잠항 및 항해 실연, 그리고 어뢰 발사를 통해 40톤(t)짜리 슬루프 함선 하나를 폭파시키는데도 성공했다.


이어 영국 항구에 잠입해 영국 경제에 타격을 가할 수 있다고 노틸러스의 군사적 가치를 설파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세계 최초 잠수함 발명가이자 증기선의 아버지로 유명한 로버트 풀턴의 초상화(사진=위키피디아)


이에 나폴레옹의 스승이자 여러 과학 자문을 맡고 있던 수학자 라플라스는 노틸러스호의 능력에 감동받아 그를 나폴레옹에게 직접 소개했다.


하지만 지독한 현실주의자이자 각종 악전고투를 거친 사령관이었던 나폴레옹은 풀턴의 이야기를 탐탁지 않게 여겼다.


고작 사람 하나가 들어가서 패달을 아무리 죽어라 밟아봤자 40km에 달하는 영국해협은 몇 달이 걸려도 못 건널 것이란 결론이었다.
  
더구나 풀턴이 제시한 계약조건도 매우 까다로웠다. 풀턴은 자신의 노틸러스호가 적함을 1척 격침하면 해당 함선이 장비한 포 1문당 400파운드를 쳐서 6개월 내에 인센티브를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당시 전열함이 보통 대포 74문을 달고 다녔으므로 이 경우, 400X74= 2만9600파운드를 달라는 것.


당시 전열함 1척 건조비용이 5만파운드고 적함을 나포해 개조하면 3만파운드 정도가 들었으니 거의 전함 1척을 격침시 전함 1척 비용을 달라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이런 밑지는 장사는 나폴레옹 뿐만 아니라 프랑스 정부에서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결국 프랑스 정부는 1802년, 풀턴과의 계약을 백지화했고 이러한 프랑스의 냉대에 화가 난 풀턴은 노틸러스 호를 자침시키고서 곧바로 프랑스의 적군인 영국으로 넘어갔다.


당시 프랑스의 본토 침공 가능성에 상당히 겁을 먹고 있던 영국은 그를 상당히 환대했다. 그가 오자마자 영국 체류비용조로 800파운드를 즉시 제공했다. 


미국 남북전쟁시기 사용된 어뢰 설계도(사진=위키피디아)


이에 고무된 풀턴은 이번엔 영국에 반잠수정 어뢰인 '토르페도(Torpedo)' 개발을 제안한다.


이것은 내부에 화약통을 실은 반잠수정에 선원 한명이 탄 채, 야간에 노를 저어 적선까지 잠입, 시한폭탄 장치를 연결한 후 선원이 탈출하는 방식이었다.


당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에 놓였던 영국정부는 프랑스정부와 달리 재빨리 풀턴과 계약을 체결했다.


드디어 1804년 10월, 그가 개발한 반잠수정 어뢰는 프랑스 함대가 집결해있던 블로뉴로 보내진다.


하지만 당시 영국 해군은 이를 매우 비신사적 행위이자 전통적인 해군 강국인 영국이 할짓이 아니라고 보며 매우 못 마땅해했다고 한다.


당시 영국 해군 사령관이던 조지 엘핀스톤(George Elphinstone)제독은 근본없는 양키 잡상인의 작전에 따르는 것을 불명예스럽게 여겼으며 이에따라 작전의 핵심인 야간 잠입작전을 시행하지 않고 해가 지기 전에 작전에 돌입했다.


풀턴이 영국해군과 협조하며 계량시켰던 노틸러스 잠수함 설계도(사진=위키피디아)


결국 사람이 노를 저어서 이동하는 속도가 느려터진 반잠수정 어뢰는 출격하지도 못했다.


영국 해군은 풀턴이 어뢰와 함께 제안한 화공선을 내보내는데 그쳤고, 이 역시 별다른 타격을 주지 못한 채 모두 퇴각하고 말았다.


프랑스 뿐만 아니라 영국에서도 당시 잠수함의 전략적 가치에 크게 주목하지 않았던 결과였다. 


이후 풀턴은 기존 노틸러스 잠수함을 더욱 개량해 프랑스 각 항구를 타격하자고 제안했으나 그의 계획은 1805년, 트라팔가 해전에서 영국해군이 대승을 거두면서 물거품이 됐다.


결국 아무 수확없이 미국으로 돌아간 그는 1807년, 상업용 증기선 개발에 성공해 잠수함이 아닌 '증기선의 아버지'로 명성을 날리게 된다. 


잠수함은 이후 미국 남북전쟁에 제한적으로 활용됐지만 아직 전세계 해양을 주름잡을 무기로 성장하진 못한다.


잠수함은 자신을 효율적으로 움직일 가솔린 및 디젤기관과 전기가 개발되는 19세기 후반까지 약 100여년간 역사의 수면 밑에서 잠들어야만 했다.


②최초 핵잠수함 이전에도 '노틸러스호' 있었다


1958년 북극점 바다 밑을 통과한 노틸러스와 27년 전의 도전 


최초의 핵잠수함 노틸러스호


59년 전인 1958년 8월, 세계 잠수함의 역사에 길이 남을 기념비적인 사건이 있었다. 미국 해군 잠수함 '노틸러스호'가 인류 역사상 최초로 북극점을 바다 밑으로 통과한 것이다.


노틸러스호는 8월1일 알래스카 배로 곶(Barrow Cape)에서 잠항을 시작해 이틀 만에 북극점을 지났고 4일 그린란드 북동쪽의 대서양 위로 떠올랐다.


2945㎞의 거리를 평균 20노트로 잠항한 노틸러스호는 총 96시간 동안 잠수한 채 북극해 횡단에 성공했다.


노틸러스호의 성공은 '핵잠수함'이었기에 가능했다. 미국은 1945년 원자 폭탄의 위력을 보고 이를 동력으로 쓰는 잠수함 개발을 시작했다.


1954년 세계 최초의 핵잠수함이 완성됐다. 이전의 디젤 잠수함과 달리 노틸러스호는 우라늄을 연료로 썼다.


잠수함 안의 원자로에서 만드는 전기로 터빈을 돌려 한 번 핵연료를 보급하면 지구 세 바퀴를 돌 수 있었다.


길이 97m, 배수량 3180톤으로 이전 잠수함들보다 훨씬 컸지만 물속에서 50일 동안 다닐 수 있었다.


하지만 노틸러스호의 성공은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었다. 핵잠수함 노틸러스호도 그해 세 번의 도전 끝에 성공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과거에도 같은 도전이 있었다는 점이다. 노틸러스호의 성공을 지켜봤을 것으로 짐작되는 오스트레일리아의 탐험가 조지 허버트 윌킨스(George Hubert Wilkins)의 얘기다.


그는 평생의 한을 푼 것처럼 노틸러스호가 북극점 바다 밑을 통과한 해 12월30일 숨을 거뒀다. 


1931년 조지 허버트 윌킨스가 탄 노틸러스호(사진=www.sirhubert.com 캡처)


윌킨스의 도전은 1931년 시도됐다. 그의 목표도 잠수함을 타고 북극점을 통과하는 것이었다. 공교롭게 그가 탄 재래식 잠수함의 이름도 노틸러스호였다.


그의 도전은 세계적인 화제였다. 일제 강점기의 우리나라 신문에도 소개될 정도였다. 장도에 오른 노틸러스호가 난항을 거듭하다 북극에 진출해 잠항을 개시했지만 실패하고 돌아왔다는 기사는 그해 6월부터 10월 사이 간간이 식민지 조선에도 소개됐다.


재래식 잠수함의 출력 한계, 낡은 잠수함의 침수 피해 등이 실패 원인이었다. 하지만 윌킨스의 노틸러스호는 잠수함으로 북극점을 통과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고, 결국 핵잠수함 노틸러스호의 성공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27년의 시차를 둔 두 노틸러스호의 도전. 그렇다면 왜 잠수함에는 '노틸러스'라는 이름을 즐겨 붙였을까. 1870년 프랑스 소설가 쥘 베른이 쓴 '해저2만리'에 등장하는 잠수함 노틸러스호에서 시작됐다는 게 통설이다.


노틸러스(Nautilus)는 앵무조개라는 뜻으로 그 어원은 그리스어의 선원이라고 한다. 하지만 노틸러스와 잠수함의 관계는 앵무조개에 대한 과학적 접근을 통해 보다 분명해진다.


앵무조개는 부력을 조절해 바다 속에서 떠다닌다. 껍데기 안쪽에 기체를 채워 부력을 얻는 원리다. 이런 원리가 잠수함이나 선박 설계에도 응용되는 것이다.


③핵잠수함과 디젤 잠수함 무슨 차이


최장 6개월 장기 잠항 가능…작전기간·작전 반경 확대


미국 뉴포트뉴스 조선소에서 건조중인 버지니아급 핵잠수함 미네소타함


문재인 대통령이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우리 군의 자체 방어능력을 높이는 방안으로 핵추진 잠수함 도입의 필요성을 언급해 핵잠수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핵추진 잠수함, 원자력 잠수함으로도 불리는 핵잠수함은 핵분열 방식의 원자로를 동력으로 하는 잠수함을 이른다. 고속 잠항 기간이 1~2일 정도에 불과한 재래식 디젤 기관 잠수함과 달리 핵잠수함은 몇 개월씩 장기 잠항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변화였다.


배터리 충전 방식인 기존 디젤 잠수함은 1~2주에 한번 수면 위로 올라 와야 하지만 핵잠수함은 소량의 핵연료로 장기간 동력을 제공해 최장 6개월 간 부상하지 않고 수중에서 작전수행이 가능하다. 최대 30년까지 핵연료를 교체하지 않아도 된다.


토마호크 미사일을 발사하는 오하이급 핵잠수함 상상도


속도도 3배 정도 빨라 공격 후 적의 반격을 피하는데도 유리하다고 한다. 평균 시속 12㎞로 움직이는 디젤 잠수함에 비해 핵잠수함은 시속 40㎞로 이동한다.


젤 잠수함은 선체가 작아 무장에 제한적이었지만 규모가 큰 핵잠수함은 어뢰, 핵미사일 등 무기나 보급품을 대량으로 탑재할 수 있어 무장 능력도 강화됐다.


④세계에서 가장 비싼 핵잠수함 보유한 나라는?


'바다의 암살자' 미국 시울프급 잠수함…막대한 건조비용 탓에 3대만 제작


미국 시울프금 잠수함. 사진=미 해군 제공


북한의 도발로 문재인 대통령이 핵잠수함(원자력 잠수함)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핵잠수함 전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공식적으로 핵잠수함을 보유한 국가는 단 6개국이며 이중 가장 많은 핵잠수함 전력을 보유한 나라는 미국이다.


현재 핵잠수함을 보유한 나라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미국·러시아·영국·프랑스·중국을 비롯해 인도가 포함된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공식 블로그에서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핵잠수함은 미국이 72척으로 가장 많았으며 러시아 60척, 영국 12척, 프랑스 10척, 중국 7척, 인도 1척 순이었다. 


가장 비싼 핵잠수함 정체는…'바다의 암살자' 미국 시울프급 잠수함


미국 해군이 운용 중인 시울프급 잠수함(Seawolf-class submarine)은 세계 최고의 핵잠수함으로 꼽힌다.


1997년 제작된 시울프급 잠수함은 길이 107.6m, 너비 10.9m, 빔 높이 12.9m, 배수량 7,460톤이며 최대 수중속도는 35노트, 최대 잠항심도는 600m에 이른다.


미국 시울프금 잠수함. 사진=미 해군 제공 

 
시울프급 잠수함은 현존하는 핵잠수함 중 가장 빠르고 소음이 적어 '바다의 암살자'라는 별칭을 갖는다.
  
일반적으로 핵잠수함은 디젤 잠수함에 비교해 속도, 항속거리, 무장 탑재능력 등 모든 면에서 월등한 성능을 자랑하지만 소음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특히 고속으로 항해할 경우 원자로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엄청나기 때문에 적진에 은밀하게 접근하기 어렵다.


하지만 시울프급 잠수함의 경우 정숙성이 매우 뛰어나 최고속력 35노트에서도 디젤 잠수함과 비슷한 크기의 소음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뛰어난 성능만큼 비싼 값으로도 유명한 시울프급 잠수함의 건조비용은 대당 약 30억 달러(한화 3조5000억원)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핵잠수함으로 꼽힌다.


막대한 건조 비용 탓에 단 3척만 건조됐다. 1번은 시울프함, 2번은 코네티컷함, 3번은 지미카터함이다.


시울프 잠수함 승무원은 133명(장교 12명, 사병 121명)이며, 무기로는 SLCM 토마호크미사일 12기와 SSM 하푼미사일을 장착하고 있다. 


한편 핵잠수함은 농축우라늄을 연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미국의 동의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대당 1조3000억 원에 달하는 건조비용이 든다.


따라서 국내 핵잠수함 도입에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⑤극적 상황을 그린 영화 속 핵잠수함


핵잠수함을 다룬 영화 3편 


러시아가 보유 중인 타이푼급(아쿨라급) 잠수함의 모습.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사진 = wikimedia


7일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처음 핵추진잠수함을 언급했다.


북한의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인 SLBM을 감시·견제할 수 있는 전략무기인 핵추진잠수함은 수중 전력생산이 무한대로 가능해 물 위로 떠 오르지 않고도 수중작전이 가능하다.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목표로 한 362사업단이 구성돼 기본설계까지 마쳤으나 활동이 외부에 알려지며 와해된 바 있다.


핵잠수함의 활약상을 대중에게 각인시킨 건 현실보다 영화가 그려낸 극적 상황인 경우가 더 많다.


바닷속 극단적 폐쇄공간에서 벌어지는 인간의 갈등과 전쟁 중 중요한 전략무기로서의 역할은 관객에게 가상상황에 대한 몰입을 끌어올리기에 더없이 좋은 소재이기 때문. 


잠수함을 다룬 대표적 영화 3편을 통해 바닷속에서 펼쳐지는 치열한 전쟁상황을 살펴봤다.


The Boat (Das Boot) 1981

특전 U보트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1년, 선전부 소속 종군기자 베르너는 대서양 전투에 참가하는 유보트에 탑승해 영국으로 가는 보급선을 격침하는 현장을 생생하게 목격한다.


특정한 목적을 갖고 귀환이 확정된 여정이 아닌, 장기임무로 바닷속에 머물러야 했기에 초반의 광란의 파티를 벌이는 승조원들은 이내 비좁은 잠수함에서 영화가 끝나는 순간까지 관객의 시선과 감정을 천천히 옥죈다. 


통상 승자의 시선에서 전쟁을 다루는 서사와 달리 독일군의 입장에서 이야기가 펼쳐지므로 자연히 형성된 비관적 분위기는 이들이 맞을 비극적 미래와 함께 좁고 답답한 잠수함 속에서 전투의 매 순간 공포와 맞닥트리는 인간의 나약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실제 독일군이 전쟁 당시 사용했던 U96을 모델로 한 세트에서 제작된 이 영화는 제작준비 기간만 3년, 촬영은 1년에 걸쳐 이뤄졌으며 승조원의 감정과 상황의 실감을 위해 일정 기간 동안 이발, 면도, 세면이 금지된 채 고립된 공간에서 촬영이 이뤄져 리얼리티를 극대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Crimson Tide

크림슨 타이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남자 3명은 각각 미국 대통령, 러시아 대통령, 그리고 미국 탄도 미사일 잠수함 함장이다”


냉전 시대 양강구도를 형성한 미국과 러시아, 그리고 핵전쟁의 키를 쥐고 있는 잠수함 함장의 위상을 보여주는 문장은 언뜻 보면 위압감을 선사하지만, 사실 '크림슨 타이드'는 반전영화에 가까운 메시지를 담고 있다.

 

러시아 타이푼급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오하이오급 잠수함 USS 앨라배마에서 벌어지는 핵전쟁 위기상황을 사실적으로 그린 '크림슨 타이드'는 러시아 극우 인사가 내전을 일으켜 핵미사일 기지를 점령한 위기 상황을 통해 앨라배마함을 곤경에 몰아넣는다.


선제 핵미사일 발사 통신문을 받은 함장은 즉각 명령을 실행하려 하나 부장인 소령 헌터가 제지한다.


핵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세계 3차 대전에 준하는 핵전쟁이 발발할 수 있으므로, 발사 명령을 확실하게 다시 확인할 때까지 일단 대기해야 한다는 소령의 행동과 군인의 기본은 명령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함장의 신념이 대립하는 사이 러시아 측 아쿨라급 잠수함의 공격까지 받아 절체절명의 위기에 내몰리는 잠수함 속 비상상황은 거대한 힘이 한 개인에게 주어졌을 때 닥칠 위기가 무엇인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영화는 에필로그를 통해 미국 핵잠수함 미사일 발사 권한이 함장에게서 회수, 현재는 미국 대통령만이 발사 권한을 갖고 있다고 설명하며 끝을 맺는다.


The Hunt for Red October Trailer


붉은 10월


냉전이 치열해지던 시기, 소련은 신기술을 통해 세계 최대규모 잠수함 ‘붉은 10월’호를 출항시킨다. 헌데 함장 라미우스는 소음이 획기적으로 감소해 적에게 노출되지 않는 함선의 특성을 역이용해 미국으로 망명을 계획하고, 이를 막기 위해 소련은 전 함대를 동원해 붉은 10월 호의 침몰을 계획한다. 


실제 소련이 갖고 있던 타이푼급 전략원잠(탄도유도탄 잠수함 SSBN)에 무소음 자기유체역학 추진기가 장착됐다는 설정으로 탄생한 ‘붉은 10월’호는 냉전 시기, 앞서 언급된 영화 '크림슨 타이드'에 등장하는 오하이오급 잠수함과 함께 잠수함 세력을 양분했던 세계 최대규모의 잠수함으로 등장한다. 


앞서 언급한 영화가 각각 전쟁, 준 전쟁의 급박한 위기상황을 통해 폐쇄된 잠수함 안에서의 긴장감을 끌어올렸다면, 붉은 10월은 아군의 공격을 감내하며 적의 오해까지 불식시켜야 하는 극단적 갈등구조와 조국을 저버리고 망명을 결심한 함장 라미우스(숀 코너리 분)의 결단이 극 중 상황에 대한 몰입감을 더해준다.


최대 규모 잠수함이 정숙성을 갖췄을 때를 상정한 영화 속 붉은 10월 호의 위용은 결국 잠수함의 생명은 시각과 레이더를 따돌리는 소음통제에 있음을 기술적으로 증명해 보이고 있다.


[아시아경제] 2017.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