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술핵 재배치? 핵 공유?… 쟁점 떠오른 ‘핵무장론’
전술핵 재배치? 핵 공유?… 쟁점 떠오른 ‘핵무장론’
북한의 괌 포위사격 위협 등을 계기로 ‘한반도 핵무장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에 맞서 ‘공포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논리다.
보수 야당이 전술핵 재배치와 핵공유 카드를 들고 나온 데 이어 문재인 대통령의 안보전략통도 전술핵 재배치를 주장하고 나섰다.
반면 전술핵 재배치는 한반도 비핵화 기조와 맞지 않는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아 핵무장을 둘러싼 논란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 보수야당 “핵무장 통한 힘의 균형” 주장
전술핵 재배치는 자유한국당이 먼저 불을 지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지난 7일 최고위 회의에서 “지금 코리아 패싱 문제가 등장했는데도 이 정부는 아무런 대책을 강구하지 않고 있다”며 “평화는 구걸하는 게 아니고, 힘의 균형을 이룰 때 오는 것이다.
한·미 동맹을 강화해서 전술핵 재배치를 논의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국당은 전술핵 재배치를 당론으로 추진키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바른정당은 ‘핵공유’ 카드를 들고 나왔다. 한반도 핵 배치에 대한 거부감을 덜면서도 북핵 억제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태경 바른정당 최고위원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핵배치는 핵공유에 비해 리스크가 훨씬 크다”며 “남한에 핵이 배치되면 사드보다 더 심각한 중국의 제재가 부과될 것이고, 동시에 북한의 공격 타깃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북핵에 대한 보복은 우리 영토에 핵을 배치하지 않아도 가질 수 있다”며 “가령 잠수함에 핵을 배치해 미사일로 쏠 수 있다.
한반도 인근 잠수함에서 쏘는 핵은 십분 만에 북한 영토에 떨어진다”고 부연했다. 바른정당은 14일 바른비전위원회 주최로 ‘핵공유가 신안보다’라는 주제의 안보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 文대통령 외교·안보 측근들도 '갑론을박'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가까운 안보전략통도 전술핵 재배치론을 들고 나왔다.
박선원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전술핵 재배치로 공격 능력에서 핵균형을 회복해야 한다”며 “북한이 핵전쟁 수행이 가능한 절대무력을 구비한 조건에서 우리도 방어가 아닌 공격에서 핵으로 즉각 전천후 대응을 할 수 있는 요소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전 비서관은 문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외교안보전략을 담당한 핵심 인사다.
박 전 비서관은 전술핵 재배치로 사드 배치를 잠정 중단해야 하며, 이를 계기로 중국을 끌어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핵균형이 확보된 이상 방어부분의 사드(THAAD)는 불필요하다”며 “중국이 북한으로 인해 미국의 핵공격이 이뤄지면 북경을 비롯한 중국 정치중심지역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갖고 냉정하게 상황을 지켜보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 비서관은 또 “핵공격 자산 지원은 당분간 중단해 한·미 연합훈련이 북한의 핵공격에 대비한 방어적 성격이며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없다면 불필요하다고 천명해야 한다”며 “정권교체를 위한 대북 정치심리전 공격에 나서겠다고 해야 김정은이 공격적 책동을 제고하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박 전 비서관의 이런 주장은 보수야당의 전술핵 재배치론과는 달리 북·미 간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협상 분위기 조성을 위한 전략적 카드가 필요하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통화에서 “전술핵 재반입은 따로 떼서 해석하지 말고 글에서 제시된 패키지로 이해해야 한다”며 “협상으로 가기 위한 중간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박 전 비서관의 개인 의견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도 전술핵 재배치는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정 전 장관은 이날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전술핵을 배치하면 북한의 핵보유를 기정사실화하는 것이어서 이율배반적”이라며 “북한의 비핵화를 요구할 수 없는 함정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문 대통령 대선캠프에서 정책자문단인 ‘10년의 힘’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 “전술핵으로 북한에 두려움 줘야” vs “한반도 비핵화 명분 사라져”
전술핵 재배치는 19대 대선 국면에서도 후보들 간 핵심 쟁점 중 하나였다. 당시 홍준표 한국당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대선 TV토론에서 전술핵 재배치를 주장했다.
유 후보는 “한반도에 전술핵이 있으면 북한은 (핵공격 시) 반드시 핵공격 보복을 당한다는 두려움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당시 문재인 후보는 “전술핵을 재배치하면 한반도 비핵화라는 명분이 사라져 북한에 핵폐기를 요구할 명분도 사라진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북핵에 대비하는 우리의 기존 대책은 미국 핵우산의 보호를 받는 것, 이른바 확장억제”라며 “미국도 전술핵 재배치를 반대하는데 우리가 주장해 전술핵을 들여오겠다는 거냐”고 비판했다.
확장억제는 동맹국이 적대국의 핵공격 위협을 받을 경우 미국이 핵우산과 미사일방어체계, 재래식 무기를 동원해 미 본토와 같은 수준의 억제력을 제공하는 걸 말한다.
유 후보는 “미국 핵우산은 찢어진 핵우산”아라며 “우리가 공격받고 나면 미국이 북한을 핵공격하는 데 시간이 한참 걸린다”고 반박했다.
[국민일보] 2017.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