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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무게

머린코341(mc341) 2015. 1. 19. 18:56

전쟁의 무게
 

외골격 로봇, 견마로봇 등 첨단 과학기술에 힘입어 군장비의 중량을 둘러싼 오랜 난제가 해결되고 있다.

 

쇠로 만든 검과 창이 보편화된 기원전 6세기. 그리스의 병사들은 새로운 문제에 직면했다. 보병 장비의 중량이 너무 무거워진 것이다. 갑옷과 투구에 더해 쇠창과 청동으로 보강한 방패까지 1인당 최대 32kg을 구비해야 했다. 때문에 전장에 무기를 버리는 일이 허다했다.

 

오죽하면 스파르타에서는 ‘방패를 들거나 방패에 실려서 돌아오라’는 말도 있었다. 이제는 창이 소총으로 바뀌었지만 군장의 중량은 전혀 가벼워지지 않았다. 그리스의 병사나 지금의 병사나 본인 체중의 약 55%에 해당하는 군장을 짊어지고 전투에 나서야 한다.

 

미 해군연구소(ONR)의 리 마스트로야니 박사는 이를 정말 중요한 문제라 말한다. 현대전에서 기동성은 곧 생존능력과 직결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2차 대전 당시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동원된 미군 병사의 상당수가 32kg이나 되는 군장으로 인해 익사했다. 또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등이나 무릎 같은 근골격계 부상으로 후송되는 병사가 전투 중 부상을 당해 후송되는 병사의 2배에 달한다. 의병 제대의 최대 원인도 바로 근골격계 부상이다.

 

세계 각국은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첨단 기술을 동원하고 있다. 장비를 경량화하는 한편 외골격 로봇과 견마로봇 등을 활용해 병사들의 부담을 줄이는 방안도 연구되고 있다. 이런 노력들은 병사들이 끔찍한 전쟁터를 조금은 더 쉽게 버틸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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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골격 로봇 슈트


군 장비 중에는 인간이 들고 나를 수 없을 만큼 무거운 것도 있다. 그래서 미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병사의 등과 하체를 지지해줄 유연한 외골격 로봇 ‘워리어 웹(Warrior Web)’을 개발 중이다. 하체에 체결하는 이 슈트는 스프링 시스템을 활용, 병사가 걷거나 달릴 때 발생하는 에너지를 100W급 배터리에 저장한다. 그리고 모터가 그 에너지로 병사의 체력을 보조해준다.

 

DARPA의 프로그램 매니저였던 조셉 히트 중령에 의하면 이를 통해 병사는 신진대사 에너지의 25%를 아낄 수 있으며 발목과 무릎, 고관절에 가해지는 스트레스를 줄여 부상 위험도 낮춰준다고 한다. 워리어 웹의 중량은 9kg 정도지만 모터의 도움에 힘입어 무게감은 느끼지 못한다. 또한 전투복 속에 편안히 껴입을 수 있을 만큼 유연하게 설계됐다.

 

DARPA는 추가적인 개량을 거쳐 2016년 상용버전을 내놓을 계획이다. 아이언맨 슈트에서 영감을 얻은 전신 외골격도 개발되고 있다. 아이언맨 슈트를 디자인했던 할리우드 특수효과업체 레거시 이펙트가 설계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미 특수전사령부(SOCOM)의 ‘전략 공격 경량 작전복(TALOS)’1)이 그것이다. 컴퓨터 센서와 디스플레이가 내장된 이 슈트를 입으면 병사들은 걸어 다니는 전차로 변신한다. 또한 지휘관에게 각 병사의 심박수, 체온 등의 신체 징후가 실시간 전달된다.


다만 TALOS가 실전 배치되려면 상당한 기술적?설계적 난제를 극복해야 한다는게 프로그램 관리자인 마이클 필드슨의 전언이다.

 

“병사들이 TALOS의 착용에 따른 무게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러나 현재는 외골격 슈트의 중량만 90kg이 넘는데다 35~40kg에 달하는 배터리 팩을 추가로 짊어져야 합니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엔진 구동형 모델을 설계 중이다. 모든 것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2018년경 실제 구동되는 시제품을 목도하게 될 것이다.

 


워리어 웹(Warrior Web)


1. 병사의 하체에 ‘워리어 웹’ 슈트를 체결하면 엉덩이와 무릎, 발목 관절을 지지해준다.
2. 슈트의 각 관절은 병사의 허리에 부착된 모터와 케이블로 연결돼 있다. 이 모터가 보행 시 관절에 힘을 전달, 다리 근육의 힘을 보충해준다.
3. 견고함이 요구되는 부분은 나일론, 유연성이 필요한 부분은 스판덱스로 제작됐다. 소프트센서가 하체의 움직임을 파악, 슈트의 자연스러운 구동을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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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짐꾼


군견의 속도와 충성심, 노새의 지구력을 겸비한 로봇. 구글이 지난해 인수한 미국의 군사로봇 개발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LS3’가 바로 그런 존재다. 음성 지시를 받아 총알이 빗발치는 상황에서도 180kg이상의 짐을 목적지까지 운반한다. 500W의 소켓을 활용해 군용 모바일 기기의 충전도 가능하다.

 

LS3의 최대 이동속도는 시속 14.5km. 이는 미 해병대의 행군 속도보다 3km나 빠른 것이다. 실제로 LS3는 최근 미군의 합동 군사훈련인 ‘림팩(RIMPAC)’에 투입, 180kg의 짐을 싣고 해병대 1개 분대를 따라 32km를 문제없이 이동하면서 그 성능을 입증했다.

 

DARPA의 히트 중령은 “보병이 이동하는 곳이면 어디든 따라갈 수 있는 플랫폼을 원했다”며 “LS3는 잘 훈련된 동물의 기동성과 지능을 겸비한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향후 기존의 가솔린 또는 디젤 엔진을 전기모터로 대체한 차기 모델을 개발, LS3의 기도비닉 능력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다만 일선 병사들이 체중 590kg의 LS3를 전우로 맞으려면 10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

 

 
1. 스테레오 컬러 적외선 카메라를 이용해 LS3는 장애물을 피해 병사들을 따라갈 수 있으며, 주변 지형의 3D 지도도 매핑한다.
2. 유압식 액추에이터로 관절이 제어되는 4개의 다리를 지녔다. 또한 별도의 제어시스템이 험준한 지형에서도 균형을 잃지 않고 이동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3. 음성인식 기능 덕분에 병사들이 직접 LS3를 조종할 수 있다. 걸을 때는 1시간에 1.6km, 달릴 때는 1시간당 11km의 이동이 가능하다.

 

“현대전에서 기동성은 곧 생존능력과 직결돼 있습니다.”- 미- 해군연구소(ONR) 리 마스트로야니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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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듈형 방탄복


방탄섬유와 세라믹 판으로 제작되는 현대의 방탄복은 중량이 5살배기 어린아이 수준인 약 15kg나 된다. 중세기사의 갑옷보다야 가볍지만 여전히 부담스러운 무게다. 이에 미 육군과 해병대는 10년 내 방탄능력의 하락 없이 중량을 10~15% 감소시킨 제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미 육군 프로그램 집행부(PEO)에서 근무했던 프랭크 로자노 중령에 따르면 현재 이 목표를 이뤄줄 소재로 폴리에틸렌 방탄 섬유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 섬유를 이용하면 강철보다 강하면서도, 부드럽고, 유연한 방탄복 제작이 가능합니다. 여기에다 나노입자 단위로 튜닝한 세라믹 판을 추가해 방탄력을 극대화할 계획입니다.”

 

또한 미 육군은 각 임무의 특성에 맞춰 방탄복의 변형이 가능하도록 모듈화 연구에도 한창이다. 예컨대 적의 위협이 적은 정찰임무에 나설 때는 세라믹 판을 제거하고, 유연한 조끼만 전투복 속에 착용할 수 있는 식이다.

 

“이런 개선을 통해 방호력을 확보하면서 경량화를 꾀할 수 있습니다. 특히 병사들의 자유로운 움직임을 보장하고, 기동성의 극대화도 가능합니다. 이르면 2016년 차세대 방탄복의 생산이 시작될 겁니다.”

 

“방호력을 극대화하는 대신 기동성을 포기할지, 기동성을 높여서 신속한 은폐?엄폐를 보장할지에 대한 논쟁이 대립하고 있습니다.”- 프-랭크 로자노 중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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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형 태양에너지


현대전에 쓰이는 장비들은 상당한 전력을 소모한다. 단기 작전에서도 야간투시경, 무전기, 노트북, GPS 장비의 사용을 위해 7~9kg의 배터리를 추가 휴대해야 한다. onR의 감독 하에 개발 중인 ‘해병 간편 정찰시스템(MAPS)’2)은 향후 5년 내에 2.3kg의 단일 시스템으로 이 모든 기기의 배터리를 대체할 것이다.


MAPS를 이용하면 빛 변환 효율 30%의 고효율 플렉서블 태양전지가 생산한 전력을 다양한 군용 휴대기기에 충전할 수 있다. 또한 완충된 기기의 전력을 방전된 기기로 옮겨주는 기능도 제공된다. 이미 지난해 미 해병대에서의 현장 테스트를 통해 효용성을 검증받은 상태다. 차기 모델에는 오수를 깨끗한 물로 바꿔줄 막 여과 방식의 정수시스템까지 채용될 예정이다.

 

ONR의 병참 프로그램 관리자인 프랑캐 퍼만 대위는 목숨을 걸고 전투에 임해야하는 병사들은 필요 이상으로 많은 짐을 가져가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MAPS는 과거의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을 넘어 병사들의 심리적 안정감을 높여주는 효과도 발휘하게 됩니다.”

 


1. MAPS는 유연한 태양전지 패널을 이용해 평면 배터리를 충전한다. 충전효율은 30%다.
2. 무전기, GPS, 노트북 등 군용 휴대기기와 자동 호환되는 공용 인터페이스가 마련돼 있다.
3. 차기 모델에는 막 여과 방식의 정수시스템이 추가 채용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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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군장의 역사


기원전 7세기
 고대 아시리아의 병사들은 쇠로 만든 부츠와 비늘 갑옷, 투구, 방패, 칼, 창을 들고 전투에 임했다. 그 중량은 최대 36kg에 달했다.

 

기원전 4세기
 알렉산더 대왕의 병사들은 군장과 무기에 더해 10일치의 개인 식량을 휴대한 채 하루 약 32km를 이동해야 했다.

 

기원전 100년
 로마군 병사들이 ‘마리우스의 노새’라는 별명을 얻었다. 당시 가이우스 마리우스 장군이 병사 1인당 최대 45kg의 군장을 지우고 정기적인 행군을 시켰기 때문이다.

 

1809년
 영국군 소총병 벤저민 해리스는 나폴레옹 전쟁에 나선 병사들의 애환을 이렇게 표현했다. “적에게 패퇴했을 때도 살아남았던 병사들이 너무 무거운 군장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숨지는 경우가 다반사였습니다.”

 

1842년
 제1차 영국-아프가니스탄 전쟁 당시 영국군 파병 부대원들은 개인 기호품을 군장에 넣고 다녔다. 많은 젊은 장교들이 윈저 비누나 오드콜로뉴 향수를 가져 오지 않은 것을 아쉬워했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1944년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투입됐던 휴고 샌티스 일병은 가장 치열한 격전이 펼쳐졌던 오바마 해변에 상륙했던 순간을 이렇게 회상했다. “우리 모두 군장이 너무 무겁다는 걸 알고 있었죠. 상륙하기도 전에 이미 지친 병사들도 있었습니다.”

 

 
1960년대
 베트남 전쟁 중 미군 병사는 ‘그런트(grunt)’라고도 불렸다. 이는 ‘보병’이라는 뜻에 더해 ‘앓는 소리를 낸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실제로 한 보병부대의 경우 군장 무게가 평균 45kg에 육박했다.

 

2000년대
 아프가니스탄의 사막은 너무 뜨거워 장거리 행군이 곤란했다. 45kg이 넘는 군장까지 감안하면 아무리 강건한 미군 병사도 탈진을 면하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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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Naver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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