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기의 상징성
해군기(Naval Ensign)는 1차 대전 당시 독일의 무제한 잠수함 작전으로 인해 중립국이나 비동맹 국가의 상선이 피해당한 것에 대한 반성으로 1921년 4월 바르셀로나 협약을 통해 상선과 함정의 국적과 선박에 대한 점유권을 드러내기 위한 상징으로, 반드시 게양하도록 의무를 부여하기 위해 맺은 국제 협약에 따른 것입니다.
스위스는 자국이 중립국임(과 동시에 내륙국으로서 선박을 운용하기 위해선 연안국의 협조가 절실한 오스트리아, 체코 등도 연안국이 자의적인 징세를 두려워 해)을 내세워 협약을 거부했지만 이후에 가입합니다.
20세기 초반 가장 강력한 해운국이였던 영국이 가장 세분화된 함수기를 운용했습니다. 여기서 깃발의 도안에 적용된 상징이 우리 해군기의 도안을 해석하는 데 몇가지 문제점을 보여 줍니다. 물론 이미 지적한 대로 일제에 의한 조선통감부기의 도안도 영국 해군을 통해 서구화의 길을 걸은 일본이 도안에 적용한 상징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습니다.
우선 영국 해군기의 도안은 색상에 따라 크게 3가지로 나뉩니다.
1. 청색기(Blue ensign) ; 해군의 영장을 수행하는 혹은 해군 인원이 승함한 선박(청색 함대)을 상징합니다.
2. 적색기(Red ensign) ; 상선
3. 백색기(White ensign) ; 청색기를 미처 부여받지 못한 해군(청색 함대 이후의 함대와 잠수함 등)이 운용하는 선박을 상징했었으나 나중엔 백색기가 해군의 함수기로 사용됩니다.
다음으로 4분면을 나누는 십자가는 유니언 잭에 활용된 성 조지의 십자가입니다. 4개 연합 왕국을 상징합니다.
영국 이 외의 영연방 국가들은 종교적 이유와 4개의 연합 왕국에 속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십자가를 쓰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1사분면에 들어가는 국기 도안은 기본적으로 영연방이 지배하는 영토(Dominions)를 뜻하는 상징입니다. 즉 말레이시아 해군기처럼 영연방 영토의 말레이지아 해군이라는 상징이 1사 분면에 자국 국기 도안을 설정하는 상징이 됩니다.
이걸 바탕으로 일제의 조선 통감부기를 해석하면 [영연방의 제국주의를 따른 일본 왕실 영토 식민지 조선 총독부의 기]라는 해석이 이루어 집니다.
그럼 다시 우리의 해군기로 돌아 와서 해군기의 상징을 해석하면 [영연방 영토의 대한민국 해군의 기]라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어이없으신 걸 짐작 못하지는 않지만 영국인들 입장에서 우리 해군기를 해석하면 그렇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솔까, 처음 손원일 제독께서 해군기 도안하실 때 주변에 가장 흔한 깃발이 일제통감부기였을 것이고 제작을 빨리 서두르시다 보면 기존 도안 위에 간단한 실크 스크린으로 덧칠해서 해군기를 만드는 게 경제적이라는 생각을 하셨을 것으로 보이고 그렇게 만들어진 해군기가 이렇게까지 오래 쓰일 것으로 예상하지 못하셨던 게 아니였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1907년 이전 대한제국이 쓰던 함수기(광무호에 적용된)가 있습니다. 태극의 형상이 더 회전된 도안인데요. 국기와 구별해서 쓸 수 있는 태극 도안이라고 생각됩니다.
국가 하부 조직을 대표하는 깃발은 그것을 대하는 사람들에게 특정한 해석을 강요하는 상징성을 갖고 있습니다. 말씀드린 바와 같이 현재의 해군기는 타국에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흐리고 제국주의를 옹호하는 상징을 갖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대양 해군이라는 용어가 사라졌다고는 하지만 기존 연안 해군의 굴레에서 벗어나 대한민국 해군으로 거듭나는 모습을 보여 주셔야 할 시기에 해군으로서 자부심과 국위를 선양할 수 있는 새로운 해군기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시간과 비용 때문에 당연히 우선순위에서 밀리겠지만 우선 해군의 상징이 이러한 문제를 갖고 있다는 것을 해군 당사자분들께서 먼저 인식하고 계셔야 한다고 생각해 글 올립니다.
출처 : 유용원의 군사세계,
http://bemil.chosun.com/nbrd/gallery/view.html?b_bbs_id=10044&pn=1&num=195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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