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군사법원은 방산 비리에 관용 베푸나 (연합뉴스, 2015.03.09)
(서울=연합뉴스) 방위사업 관련 비리 혐의로 구속된 현역 군인들을 군사법원이 대부분 풀어줘 논란이 되고 있다. 수사가 여전히 진행 중이어서 증거 인멸이나 조작 가능성이 있음에도 이들을 석방한 것이 제 식구 감싸기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 때문이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이 작년 11월 출범한 이후 최근까지 구속한 현역 군인 5명 중 4명이 군사법원에서 보석 또는 구속적부심을 통해 풀려났다고 한다. 이들은 통영함·소해함 납품 비리, 야전상의 납품 비리, 불량 방탄복 납품 비리에 각각 연루된 혐의를 받는 영관급 장교들이다.
군사법원은 군인들을 석방한 사유도 합수단 측에 구체적으로 답변하지 않고 적용한 법 조항이 어떤 것인지만 알려줬다고 한다. 국민의 분노가 일 정도로 심각한 이번 방산 비리 수사가 끝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이들을 풀어줘야 할 시급한 이유가 무엇인지 몹시 궁금하다.
물론 인신 구속이 능사는 아니다. 일반 형사사건에서도 자신을 방어할 권리 등을 보장한다는 면에서 불구속 재판 원칙이 정착되는 추세다. 그러나 이번 방산 비리 수사에서 피의자 석방에 대한 군사법원의 태도는 민간 법원과 비교해도 너무 관대하다. 합수단 출범 이후 예비역 군인과 업체 관계자 등 민간인 신분으로 구속된 피의자 총 17명 중 구속적부심이나 보석 등으로 풀려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이번 방산비리 관련 구속 피의자 80%를 군사법원이 풀어 준 반면 민간 법원의 석방률은 0%인 셈이다. 80% 석방률은 일반 사건들과 비교해도 매우 높은 수치다. 사법연감에 따르면 2013년 민간 법원에서 보석 허가율은 40%가량이고, 체포·구속적부심사 청구사건의 석방률은 18% 정도에 그친다. 사법당국이 인신 구속에 신중하지만 일단 구속한 경우에는 쉽게 석방하지 않는 것이다. 구속된 피의자들 저마다 사유가 있을 텐데 이들을 석방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그만큼 범죄가 중대하거나 피의자가 풀려나면 증거를 조작할 가능성이 큰 사건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방산 비리는 범죄의 심각성이나 수사 보안의 필요성 등을 따질 때 어떤 사건보다도 피의자 석방에 엄격한 잣대가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방산 비리의 실태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다. 전 해군 참모총장이 연루되는가 하면 통영함 장비나 불량 방탄복 납품 비리처럼 군의 전력을 갉아먹는 말도 안 되는 범죄들이 버젓이 자행되는 등 그 끝을 어딘지 알 수 없는 실정이다. 우리 군을 병들게 하는 이런 비리를 뿌리 뽑으려면 철저한 수사와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구속된 피의자를 대부분 석방하는 군사법원의 관용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인지 모르겠다.
이런 식이어서는 군이 방산 비리를 축소하거나 꼬리 자르기를 하려고 한다는 의혹만 키울 뿐이다. 수사에 차질도 우려된다. 풀려난 일부 영관급 장교는 구속수사를 받을 때와는 정반대의 진술을 하는 것으로도 전해졌다. 방산비리는 일말의 관용도 용납할 수 없는 중대 범죄다. 군은 이를 분명히 깨닫고 수사와 재판에 임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각군 참모총장과 국방부 장관이 군사법원 판사를 임명하는 구조인 군 사법체계를 뜯어고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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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연합뉴스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5/03/09/0200000000AKR2015030911610002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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