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SLBM 사출에 대한 소고 (이정훈의 안보마당, 2015.05.12)
북한 노동신문이 SLBM 발사로 보도한 SLBM 사출 장면
걱정만 하는 우리 사회, 북한 심리전에 말리고 있다
북한이 잠수함에서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SLBM을 개발해 발사했다고 난리를 치더니 슬쩍 강도가 떨어졌다. SLBM을 쏠 수 있는 잠수함 보유 여부는 거론하지 않고 북한이 SLBM을 사출했다는 보도로 바뀐 것이다. 그리고 북한이 SLBM 개발을 시도한 것은 이미 오래됐는데 왜 국방부는 손을 놓고 있었느냐고 성화가 쏟아지고 있다.
왜 우리는 북한이 SLBM 개발을 공개했는지에 대해 의심을 해보지 않는 것일까. SLBM은 전략무기이다. 그렇다면 이것의 개발은 숨겨야 할 것 같은데, 완벽하게 개발될 때까지는 적어도 공개하지 말아야 할 것 같은데, 북한은 김정은까지 참여시켜 노동신문에 대문짝만한 보도를 실었다. 핵실험을 했을 때도 그렇게 했었다. 뭔가 목적이 있어 북한이 저런 행동을 한다고 우리는 왜 생각해보지 않는가. 북한은 우리에게 심리전을 거는 것일 수도 있는데.
북한이 탄도미사일 탐재 잠수함을 개발했다고? 소가 웃을 일이다
나는 이것을 보며 우리 사회의 전쟁 울렁증을 염려하고자 한다. 북한의 심리전에 속지 말라는 말도 꼭 하고 싶다.
http://blog.donga.com/milhoon/archives/4498 에 있는 기사는 지난해 말 기자가 주간동아에서 썼고 이 블로그에도 게재했던 것이다. ‘북한이 탄도미사일 탑재 잠수함을 개발했다고? 소가 웃을 일이다’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탑재하는 잠수함을 개발하지 못했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기자는 지금도 이 판단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북한이 잠수함에서 SLBM을 쏘았다고 하니, ‘기자가’ 웃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잠수함이 없는데 어떻게 잠수함에서 SLBM을 쏜다는 말인가. 다행히도 국방부가 SLBM 발사가 아니 사출이라고 정정해주는 바람에 덜 웃게 되긴 했지만….
이에 대해 ‘북한이SLBM을 쏘는 잠수함은 만들지 못했는지 몰라도 잠수함에서 쏘는 SLBM을 개발한 것은 사실이지 않느냐. 북한의 SLBM 개발을 우습게 보지 말라’라고 한다면 기자는 또 한 번 웃을 것이다. ‘미사일이 물속에서 물밖으로 나와 점화가 됐다고 해서 SLBM 개발이 완료됐다고 한다’면 정말 지나가던 소도 웃을 것이기 때문이다. SLBM 개발이 그렇게 쉽다고 생각하는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들에게 SLBM 개발은 그 다음부터라는 것을 꼭 말해주고 싶다.
로켓이나 미사일을 개발하려면 이들을 올려주는 엔진부터 만들어야 한다. 그 다음에는 표적까지 로켓이나 미사일을 보내주는 정교한 유도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이 시스템이 없다면 이 로켓이나 미사일은 폭주하는 기관차에 지나지 않는다. 그냥 씩씩 거리고 달리는 황소에 불과한 것이다. 그런 황소가 무섭다고? 그렇게 보는 것이 바로 전쟁 울렁증이다. 그러한 황소는 한 방이면 단 숨에 제거할 수 있다. 그런 황소를 맞힐 사람-저격수라고 할 것도 없다-은 충분히 있다.
심각한 전쟁 울렁증
이번에 사출된 북한의 SLBM은 100여 미터를 비행하고 물에 떨어졌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는 물밖으로만 나온 것이지 유도가 돼서 표적까지는 날아가지 못한 것이다. 쉽게 말하면 물속에서 SLBM을 담은 캐니스터로 보이는 것을 내보내니, 부력 등에 의해 캐니스터가 떠올랐고, 수면에 도달하자 수압이 약해져 캐니스터가 자동으로 열리고, 그 안에 있던 SLBM이 점화돼 솟아올랐을 뿐이다. 이러한 실험은 웬만한 나라에서는 다 할 수 있다.
이것이 진짜 SLBM이 되려면 점화한 다음 빠른 속도로 솟구치고 이어 자동항법장치 등이 가동되거나 GPS 유도를 받아 표적까지 정확히 날아가야 한다. 장거리 비행을 해야 하니 이러한 SLBM은 엄청난 화력을 내쏟는데, 그로 인한 진동도 견뎌내야 한다. 견디지 못하면 이 SLBM은 2006년 북한이 쏘았던 대포동2호처럼 공중폭발해 버린다. 실패작이 되는 것이다. SLBM 완성까지 북한이 가야 할 길은 멀고 먼 것이다.
대포동이나 노동 스커드-B를 유도하는 시스템을 이 SLBM에 넣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상 발사 탄도미사일과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은 다르다. 지상발사 탄도미사일은 미리 표적의 좌표를 입력해 놓고 있다. 그리고 필요시 바로 발사하면 된다. 그러나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은 잠수함 자체가 이동을 하기에 표적의 좌표를 넣어놓을 수가 없다.
발사할 때 맞히고자 하는 표적의 좌표를 넣어주어야 한다. 그런데 잠수함은 스스로 이동하는데다, SLBM은 잠수함에서 사출돼 물 밖으로 나오고, 점화된 다음에는 솟구쳐야 하고, 솟구친 다음에는 표적을 향해 방향을 돌려 비행해야 한다. 한 마디로 2번 혹은 3번 변곡점을 거쳐야 하는 것이니, 지상 발사 탄도미사일보다는 훨씬 더 정교한 기술이 필요하다. 북한은 이것을 개발하고 싶어하겠지만 쉽게 하지는 못할 것이다.
북한은 3차 핵실험을 했지만 핵폭탄이 될 수 있는 위력과 무게까지는 얻지 못하고 있다. 핵무기에 피하면 약한 위력과 핵무기에 비하면 매우 무거운 것을 갖고 핵보유국 행세를 하고 있다. 북한은 SLBM에 대해서도 같은 전략을 취할 것이다. 그들에게는 제대로 된 SLBM을 갖는 게 아니라, 주체적으로 개발한 SLBM이 있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다.
북한이 SLBM을 개발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걱정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전쟁 울렁증 증세를 보이는 것인데, 이들은 가장 간단한 방법을 외면하고 있다. SLBM 개발 시설과 인원을 제거해버리면 되는 것인데 그것은 애써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이는 북한의 핵개발에 대한 우리의 대응을 돌아보면 자명해진다.
북한에 SLBM을 개발할 시간을 주지 말라
1995년 북한이 핵개발을 한다는 것이 알려졌을 때 그렇게 강력한 미국도 영변 공습을 검토했다. 그 것외에는 북한의 핵개발 의지를 막을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김영삼 대통령이 전쟁을 일으키려고 하느냐며 결사적으로 막아 하지 못했다. 그리고 20년째 우리는 계속 북한의 핵무기를 두려워하고 지내고 있다. 북한이 보다 발전한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시간을 준 것은 우리라는 점을 간과하고 남 탓만 하고 지내고 있는 것이다.
전쟁을 결심할 수 없는 나라는 자기를 지키지 못한다. 나를 위협하는 세력이 있고, 그들이 그 뜻을 접으려 하지 않는다면 그들이 선공을 하기 전에 행동을 해 그들을 주저앉히는 것이 바로 억제력이다. 대한민국 국군은 억제를 강조하면서 실제로는 억제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군대다. 우리가 선공을 하면 북한이 전쟁을 일으킨다고?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북한의 핵시설이나 SLBM 개발 시설을 폭격했다고 해서 북한이 무조건 전쟁을 일으킨다고 보는 것이 전쟁울렁증이다. 전쟁은 애들이 싸우듯이 감정적으로 확 하는 것이 아니다. 전쟁에서 지면 죽음이 다가오기에 막상 결심을 하려면 신중해지는 것이 사람의 심리다. 북한이 전쟁을 하자고 위협하면 우리의 보수세력조차고 움찔하는 것이 바로 그것 때문이다.
그래서 전쟁을 앞두고는 누가 겁쟁이인지를 찾는 치킨 게임이 벌어진다. 그 게임에서 우리는 항상 패배했고 북한은 승리했기에, 북한은 형편 없는 국력에도 불구하고 우리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 SLBM 개발이 염려된다면 이를 제거하는 방법을 궁리하라. 북한의 SLBM을 제거하면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 그것이 걱정된다면 북한의 핵무기도 제거할 방법을 찾아보라. 그것을 무력으로만 해야 할 필요는 없다. 북한 내부에서 반란이 일어나 스스로 제거하게 하는 공작을 해도 된다. 요체는 걱정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행동을 하라는 것이다.
핵잠 개발만으로는 안 된다
미국과 중국이 반대할 것이라는 고정 관념에 빠져 있지 말고 그들을 설득해 동참시키거나, 우리의 행동을 막지 못하도록 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북한이 SLBM을 개발하고 있으니 우리도 핵잠을 개발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데, 우리는 이러한 여론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 중국으로 하여금 북한이 핵과 SLBM을 개발하도록 둔다면 우리는 핵잠을 개발하겠다며 압력을 넣어야 한다. 그리고 핵잠 개발을 본격화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북한의 SLBM을 없애지는 못하니 북한의 SLBM을 제거하는 별도의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북한의 SLBM은 아직은 엉터리다. 그러나 우리가 걱정만 하도 손을 놓고 있으면 상당히 완성돼 갈 것이다. 그것이 걱정된다면 지금 행동에 착수해야 한다. 그것이 통일 대박을 만드는 길이다. 통일은 전쟁을 결심할 수 있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출처 : 이정훈의 안보마당,
http://blog.donga.com/milhoon/archives/5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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