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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안보포럼'에서 미국은 그리 물었다. 한국은 왜 그런가?'

머린코341(mc341) 2015. 5. 26. 14:36

'한국은 왜 그런가?' (국제신문, 2015.05.25)
 
'한미 안보포럼'에서 미국은 그리 물었다

외교 제1전선 하와이 일본 활동 눈에 띄어 외교 고립 피하려면 밖으로 눈 돌려야
 
#1 시선이 멈춰섰다. 귀도 쫑긋 날을 세운다. 무어 '핵무기 보유'라고? 죽었거나, 잊혀졌거나, 금기어라 여겼던 단어가 거침없이 쏟아져 나왔다. 하와이대학 동서문화센터에서 열린 패널토의에서였다. 수석연구원 데니 로이가 한 말은 충격이다. "한국이 핵 보유해도 나쁠 게 없다." 이미 이런 기사를 1년 전에 쓴 적도 있단다. 반응은 "재밌네. 근데 안 좋은 생각이야" 정도. 북핵은 대화로 풀릴 일 아니니 핵 개발로 맞받아쳐야 협상 가능하다는 이야기였다. 프로그램 담당인 수잔 크레이펠스도 한몫 거든다. "한국이 선택하면 누가 막을까."

 

#2 핵 잠수함 공개는 또 다른 충격이었다. 태평양함대의 핵심 전력 아닌가. 대충 시늉만 할줄 알았다. 한데, 웬걸. 3층 구조로 된 내부까지 설명이 곁들여졌다. 문제는 '왜'라는 데 있다. 갓 나온 첨단 잠수함을 왜 한국 언론에 보여주는가. 기념 사진도 선물로 줬다. 이게 단순한 호의일 수는 없다. 무언가 알리기 위해서일 게다. 한국에 주는 메시지? 대북 메시지? 대중국 메시지? 아니면 모두 다 일 수도 있고. 북한의 잠수함 능력을 묻자 미국 잠수함 2대면 땡이란다. 과장된 듯하지만 위력 과시로 받아들여 진다.

 

11명의 중견 기자가 한국언론진흥재단, 편집인협회, 주한미대사관 직원과 함께 하와이를 다녀왔다. '한미 안보포럼'이란 이름으로 미 태평양사령부, 히캄공군기지, 태평양함대, 전쟁포로 및 실종자 수색국을 방문했다. 태평양 국립묘지, 아리조나호 국립묘지와 진주만도 둘러봤다. 이번이 10번째 행사. 그래서 그런지 격식을 갖춘 행사가 됐다. 군 관련 행사엔 장성급이 직접 브리핑했다. 그것도 차세대 미군을 이끌 엘리트들이라니 상당한 예우다.

 

의문은 계속된다. 왜일까? 한편으론 미국의 군사적 역량을 내보이는 걸로 비치기도 한다. 전 세계를 6개 권역으로 나눠 관리할 역량을 지닌 나라는 미국뿐이다. 이걸 보여주기 위한 것인가. 한편으론 태평양사령부의 역량이다. 지구의 절반, 전 세계 인구의 60%가 포함된 지역이다. 미국의 중심화력인 셈이다. 어렴풋한 느낌이지만 '아직은…'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는 듯하다. 미국만이 관리 가능하다는 암시 같은 것 말이다.

 

군 관계자들은 사드와 같은 민감한 문제는 조심스러워했다. 한국이 필요성을 검토해 판단하면 될 것이라는 정도. 반면 민간 차원에선 보다 솔직한 대화가 오갔다. 그런 점에서 국제전략연구소 태평양포럼, 동서문화센터와의 대화는 나름 값진 것이었다. 그들은 늘 한국이 아닌 세계적 관점, 아시아적 관점에서 바라볼 것을 주문했다. 한국민의 국수적인 시각을 지적한 걸로 보인다.

 

'한일 관계는 왜 그런가.' 이런 질문이 많았다. 미국과 베트남, 일본과 대만을 비교하면서. 말을 바꾸면 '한국은 왜 그런가'가 된다. 우리는 현재라 하는데, 그들은 과거라 했다. 한국 중심의 사고와 세계 중심 사고의 차이랄까.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가입은 우려와 당위성이 엇갈렸다. 북한의 핵 능력에 대해서는 반응이 싸늘하다. 핵 사용 능력은 없다는 단언이다. 중국에 대한 평가절하도 상당히 의외다. G2, 강대국이란 표현엔 거부감을 내보였다.

 

하와이 호놀룰루는 낭만의 도시가 아니었다. 와이키키 해변은 금발 미녀들의 천국이 아니었다. 뚱보 아줌마와 아저씨들이 즐비할 뿐. 환상의 도시보다는 군사외교의 제1 전선이라는 게 적합하지 싶다. 눈에 띄는 것은 일본의 활약상이다. 거리를 나서면 숱하게 마주치는 일본 사람들. 관광객뿐만 아니라 현지의 경제도 상당 부분 일본인의 몫이었다.

 

군사외교 분야 역시 일본의 세가 두드러진다. '한미 안보포럼'에서 미국인들은 일본의 과거와 현재는 다르다고 확신한다. 군사분야 전반에 걸쳐 일본은 인적 교류가 왕성하다는 게 한국 영사관 관계자의 설명이다. 단순히 정상외교만이 아니라 일선에까지 인적 네트워크가 뻗쳐 있다는 것이다. 우리도 나름 열심히 노력하지만 규모와 질에서 열세다.

 

이번 방문은 시야를 교정하는 나름의 계기가 될 듯하다. 늘 우리식만 고집하다간 어려움에 봉착한다는 것, 시야를 넓혀 전체 속의 우리를 봐야 된다는 것, 그런 걸 생각해야 할 듯하다. 우리 언론이 유달리 외신을 소홀히하는 것도 좁은 시야의 원인이 아닌가 한다. 국제문제를 다루는 국책기관, 민간 단체가 태부족인 것도 마찬가지다. 시선은 힘과 직결된다. 그걸 알아야 하지 않을까.

 

다시, 국내로 돌아온 귓전엔 정치 문제로 요란하다. 총리 후보 인준이며, 공무원 연금이며, 야당의 분열이며, 해군의 부패 문제며…. 밖을 보지 못하고 안에서 지지고 볶는 우리의 현주소다. 해양을 통해 밖으로 시야를 넓히지 않는 한 '역사는 반복된다'는 걸 되뇌어야 할 듯하다. 내륙족들이 득실거리는 한, 해양족들이 구석으로 밀려나는 한 한국의 위상은 종속변수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그런 생각이 앙금처럼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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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국제신문, 논설주간 aiwi@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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