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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협상 때 이례적 전진 배치 北 도발 억제한 미군 무기들

머린코341(mc341) 2015. 10. 15. 19:37

남북협상 때 이례적 전진 배치 北 도발 억제한 미군 무기들


▲ B-52 폭격기


   남북 고위급 회담이 시작된 지난 8월 22일 밤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에 주한미군의 MLRS(다연장로켓)가 최전방 지역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기자들에게 포착됐다. 이날 오후 5시까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지 않을 경우 군사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북한의 최후통첩 때문에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로 달했다가 전격적인 고위급 대화로 긴장이 한풀 꺾인 상태에서 주한미군 장비의 이동은 이례적이었다.
  
   MLRS의 이동은 두 가지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지금까지 북한의 국지도발 때 미군은 정찰위성과 U-2기 등 정보감시 자산들 위주로 지원하고 타격무기는 지원하지 않았다. 2010년 연평도 포격 도발 때도 그랬다. 전면전이 아닌 국지도발의 경우 한국군이 스스로 해결하라는 얘기였던 셈이다. 하지만 이번엔 북한의 고강도 도발위협에 이례적으로 미군이 타격무기까지 지원했다.
  
   두 번째는 MLRS가 엄청난 타격무기라는 점이다. 직경 227㎜ 로켓 12발을 장전하는 화력은 155㎜ 이상 사포 18발을 동시에 발사한 결과와 같다고 한다. 로켓 1발은 최대 45㎞ 떨어진 축구장 3배 면적을 초토화할 수 있다. M-26 로켓탄두는 644개의 M77 DPICM(이중목적고폭탄) 자탄을 포함하는데, 한 개의 자탄은 수류탄과 비슷한 위력을 갖고 있다. MLRS가 빠른 재장전 능력을 갖고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구형 다연장 로켓은 한 발 한 발 손으로 장전해야 하지만 MLRS는 3분 안에 재장전이 가능하다. 1991년 걸프전 때 이라크군이 MLRS를 ‘강철 비(Steel Rain)’라 부르며 가장 무서워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주한미군에서 MLRS를 보유한 핵심 타격부대는 미 2사단 210화력여단이다. 210화력여단의 화력은 한국군 1개 군단에 버금가는 것으로 평가된다. 210화력여단이 이번 북한 도발사태 때 한국군 지원 태세를 취해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10화력여단은 미 2사단 소속으로 동두천의 캠프 케이시에 주둔하고 있다. 2사단에 화력을 지원하고 북한 장사정포 전력을 견제하는 역할을 한다. M109A6 자주포 1개 대대, MLRS 2개 대대로 편성돼 있으며 1개 대대는 18~24문의 포로 구성돼 있다. M109A6은 한국군의 K-9 자주포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무기이고, 핵심 전력은 MLRS이다. 210화력여단은 지난 3월 26일 강원도 철원군 담터계곡의 모 훈련장에서 MLRS 실사격 훈련 모습을 한국 언론에 공개하기도 했다.
  
   남북 고위급 회담이 팽팽한 줄다리기를 계속하던 지난 8월 24일엔 국방부가 미국 전략자산의 배치 검토 사실을 발표해 대북 압박수위를 높였다. 국방부 김민석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을 통해 “한·미는 현재 한반도 위기 상황을 지속적으로 주시하면서 미군 전략자산의 전개 시점을 탄력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검토 중인 미군 전략자산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지만 소식통들은 괌 앤더슨 기지의 B-52 전략폭격기와 B-2 스텔스 폭격기, 일본 요코스카에 배치돼 있는 로스앤젤레스급(級) 원자력추진 공격용 잠수함, 원자력추진 항공모함 전단이 그 검토 대상이라고 전했다.
  
   이 중 특히 B-52 전략폭격기와 B-2 스텔스 폭격기는 김정은이 매우 예민한 반응을 보여온 무기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이 중 B-52 폭격기는 ‘할아버지, 아버지, 아들 3대가 대를 이어 타는 최장수 폭격기’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구형 무기다. 1952년 첫 비행을 해 60년이 넘었다. 몇 차례 퇴역 위기를 맞았던 B-52는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를 통해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등과 함께 ‘미 핵보복 3축’ 중 한 축을 맡아 왔다.



▲ (왼쪽부터) 210화력여단의 다연장 로켓. B2폭격기 핵폭탄 투하 모습.


   B-52는 길이 49m, 폭 56m, 무게 221t의 대형 폭격기다. 최고 시속은 957㎞로 음속에는 미치지 못한다. 반면 폭탄·미사일 탑재량은 31t에 달한다. 당초 핵폭탄 등 폭탄만 탑재했지만 개량을 통해 크루즈미사일 등 핵탄두 공대지미사일을 장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됐다. 사거리 2500㎞인 AGM-86 ALCM과 사거리 3000㎞인 AGM-129 ACM 크루즈미사일은 폭발력이 200㏏(킬로톤·1㏏은 TNT폭약 1000t의 위력에 해당)에 달한다.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1945년 떨어진 핵폭탄이 15~22㏏이었던 것에 비춰 보면 B-52가 탑재하는 핵탄두 미사일의 엄청난 위력을 짐작할 수 있다. 걸프전에서도 B-52는 두드러진 활약을 했다. 80여대의 B-52가 투입돼 1600여회의 비행을 하면서 2만5000t의 폭탄을 투하했다.
  
   아프가니스탄전 초기에 투하된 폭탄의 72%는 B-52 10대와 B-1 8대가 떨어뜨린 것이었다. 미 공군은 2040년까지 B-52를 계속 사용할 계획이어서 탄생 후 90년 가까이 일선에서 활약하는 최장수 폭격기 기록을 세울 전망이다. B-52는 37년 전인 1976년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에 따른 ‘미루나무 절단작전’ 때에도 한반도에 출동해 북한에 무력시위를 벌였다.
  
   B-2 스텔스 폭격기는 미군 폭격기 중 최신형이고, 가장 비싸며, 김정은이 가장 두려워하는 존재다. B-2는 길이 20m, 폭 52m, 무게 71t으로 전투기보다 훨씬 크다. 스텔스 성능으로 레이더에는 거의 잡히지 않는다. 레이더에는 아이들이 갖고 노는 작은 유리구슬이 레이더 전파를 반사하는 정도의 크기로 나타나기 때문에 감시병의 눈으로는 식별하기 힘들다고 한다. 각종 미사일과 폭탄 23t을 탑재할 수 있다. 총 21대밖에 생산되지 않았고 대당 가격이 20억달러에 달해 ‘금으로 만든 비행기’라는 별명을 얻었다. 괌 앤더슨 기지에 종종 배치돼 한반도 상공에 비밀리에 출동해 여러 차례 폭격훈련을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B-2는 1999년 나토의 유고연방 공습작전을 시작으로 실전에 투입돼 왔다. 당시 6대의 B-2 폭격기는 656발의 JDAM 등 스마트폭탄을 투하했다. 아프가니스탄전과 이라크전에도 투입돼 활약했다. 리비아 공습작전인 ‘오디세이의 새벽’에선 3대의 B-2 폭격기가 45발의 JDAM을 나눠 싣고 지구의 절반에 해당하는 8300㎞를 날아 목표물을 공습한 뒤 기지로 복귀하기도 했다. 군 소식통은 “북한의 비대칭 위협에 대한 대응으로 김정은 등 정권 수뇌에 대한 참수작전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이때 가장 유용한 무기 중의 하나가 B-2 스텔스 폭격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간조선] 2015.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