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부사관 글/해병하사 홍윤기

호이안 전선의 전운(戰雲)(9)

머린코341(mc341) 2015. 11. 3. 13:29

호이안 전선의 전운(戰雲)(9)

 

1968년에는 국내에서도 심상치 않은 사건이 발생한 해이기도 했다.


연초 1월21일 김 신조 사건으로 알려진 북괴군 특수부대가 청와대 뒷산에까지 침투했다는 소식이 전장에서 생사의 전투를 하고 있는 우리들에게 알려졌다.


구정대공세로 지칠 대로 지친 대원들은 “귀국하자” 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본국의 우리군은 무엇을 하고 있기에 놈들이 청와대 근처까지 왔느냐?” 고 흥분하고 있었다.


“남의 나라 전쟁에서 우리가 죽어가고 있는 동안 내 부모 내 형제가 있는 우리나라는 북한의 침략으로 또 그 전쟁을 해야 하느냐?”

 

이것이 귀국해야 한다는 명분이기도 했다. 1953년에 한국전쟁이 휴전이 되었으니 불과 15년이 지났을 뿐인데 실전경험을 가진 우리들이 돌아가서 “응징하자” 는 애국충정이 하마터면 사상초유의 집단 항명사건으로 확대될 뻔 했다.


귀국하면 곧 제대한다며 들뜬 기분으로 귀국한 소위 귀국 장병들은 김 신조 사건으로 제대가 무기한 연장되었고, 보직 없이 부대에서 빈둥(?)거리는 軍 백수가 된 셈이다.


“일이일 사태 무장공비, 공비가 웬 말이냐?
67년도 제대할 몸 68년이 웬 말이냐?
신조 때문에 신조 때문에 잊지 못할 김 신조
신조 때문에 신조 때문에 이 밤도 한잔 또 했다.”


당시 유명한 가수 조미미의 "바다가 육지라면” 이라는 대중가요에 가사를 바꿔 부르며 윗사람들의 눈을 피해 술을 마시며 연장된 제대에 대한 불만을 해소시키고 있었다.


좀 이른 시간이지만 석식을 일찍 한 것은 저녁에 유일한 즐거움인 영화 Com bat을 보기위해서다.


석식을 마치고 주계에서 연병장을 가로질러 사무실 쪽으로 오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굉음이 들린다.


깜짝 놀라 순간적으로 엄폐할곳을 찾아 뛰면서 하늘을 보니, 팬텀기가 꼬리에 불꽃을 매단 채 곤두박질하면서 날아오고 있었다.


바로 우리부대 복판으로 떨어질 것 같았다.


그러나 팬텀기는 부대에서 멀찍이 떨어진 어느 정글에 떨어지기 직전에 두개의 물체가 튀어나오더니 곧 큰 폭발음과 함께 불길이 치솟았다. 그러자 즉시 미군의 건 쉽(무장헬기)이 날아가는 것이 보였다.


후에 들은 얘기로는 이 최첨단 전투기가 적 소총에 맞고 추락했다고 한다.


분리되어 튀어나온 것은 조종사와 조종사가 앉았던 의자였고 조종사는 그렇게 탈출에 성공했다.


여담이지만 부자나라인 미국은 그런 위기 상황에 비행기를 버리고 “탈출하라”고 해서 조종사의 안전을 우선 고려 하지만 우리는 그 경우 어떻게 하든지 막말로 조종사가 죽는 한이 있어도 비행기를 살려야 한다고 들었다. 이것이 가난한 나라의 군인과 부자나라의 군인의 다른 점인 것이다.


우리부대 7중대 우측에 미 포병 중대가 배속되어 있다는 것은 이미 기술 했거니와 내 동기생들이 7중대에 있어서 자주 7중대에 갔었는데 그때마다 미군들과 어울려 맥주를 마실 일이 많았다.


이 미국친구들 언제나 저희들이 “일등국민”임을 강조하고 우리들 앞에서 우쭐댄다.


우리가 누군가? 열 받으면 앞뒤고려하지 않고, 일을 저지르는 해병이고 그 해병 중에 선택받은 청룡이 아니던가?

 

“야! 양키 너 지금 뭐라고 했어 야! 이 ㅆㅅ야! 네놈들이 일등국민이면 우리 코리언은 특등국민이다. 너 알아? 인마 특등이 뭔지?”


우리가  새카맣게 탄 얼굴에 눈을 반짝이며 한손을 높이 쳐들면서 되지도 않는 영어와 손짓발짓을 해가며 눈을 부라린다.


“오! 노 아메리칸 일등국민, 코리안 일등국민 우리 모두 일등국민”
이라며 엄살을 부린다. 그들은 우리대원 모두가 태권도를 한다고 믿고 있었다.


“일등국민” 그랬다. 일등국민이 되고 싶었다. 아니 일등국민은 아니더라도 부자나라가 될 수 있다면, 이 젊은 목숨 이 땅에 버린다 한들 아쉬울 게 없을 것 같았다. 미군들은 그 전장에서도 일등국민으로서의 여유로움이 있었다.


가끔 그들은 카메라 등 귀중품을 가지고 와서 우리 대원들의 청룡배지와 1:1교환을 간청해서 우리대원들이 횡재(?) 하기도 했다.


그 무렵의 어느 날 사무실에서 나는 우리대대에 배속된 월남군 중사가 부대에 있었던 날과 외박한 날짜를 점검하고 있었는데,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그가 부대에 있던 날에는 적의 라켓포가 날아오지 않았고, 그가 외박한 날에는 어김없이 그 라켓포가 날아왔던 것이다.


“이거 좀 이상한데, 대대장에게 보고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했다.


이 날은 마침 Com bat상영이 있는 날이었다. 영화를 볼 때는 연병장에 근무자를 제외한 대원들이 모여 앉는다.


그런데, 이 월남군 중사가 내게 외박하겠다고 보고를 해 왔다.


내 생각이 맞는다면 오늘밤에 라켓이 날아올 것이다.


대원들이 한자리에 모였을 때 라켓공격을 받는다면 상상하기도 싫은 결과가 올 것이다. 막아야 했다. 아무리 전장의 유일한 낙이라 해도 상영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 나는 대대장 에게 영화 상영을 중단해줄 것을 건의했다.


“왜? 그래? 대원들이 좋아하지 않나?”

“다음엔 모르겠습니다. 허지만 오늘은 중단해 주십시오.”

“그래 알겠는데 이유가 뭔가?”

“저 그 친구 월남인중사가 밖에 나갔습니다.”

“그것과 연관이 있나?”

“확실하게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허지만 지난 몇 주째 그가 밖에 나간 날은 어김없이 라켓포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뭐? 그걸 왜? 인제 보고하나?”

“저도 오늘 그것을 발견 했습니다.”

“놈이 첩자인가?”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허니....”

“알았다 영화 상영은 중단한다.”


대대장은 내 건의를 수락하고,나에게 그의동태를 계속주시하라고 지시한 후 본부중대장을 비롯한 참모 들을 소집했다.


출처 : 천자봉쉼터, 初心(홍윤기)님  http://www.rokmcm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