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없는 세상 만든다더니"…미국 핵무기 첨단 소형화 논란

"핵 없는 세상 만든다더니"…미국 핵무기 첨단 소형화 논란

 '스마트 원폭' 실험에 "핵위협 감소에 기여" vs "비핵화 위배" 
  

원자폭탄의 버섯구름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지난해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새로운 핵실험을 위한 터널 굴착공사에 나섰다는 징후가 포착될 무렵 미국은 네바다 사막에서 소형 핵무기 실험을 했다.

B61 핵폭탄을 개량해 터널과 같은 깊은 곳에 있는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게 하고, 부수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목표물에 따라 폭발력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한 'B61-12'의 성능 테스트였다.

일종의 컴퓨터 두뇌를 탑재해 목표물을 탐지할 수 있도록 미사일 날개도 조종할 수 있는 첫 '스마트 원자폭탄'으로 개량한 것으로, 북한 등의 핵위협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2009년 체코 프라하에서 '핵 없는 세상' 연설 하는 오바마 대통령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처럼 미국이 핵무기의 위력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무기를 현대화하는 것을 둘러싸고 이것이 비핵화를 향해 나아가는 것인지 역행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09년 '핵 없는 세상' 비전을 제시하며 취임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취임 초기 무기 개량보다는 감축에 재원을 투입했다.

이어 2010년 더이상 새로운 핵탄두를 개발하거나 새로운 군사 임무를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며, 옛 핵무기의 부품을 재배치해 다른 무기로 재개발한다는 핵무기 현대화 계획을 내놓았다.

지난해 테스트한 B61-12도 미국 정부가 30년간 1조 달러(약 1천210조원)를 투입해 추진하는 핵무기 현대화 작업의 결과물이었다.

미국 정부 측은 핵무기를 더 소형화하고, 성능 신뢰도를 높이면 적으로부터 받는 위협도 줄어들기 때문에 핵무기를 사용할 기회도 더 줄어든다고 주장한다. 그렇기 때문에 핵무기를 더이상 개발하지 않겠다던 오바마 대통령의 약속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브라이언 매컨 전 국방부 정책차관은 "신형 B61 핵폭탄과 같은 무기 현대화가 전략적 안정성을 높일 것"이라며 오바마 정부가 지난 10년간 전세계 핵위협을 줄이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원자폭탄의 버섯구름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과거 백악관에서 핵무기 현대화 계획 수립에 참여했던 제임스 밀러도 "핵무기를 더 작고 정확하게 만들면 민간인 희생을 최소화면서 미국의 핵억지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합동참모본부 부의장을 역임한 제임스 카트라이트 예비역 대장은 이를 두고 "권총의 방아쇠를 더 당기기 쉽게 만들면서 방아쇠를 당길 일이 더 줄어들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핵무기 소형화가 오히려 핵무기 사용을 용이하게 할 것이라고 비판한다.

지난 2013년 말 전직 정부 관계자들과 민간 과학자들이 80쪽 분량의 비평을 내고 핵무기 현대화가 새로운 핵탄두를 개발하지 않겠다는 오바마 정부의 약속을 위반하는 것으로 조목조목 비판한 바 있다.

핵무기의 파괴력은 작아지고 정확성은 높아지면 방사능 피해나 민간인 사상 등 부수적 피해가 적을 것이라는 생각에 현장에서 보다 쉽게 핵무기 사용을 결정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핵무기 현대화에 투입되는 막대한 비용도 문제다.

앤드루 웨버 전 백악관 핵무기위원회 국장은 핵무기 현대화에 대해 "비용이 지나치게 많이 들고 필요하지도 않은 일"이라며 순항 미사일 1천 개가량을 개량하는 데 최고 300억 달러(약 36조원)가 소요된다고 말했다.

엘런 타우셔 전 국무부 군축담당 차관은 NYT에 "무기 감축에 대한 기대를 갖고 정부에 합류했던 사람들 다수가 지금 실망감을 느끼고 있다"며 "우리를 전혀 안전하게 지켜주지 않을 일에 수십억 달러를 쓰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2016.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