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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육군의 새로운 초급장교 리더십 개발 모델

머린코341(mc341) 2016. 5. 1. 20:00

30년 만에 대변혁 ‘이론보다 창의’ 본궤도


<15> 美 육군의 새로운 초급장교 리더십 개발 모델



이론은 온라인에서 - 실습 훈련도 아웃소싱... 아랍어 등 언어교육 중점
참전 경험 교관으로 ‘물갈이’ - 전장상황 갈수록 예측불허... 새 환경 맞춰 기존 틀 깨
자격 미달 ROTC 퇴출 - 내년까지 13곳 도태키로...혁신적 분위기 조성 주력


실제 공중강습작전 훈련을 하기 위해 이륙대기 중인 ROTC 후보생의 모습. 필자제공


육군 지정 40개국서 후보생들 3주 이상  문화체험
 
육군의 새로운 초급장교 리더십 개발 모델이 시범적용을 마치고 본격적인 궤도에 올라섰다. 기존의 프로그램은 1980년 오하이오 주립대학의 ROTC 교육훈련단에서 개발한 모델을 차용한 것이다. 그러니 거의 30년 만의 변화다. 스스로도 ‘과감한 변혁’이라고 부를 만큼 기존의 틀을 완전히 바꾸었다. 무엇을 얼마나, 왜 바꾸었을까?


간부 양성 교육에서 가장 기본적인 교육훈련 과제는 구급법·사격술·지휘통제·독도법이다. 통상 교관이 강의실에서 이론을 가르치고 이를 바탕으로 실습한 후 평가를 한다.


그런데 미 육군의 새로운 프로그램에서는 이론 교육 시간을 대폭 줄였다. 각 과목에 대한 이론적 이해는 온라인 학습 프로그램을 통해 개인이 이수해야 한다. 실습이 필요한 훈련도 최대한 아웃소싱을 이용한다. 이를 테면 구급법은 평생교육센터나 지역 YMCA에서 이수하고 지휘통제(리더십)는 일반 대학의 교양과목을 이수하면 점수가 인정되는 식이다.


이를 통해 확보한 시간은 학교기관 등에서 제3국의 문화 및 언어 교육, 창의적 문제해결능력과 같은 새로운 과목을 가르치는 데 사용한다. 문화 및 언어 교육은 실제로 중동이나 아시아 국가의 문화를 체험하고 기본적인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데 중점을 뒀다.


후보생들은 대학에서 관련 강의를 이수한 후 방학 기간 등을 이용해 육군이 지정한 40개국 중 하나를 택해 3주 이상 해당국에서 직접 문화를 체험한다. 또한 창의적 문제해결능력 과목 이수는 벤처나 스타트업 같은 창의적인 기업이나 인권·자연보호 등에 관련된 비정부기구를 찾아가 인터뷰를 하거나 짧은 기간 인턴으로 일하는 식이다.


집체교육이나 입영훈련 때는 각 과목을 단순히 주입식·단계적으로 가르치는 것에서 벗어나 분대급 이상의 전술종합과목을 구성, 실제 전장과 유사한 환경에서 스스로 문제의 해결법을 찾아 훈련할 수 있도록 했다.


이때 전술종합과목의 구성은 훈련생들 스스로가 하도록 권장된다. 학교 측에서 제시한 기본적인 가정과 제한사항을 읽고 팀 단위로 전장환경과 위협을 조합해 풀어야 할 문제를 만드는 것이다. 주어진 문제를 푸는 데 주안을 두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문제인가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 문제를 스스로 만들고 새로운 해결법을 창안할 수 있도록 했다.


ROTC 후보생이 전투장비를 착용하고 하천장애물 극복 훈련을 하는 장면. 필자 제공


기상천외한 상황에 처했을 때는?


필자가 들은 이라크전 참전자의 일화가 ‘스스로 문제의 해결법을 찾아 훈련’하는 이유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2009년 미 합동참모대학에서 ‘작전설계론(Operational Design)’ 수업을 들을 때의 일이다. 강의 서두에 담당 교수는 왜 새삼 군대에 문제가 무엇인가를 파악하는 능력, 창의적으로 해법을 만드는 능력이 필요한지를 강조하면서 사례를 하나 소개했다.


“이라크전의 군사작전 단계가 마무리되고 민사지원 및 재건을 시작할 무렵이었어요. 어떤 부대는 전투가 아닌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았습니다. 그중에는 전혀 생각지 못한 것도 있었죠. 특히 이라크 대도시에 있던 한 대대는 ‘동물원 기능 유지’를 맡았습니다.”


“그 동물원에는 희귀 동물이 많았는데 이들이 폐사하기라도 하면 세계적인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컸죠. 하지만 그 대대가 뭘 할 수 있었겠습니까? 기존에 사용하던 계획수립 절차는 하나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전쟁을 앞두고 기계처럼 움직일 수 있었던 전술적 숙련도는 동물원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물은 안 나오고 전기는 차단됐습니다. 무엇부터 손을 대야 할지 알 수 없었습니다.”


“결론적으로 그 대대는 시간이 멈춘 마을에 있는 주민들처럼 되었습니다. 사고가 멈춘 것 같았어요. 소용없는 계획을 세우고 다시 고치는 데 시간을 허비하고 시행착오를 반복하면서 동물들은 죽어갔습니다.”


한 가지 주목할 사실은 미군이 작전을 계획하고 준비할 때, 전처럼 기계적으로 우리가 전술적 결심수립절차 혹은 부대지휘절차라고 부르는 의사결정 모델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군사학교와 교육기관에서도 우선 ‘문제 해결’과 관련된 일반론과 새롭게 정리한 ‘문제 해결 절차’를 먼저 학습한 후 다양한 문제 해결 절차 중의 하나로 전술적 결심수립절차를 가르친다. 소개 차원에서 미 육군에서 새로 적용하고 있는 문제 해결 절차는 크게 다음의 7단계로 나뉜다(기존의 부대지휘절차와 완전히 달라 보이지는 않지만 예를 들어, 4단계 ‘가용한 방책 개발’에서 사용하는 방법론이나 툴을 보면 기존의 틀을 깬 방식을 도입한 것을 알 수 있다).


프로그램 혁신 과정에서 가장 힘든 것이 무엇이었느냐고 물었을 때 미 육군 ROTC의 총책임자였던 제프리 스미스(Jefforey Smith) 장군은 ‘교관단의 교체’라고 대답했다. 그는 민간인과 예비역을 고용해 ROTC 교관으로 활용한 미 육군의 정책을 다시 되돌려 놓았다. 그 과정에서 상당한 반발이 있었지만 제프리 스미스 장군은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교관단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참전 경험이 있는 인원들로 대폭 교체돼야 합니다. 실제 전투 현장에서 나의 사고와 마음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또 그런 곳에서 전혀 예측하지 못한 과업이 주어질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직접 체험한 인원만이 미래의 간부가 될 후보생들을 제대로 교육할 수 있습니다.”


교관단뿐만이 아니다. 학교의 투자가 미흡하고 성적이 좋지 않은 ROTC는 과감히 폐지하는 중이다. 미국의 대학 중 현재 ROTC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는 곳은 1300개다(ROTC 교육단을 교내에 두고 있는 곳은 275개이며, 나머지는 ROTC 교육단이 있는 학교로 후보생들을 보내 훈련시키고 있다). 이들 학교에서 매해 3만3000여 명의 후보생들이 교육훈련을 받는다. 이들이 전 세계에 파병된 미군의 첨단을 날카롭게 유지하는 첨병이 된다.


그러므로 기본적인 교육훈련 여건을 갖추지 못했거나 우수한 성적을 내지 못하는 학교는 시정 기간을 부여한 후 기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내년까지 사우스다코타 대학 등 13개 학교의 ROTC 프로그램이 없어질 예정이다.


장교는 항시 미래를 준비하며 살아간다. 그런데 군 생활의 어느 지점에 도달하면 단순히 자기 자신과 지휘하는 부대의 미래를 준비하는 것을 넘어 장교단의 대표로서 다음 세대의 미래를 준비하도록 요구받는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거쳐 장교 개개인의 지적 성취, 가치관, 국가관 같은 것이 장교단의 전통, 군 문화와 같은 형태·방향성을 갖춘 것으로 정제된다. 이는 단순히 과거를 보존하는 방식으로서뿐만 아니라 제프리 스미스 장군이 했던 것처럼 과거와 현재를 부정하고 새로운 미래를 제시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기도 한다.


<남보람 소령 / 군사편찬연구소>


[국방일보] 2016.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