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새롭게 개척한 경기관총 FN 미니미 기관총
▲ 200발 탄띠 급탄식 탄창을 장착한 초기형 미니미. 미국에서는 M249라는 제식명으로 불린다.
야심만만하게 도입한 M14전투소총(이하 M14)이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자 그 대안으로 선택된 M16자동소총(이하 M16)은 이후 총기 역사에 새로운 장을 개척하였다. 그러나 야전에서 사용하는 총탄이 이리저리 나뉘게 되면서 문제점도 노출시켰다. 맥아더가 육군 참모총장 당시에 M1개런드(이하 M1)가 .276구경으로 설계되었던 점을 들어 채택을 거부하였던 비화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군 당국은 되도록 탄을 하나로 통일하려는 정책을 유지한다.
가장 큰 이유는 보급 체계를 단순화하여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제2차 대전 당시에 미군이 표준으로 사용하던 M1, BAR 자동화기(이하 BAR), M1919기관총 모두가 7.62mm 구경의 스프링필드탄을 사용하였다. 전후 NATO체계가 성립되면서 미국의 주도로 스프링필드탄을 약간 단축한 7.62x51mm NATO탄을 표준으로 선택하였을 만큼 탄 규격의 통일에 관한 미국의 의지는 확고하였고, 그것은 사실 올바른 정책이었다.
그런데 5.56x45mm탄을 채택한 M16이 등장하자 7.62mm NATO탄은 M60기관총(이하 M60)에서만 사용되어 일선에서 보급과 관련한 불평이 제기되었다. 그러면서 5.56mm탄을 사용하는 새로운 기관총의 개발이 요구되었다. M16으로 재미를 본 콜트를 비롯한 수많은 제작사들이 참여한 경쟁에서 당당히 채택된 기관총은 벨기에 파브리크 나시오날 드 헤르스탈(Fabrique Nationale de Herstal 이하 FN)사의 FN 미니미(FN Minimi, 이하 미니미)였다.
▲ 개량형 M249로 사격 중인 미 해병대원
새로운 탄환의 등장
▲ 7.62mm NATO탄(좌)와 5.56mm NATO탄. 새로운 규격이 정해지면서 총기의 변화도 함께 이루어졌다.
NATO탄의 등장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총기 제작사들에게 하나의 지침이 되었다. 제2차 대전 당시 최고의 명성을 날린 MG42기관총이 전후 제정된 서방 권의 새로운 총탄 규격에 맞춘 MG3기관총으로 변신한 예처럼, 기존에 사용하던 총들도 개조되어야 했다. 새롭게 개발되는 총들은 당연히 처음부터 이에 맞춰 제작되었고 이런 정책을 앞장서서 주도한 미국도 충실히 이행하였다.
그래서 월남전 참전 초기에 사용한 M14, M60 모두가 7.62mm 규격의 NATO탄을 사용하였다. 그런데 정작 다른 규격의 새로운 탄을 도입하는데 미국이 앞장서자 많은 총기 제작사들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만일 다른 국가에서 그랬다면 불가능하였겠지만 정작 미국이 마음을 바꾸다 보니 5.56x45mm탄 또한 새로운 규격의 NATO탄이 되었다. 당연히 이에 맞는 총기의 개발도 함께 이루어지게 되었다.
FN FAL전투소총이나 FN MAG기관총을 개발하여 명성을 날리던 FN사는 5.56mm탄이 대세가 될 것임을 확신하고 일찍부터 이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개념의 기관총 개발에 착수한 상태였다. 제2차 대전 이후 자동소총이 대세가 되면서 BAR같은 지원화기는 더 이상 필요 없을 것으로 여겼지만 FN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들은 경기관총이 계속 필요할 것이라 생각하였고 덕분에 경쟁사들보다 앞서 갈 수 있었다.
▲ 벨기에 헤스탈에 위치한 FN 공장 전경. 비록 규모는 작지만 FAL, 미니미, MAG, P-90 같은 유명 총기를 개발한 세계적인 방산 업체다.
앞날을 내다 본 준비
▲ 총신을 단축하여 휴대성을 높인 M249 파라(Para)를 사용 중인 미군
M60처럼 제2차 대전 후 서방의 표준 지원화기로 등장한 7.62mm 구경의 기관총들은 사실 중기관총에 가까웠다. 물론 한 세대 전의 중기관총에 비해 상당히 가벼워져서 사수 혼자 들고서 사격할 수도 있었지만 극히 예외적이었다. 본체뿐 아니라 총탄과 부속장비를 합하면 대개 20kg가까이 나갔고 이는 소부대의 기동력을 저하시키는 요소였다. 그래서 미군 일선에서는 이미 퇴역한 BAR를 휴대하고 다니는 경우까지 있었다.
특히 M16을 사용하면서 보병들의 전투 및 기동 환경이 비약적으로 개선되자 M60은 더욱 더 무거운 장비로 인식이 되었다. 더불어 처음 언급한 것처럼 탄 규격이 상이한 것도 상당히 불편한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바로 이러한 문제점을 꿰뚫고 있던 FN은 새로운 5.56mm NATO탄을 공통으로 사용하는 자동소총과 기관총의 조합이 새로운 대세가 될 것임을 확신하였던 것이었고 그렇게 개념 연구와 개발이 병행하였다.
바로 이때 미군 당국은 무게 10kg이하에 5만발을 쏘아도 문제가 없는 탄띠 급탄식 기관총의 구체적인 조건을 제기하며 사업 개시를 선언하였다. 쉽게 말해 일선 보병들과 함께 기동하며 작전을 펼치는 개념으로, 흔히 이를 분대지원화기(SAW, Squad Automatic Weapon)라 한다. 하지만 새롭게 등장한 이론이 아니라 이전부터 존재하던 개념을 보다 구체화한 것에 불과한 것이다. 한마디로 원한 것은 가벼운 기관총이고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바로 미니미다.
탁월한 성능
▲ F89라는 이름으로 라이선스 생산한 미니미로 사격 중인 오스트레일리아군. 40여 개국에서 사용할 정도로 상업적으로도 대성공한 기관총이다.
미니미는 1974년 있었던 사업 경쟁에 가장 늦게 참여한 후보였지만 테스트결과 당당히 채택되었다. 사실 미군 제식 장비로 외국산이 선정되는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은데, 특히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총기 분야는 더욱 그러하다. 한마디로 미국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였다. 하지만 200발 탄띠를 포함해서 10kg을 넘지 않도록 요구하였던 군 당국의 조건에 유일하게 근접하였던 후보였다.
더불어 내구성에서도 탁월한 성적을 내었다. 1980년 XM249라는 임시 이름을 부여 받은 미니미는 미군이 참전할 수 있는 다양한 기후, 풍토 환경을 고려한 여러 시험에서 기준을 훨씬 상회하는 결과를 보였다. 이에 만족한 미군은 1982년 정식 기본 제식화기로 선정하며 M249라 명명하였다. M249는 부가 장비의 부착이 가능한 레일 등이 부착되며 무게가 조금 증가하는 등의 일부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미니미라 해도 무방하다.
전통적으로 SAW로 취급하는 무기의 공통점은 소총과 호환성이 크며 뛰어난 연사력을 바탕으로 강력한 화력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소총과 같은 종류의 탄을 사용하는 것이 기본 철칙인데, 새롭게 등장한 5.56mm탄은 소총의 역사도 새롭게 썼지만 화력지원용 무기의 역사 또한 크게 바꾸었다. 미군이 오랫동안 SAW 용도로 사용한 BAR와 무게는 비슷하지만 효과에서는 미니미가 더욱 강력하다는 것으로 모든 것이 설명된다.
▲ 캐나다에서 C9이라는 제식명으로 라이선스 생산하여 사용하고 있다.
총에 대한 자부심만큼 결코 뒤지 않은 미국도 M249라는 이름으로 군말 없이 채택하였을 만큼 미니미에 대한 일선의 반응은 좋은 편이다. 여러 나라에 수출되어 실전에도 사용되다 보니 정작 개발국인 벨기에서 보다 해외에서 더욱 명성을 얻었다. 현재 국군이 사용하고 일부 국가에 수출되기도 한 K3 기관총도 미니미의 영향을 상당히 많이 받았을 만큼 이후 등장한 여러 종류의 유사 기관총 개발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끊임없는 변신
아무리 돌격소총이 등장하고 전투 환경이 바뀌었어도 보병 바로 옆에서 화력을 투사하는 무기가 필요하다는 점은 불변이다. 제2차 대전에서 다목적 기관총이 그런 역할을 담당하였고 이후에도 그럴 것으로 예측되었지만 보다 경량이고 사용하기 편리한 기관총에 대한 일선의 요구는 시간이 흐를수록 계속되었다. 사실 제1차 대전 당시 사용한 중기관총을 생각한다면 이후 등장한 기관총들은 상당히 가볍다고 할만 했다.
▲ 조준경이 장착된 미니미 파라로 경계 훈련 중인 프랑스군
그러나 앉으면 눕고 싶은 것이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본능인지라 보다 가볍고 편리한 기관총에 대한 욕구는 끝이지 않고 이어져 왔다. 미니미는 그러한 변함없는 욕구와 새로운 구경의 총탄의 등장이라는 시대 흐름을 정확히 읽고 탄생한 걸작이다. 하지만 전장의 상황이 제각각 이듯 미니미는 모두를 만족시키지는 못하였는데, 종종 화력의 부족은 불평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사실 이것은 총탄의 문제이지 총의 문제는 아니다. 이 때문에 7.62mm탄을 사용하는 파생형 미니미도 등장하였다. 당연히 파괴력과 유효사거리는 늘어났지만 무게를 포함하여 미니미가 가지고 있던 다른 장점을 감소시킬 수밖에 없었다. 결국 가볍지만 강력한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다는 것이 현재 총의 구조와 원리상 실현되기 어려운 명제가 아닌가 생각된다. 미니미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 궁금해진다.
▲ 7.62mm NATO탄을 사용하여 흔히 맥시미(Maximi)라고 불리는 Mk48. 이처럼 미니미는 다양한 종류의 파생형이 존재한다.
제원 (표준형)
탄약 5.56×45mm NATO / 급탄 200발 탄띠 외 / 작동방식 가스작동식, 오픈볼트 / 전장 1,040mm / 중량 6.85kg(탄약 제외) / 발사속도 분당 700발 / 유효사거리 1,000m
글 남도현 | 군사 저술가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
제공 유용원의 군사세계 http://bemil.chosun.com/
[유용원의군사세계] 2016.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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