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무기]해병대만의 첫 유도로켓 '비궁'…40발 동시 타격
백령도서 50km 떨어진 고암포에 北 공기부양정 기지 건설
공기부양정 통한 기습상륙 막기 위한 70mm 유도로켓 개발
사거리 5~8km, 동시에 40발로 여러 목표물 동시 타격
2017년부터 해병대 노후화 해안포 대체
이무기는 상상 속 동물이다. 이무기는 천 년을 물속에서 살며 기다리다 때를 만나면 천둥, 번개와 함께 승천해 용(龍)이 된다.
우리 군은 ‘자주국방’의 기치 아래 1960년대부터 국산무기 개발을 위해 노력해 왔다. 50년 동안 쌓아온 기술력은 해외 수출로 이어지며 결실을 맺고 있다. ‘용이 된 이무기’ 국산무기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지난 2010년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서해 북방한계선(NLL) 해역에서 북한군의 도발 우려가 높아졌다.
특히 북한이 백령도에서 불과 50여 Km 떨어진 고암포에 공기부양정 70여대를 수용할 수 있는 기지를 완공함에 따라 적의 기습상륙에 대응할 수 있는 무기체계 개발이 시급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최적의 솔루션으로 등장한 유도무기 체계가 바로 ‘비궁’(匕弓)이다.
북한군이 공기부양정을 동원한 상륙 및 반상륙 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 공동 사업에서 국내 독자 개발로 전환
공기부양정은 공기를 아래로 뿜어 지상으로부터 떠오른 상태로 움직이는 운송 수단이다. 수륙 양용으로 육지뿐 아니라 바다와 강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다.
일반 선박이 접근할 수 없는 갯벌 위도 질주할 수 있으며 공기 쿠션 덕에 바닥과의 마찰력이 발생하지 않아 빠른 속력으로 물살을 가로지를 수 있다.
북한군은 ‘공방’급으로 불리는 공기부양정을 140여 척의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대에 35~55명의 병력을 태우고 시속 80~90km로 우리 해안에 상륙할 수 있다.
북한의 공기부양정을 이용한 기습 공격에 대응하는 가장 효과적인 무기는 공격용 헬기인 아파치다. 최근 육군에 전력화 되고 있는 아파치 헬기는 공기부양정을 타격할 수 있는 70㎜ 로켓을 최대 76발을 탑재한다. 우리 군은 현재 공군 기본훈련기 KT-1에 로켓탄과 기관총을 장착한 KA-1을 공기부양정 대응 전력으로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최근 백령도 바로 앞 고암포에 공기부양정 기지를 건설함에 따라 기존 항공 전력으로는 북한의 기습 상륙을 완전히 저지하기 어려워졌다. 고암포에서 공기부양정으로 서북도서에 상륙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30분인데 육지에서 출동할 경우 대응이 늦기 때문이다.
70mm 유도형 로켓인 비궁이 등장하게 된 이유다.당초 비궁은 미 해군연구소에서 시작한 저가형 유도탄 연구의 산물이다. 2000년 10월 예멘에 정박 중이던 미 해군 구축함에 소형 보트가 자살테러를 감행해 미군 17명이 사망하고 수십명이 다치는 피해를 입었다.
미 해군은 해전에서 주로 ‘하푼’과 같은 대형 대함미사일이나 ‘SM-2’ 등의 대공미사일을 활용했는데 고속소형함정을 이용한 테러에 대응하기 위한 무기체계가 필요해진 것이다.
2007년 미 해군연구소는 한국의 방위사업청과 MOU를 맺고 신형 70mm 로켓 유도무기를 개발하기로 했다. 일명 ‘로거’(LOGIR: Low-Cost Guided Imaging Rocket·저가 유도영상 로켓) 사업이다.
하지만 응용연구를 마친 로거 사업은 미국 측의 소요가 변경돼 부득이 우리나라가 단독으로 체계개발을 진행하게 됐다.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주관하고 LIG넥스원이 체계 종합 시제업체로 참여하며 2012년 관련 프로젝트가 본격화 됐다.
비궁 시험발사 모습 [LIG넥스원 제공]
◇동시에 40발 사격, 北 공기부양정 초토화
비궁 개발의 핵심은 기존 70㎜ 무유도 로켓인 ‘히드라 70’에 적외선탐색기와 유도조종장치 등을 달아 이동 표적에 대한 명중율을 높이는 것이었다.
비궁은 적외선 영상 탐색기를 통한 적외선 영상 추적방식의 ‘발사 후 망각형’(Fire & Forget)으로 개발돼 다중 표적에 대해 동시에 대응할 수 있다. 발사 후 망각은 미사일을 발사하면 미사일 자체에 내장된 탐색기로 전차를 알아서 추적하는 것을 의미한다.
비궁은 발사 후 유도 비행하며 영상을 추적해 목표물을 타격한다. 북한군이 공기부양정 여러 대를 투입해 대규모 상륙작전을 감행하는 상황에서도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의미다.
비궁의 핵심 경쟁력은 해외 유사 무기체계 대비 값이 싸고 단독 작전이 가능한 독립체계라는 점이다. 유도로켓의 핵심 구성품인 탐색기와 유도조종장치를 소형화하면서 기존 유도 무기 가격 대비 30% 수준의 저비용으로 개발에 성공했다. 비궁 미사일 단가는 수천만원 대로 헬파이어 미사일이 2억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저렴하다.
또 표적을 탐지·추적하는 표적탐지장치(TADS)와 표적 정보를 관리하고 발사 명령을 내리는 발사통제장치, 타격체계인 유도로켓이 한 차량에 탑재돼 독립적으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특히 비궁은 신형 전술차량이나 트럭에 20개의 발사관으로 구성된 발사기를 두 대 장착해 순식간에 40발을 쏠 수 있다. 탄두 위력이 약한 편이지만 장갑이 거의 없는 공기부양정을 요격하기에는 안성맞춤이다. 사거리는 5~8km 정도로 알려져 있다.
비궁은 2017년부터 서북도서에 주둔하고 있는 해병대의 노후화 한 고정형 해안포를 대체할 예정이다. 비궁은 해병대가 연구개발에 참여하고 독자적으로 운용하는 최초의 무기체계가 될 예정이다.
비궁 미사일 [연합뉴스]
[이데일리]2016.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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