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뢰·불발탄 안전하게 제거한다…원격탐지 기술 첫개발
예루살렘 히브리대 연구팀…형광 박테리아 이용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최근 100년간 전 세계 전쟁터 곳곳에 묻힌 지뢰와 불발탄을 제거하는 일은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글로벌 이슈다.
지뢰·불발탄이 터져 죽거나 다치는 사람이 매년 1만5천명에서 2만명에 이르며, 부상 후유증에 시달리는 사람도 50만명이나 된다.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70여개국에는 지금도 도합 1억개가 넘는 지뢰·불발탄이 묻혀 있다.
지뢰나 불발탄을 제거하려면 일단 찾아내는 일이 먼저다. 현재 쓰이는 지뢰·불발탄 탐지 기술은 제2차 세계대전 때와 크게 다른 점이 없다. 금속탐지기나 지뢰제거차 등 기기의 도움을 받기는 하지만, 탐지반원들이 죽거나 다칠 위험을 무릅쓰고 지뢰밭에 직접 들어가서 돌아다녀야 하는 점은 마찬가지다.
무인·원격 지뢰 탐지 기술 설명(Credit: Hebrew University) [예루살렘 히브리대 제공=연합뉴스]
그러나 이번에 사람이 위험 지역에 들어가지 않고도 원격으로 지뢰·불발탄을 탐지할 수 있는 기술이 처음으로 개발됐다. 유전자 조작으로 만든 형광 박테리아를 이용했다.
이스라엘 예루살렘 히브리대 연구팀은 11일 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에 이런 연구 내용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땅에 묻힌 지뢰나 불발탄에 화약이 들어 있다는 사실에 착안했다.
이 화약 중 일부는 아주 적은 양이긴 하지만 증기 형태로 바깥으로 새어 나와 그 위 토양에 축적된다.
연구팀은 분자생물학적 조작을 거쳐 이런 화약 증기와 접촉하면 형광을 내는 박테리아를 만들었다. 화약 흔적을 감지하는 '센서 박테리아'를 만든 것이다. 센서 박테리아가 내는 형광 신호는 원격으로 기록과 탐지가 가능하다.
형광 박테리아가 담긴 용기가 빛을 내는 모습(Credit: Hebrew University) [예루살렘 히브리대 제공=연합뉴스]
이어 연구팀은 조그만 구슬 모양의 용기에 센서 박테리아를 넣어서 대인지뢰가 묻힌 시험 장소에 뿌린 후, 레이저 광선을 이용해 원격으로 형광 신호를 스캔하는 방식으로 지뢰 매설 위치를 찾아냈다.
연구진은 "실제로 작동이 되는 원격 지뢰 탐지 시스템을 시연한 첫 사례인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의 의의를 소개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뢰·불발탄 제거 작업이 훨씬 안전해지리라고 연구팀은 기대했다.
금속탐지기로는 찾을 수 없는 이른바 '플라스틱 지뢰'도 이 방법으로 발견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지뢰 탐지용 원격 스캐닝 시스템(Credit: Hebrew University) [예루살렘 히브리대 제공=연합뉴스]
유전자 조작을 통해 센서 박테리아를 만든 논문 공동교신저자 심숀 벨킨 교수는 "센서 박테리아의 민감도와 안정성을 향상하고, 스캔 속도를 높여서 넓은 지역을 짧은 시간에 스캔할 수 있도록 하며, 드론(무인비행체)에서 레이저를 쏘아 형광 신호를 스캔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소형화하는 등 추가 연구개발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2017.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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