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찬의 軍] '하늘의 흉기' 드론 폭탄 공격, 저지할 방법 있을까
드론을 포획하도록 훈련받은 독수리가 사진촬영용 드론을 발톱으로 포획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거듭된 격무에 시달리다 오랜만에 휴일을 맞아 일광욕을 즐기고 있는 A씨. 눈을 감은 채 쏟아지는 햇빛을 즐기고 있던 A씨의 귀에 “웅웅웅” 하는 모터 소리가 들렸다. ‘근처에 오토바이가 지나가나’ 하는 생각에 주변을 둘러보던 A씨는 하늘을 보고 깜짝 놀랐다.
카메라를 장착한 조그만 드론이 근처를 날아다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일광욕하면서 쉬는 모습을 찍지는 않았을까?’ 라는 생각에 기분이 찜찜해진 A씨는 드론을 띄운 사람이 누군지 알아내기 위해 옷을 챙겨 입고 동네로 나섰다.
드론이 활성화되면서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뜻밖의 사고로 상해를 입히는 일이 늘고 있다. 이를 둘러싸고 논란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지난 8일 강원도 인제의 한 야산에서 북한이 보낸 것으로 보이는 소형 무인기가 발견되면서 군사적 위협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성능은 조잡하지만 가격이 싸 대량 운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북한이 소형 무인기에 폭탄이나 화생방무기를 탑재해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테러단체가 장난감 드론에 폭발물을 장착해 공격을 감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측면에서 한반도에서도 이와 유사한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저가의 드론을 대량으로 투입해 개전 초기에 최대한의 타격을 입히는 전술을 북한이 구사할 가능성도 있어 드론에 맞설 장비와 대응 전술 개발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풍력발전기를 배경으로 소형 드론이 비행을 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 美 전방위 압박에 IS는 드론 폭탄으로 맞서
미국을 위시한 국제동맹군과 이라크 정부군의 공격으로 수세에 몰리고 있는 이슬람국가(IS)는 드론을 전투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모술에서 IS와 전투를 벌이고 있는 이라크 정부군은 IS의 드론 폭탄 공격으로 작전에 차질을 빚고 있다. 폭탄을 실은 드론을 공격 지점으로 보낸 후 목표물에 도착하면 폭탄을 떨어뜨리는 방식이다.
얼핏 보면 조잡하지만 이같은 공격으로 이라크군과 취재진 등 15명이 부상했다. IS의 드론 폭탄 공격이 이어지자 이라크군은 미군에 드론 파괴 무기를 요청하는 한편 중국제 레저용 드론에 폭발물을 탑재해 IS를 공격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시리아에서도 IS의 수도 격인 락까에 대한 미국 주도 연합군의 포위망이 좁혀지자 IS가 미군에 드론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15일 보도했다. IS는 40㎜ 수류탄 크기의 소형폭탄 등을 드론에 장착해 미군 특수부대원들에게 투하하고 있다.
IS 은신처나 근거지 등에 대한 정밀공습 유도나 공중보급 임무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특수부대원들은 소형 드론 탐지 및 무력화 장비를 갖추지 못해 임무수행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에 배치된 미군은 IS가 드론을 통한 공격을 늘리기 시작한 3월 이후 드론에 보내는 통제신호를 교란하는 휴대용 소총 등 관련 장비를 갖췄다.
한 청년이 건물 옥상에서 드론을 조종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IS는 최근 락까 동부 지역에 배치된 시리아민주군(SDF) 등 반(反) IS 무장조직 근거지에 2대의 드론을 투입해 폭탄을 투하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이라크 북부 지역에서 쿠르드 자치정부 민병대(페슈메르가) 근거지에 급조폭탄을 적재한 자살 드론을 투입해 프랑스군 특수부대원 2명을 포함한 4명이 목숨을 잃었다.
IS는 지난 1월 자칭 ‘무자헤딘 무인항공 부대'’ 편성했고 선전용 웹사이트에 드론이 폭탄을 투하하는 동영상도 게시하고 있다. IS는 중국 DJI를 비롯한 몇몇 업체들이 제작하는 수백달러 상당의 사진촬영용 드론을 개조해 폭탄 공격에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DJI는 올해 초 자사의 드론이 이라크, 시리아에서 비행할 수 없도록 모바일 앱을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에서도 극단주의 테러리스트들이 드론을 이용해 테러를 감행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차량폭탄테러는 경찰과 보안기관의 삼엄한 경계를 뚫기 어렵다.
반면 드론에 폭발물을 실어 테러 공격에 나설 경우 검문검색을 피해 목표물에 쉽게 접근할 수 있어 사전 차단이 어렵고 목표물을 정확하게 타격하는 게 가능해 자살폭탄테러보다 훨씬 더 위협적이라는 지적이다. 우리나라도 드론 테러 발생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테러 대비 훈련에서 드론 대응 방안을 포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메라에 폭탄을 함께 장착해 살상용으로 사용되는 드론은 테러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 게티이미지
◆ 북한의 ‘드론 벌떼 공격’ 가능성, 대책은 전무(全無)
북한도 1990년대부터 무인기에 관심을 보여왔다. 북한군이 보유한 무인기는 300∼400대로 알려져 있다. 중국의 D-4를 개조한 방현Ⅰ과 방현Ⅱ 무인기는 3㎞ 고도에서 최대 시속 160㎞로 비행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휘발유 엔진을 장착하고 낙하산을 펼치는 방식으로 착륙한다. 북한은 러시아에서 도입한 VR-3 레이와 프라체-1T도 운용 중이다.
하지만 2014년 3~4월 경기도 파주와 백령도, 강원도 삼척에서 소형 무인기가 잇달아 발견되면서 북한의 무인기 운용개념에 대해서도 다른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저가의 소형 무인기를 대량 생산해 유사시 한꺼번에 남하시키는 ‘드론 벌떼’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사회의 제재로 신형 전투기 도입이 불가능한 북한이 기존의 공군력은 한미 연합 공군의 공격을 방어하는데 쓰고 수백대의 소형 무인기를 일거에 투입해 최대한의 타격을 입히는 전략이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미국은 지난 1월 F/A-18 전투기 3대를 동원해 페르딕스 마이크로 드론(Perdix micro-drones) 103대를 투하해 실시한 ‘드론떼’ 공격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중국도 지난해 11월 수십 대의 소형 드론의 군집 비행 영상을 공개하는 등 드론 벌떼 공격을 작전에 적용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량의 드론을 동시에 제어하려면 통신, 장애물 감지, 중앙 제어 시스템 등의 기술이 필요하다. 북한이 이같은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지는 미지수이지만 IT에 많은 투자를 기울이고 있는 북한의 특성을 고려할 때 조잡하나마 드론 군집 비행 제어 기술을 축적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세계 각국은 드론 저지를 위한 방안 마련에 한창이다. 현재 운용중인 방공무기 중 드론을 확실히 요격할 수 있는 무기는 패트리엇(PAC-3)이다. 하지만 가격이 너무 비싼 게 흠이다. 올해 초 쿠웨이트군은 IS가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드론 한 대를 격추하기 위해 PAC-3 미사일을 발사했다. 대당 200달러(22만 원)에 불과한 드론 격추에 300만달러(33억 원)짜리 미사일을 쏴야 했다.
드론 비행을 저지할 수 있는 장비를 운용중인 스위스 경찰. 드론의 비행을 방해하는 전파를 발사해 추락을 유도하는 장비다. 게티이미지
때문에 해외 방산업체들은 가격대비성능이 우수한 드론 방어 무기를 개발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미국 레이시온은 스팅어 휴대용 지대공미사일의 근접신관을 개량해 드론을 요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신형 근접신관은 인근의 작은 비행체를 탐지해 파괴하는 성능을 갖췄다. 대당 가격이 3만8000달러(4200만원) 수준으로 PAC-3보다 훨씬 싸고 휴대가 간편하다.
미국에서는 드론디펜더라는 무기도 등장했다. 전파방해장치인 재머(Jammer)를 이용하는 것으로 휴대성이 좋고 400m 밖의 드론도 안전하게 착륙시킬 수 있었지만 주변 장치도 고장을 내는 등의 단점이 있었다. 레이저 무기 역시 추락으로 인한 2차 사고 문제가 지적됐다.
영국 에서 개발한 스카이월100은 그물을 발사해 드론을 잡으면 낙하산이 펼쳐져 지상으로 포획하는 무기다. 하지만 빠른 속도로 비행하는 드론에 대해서는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었다. 프랑스에서는 검독수리를 훈련시켜 드론을 먹잇감으로 인식하게 한 다음 드론을 포획하는 방법을 도입했다.
우리 군도 2014년 북한 무인기가 연이어 발견된 직후 이스라엘제 저고도 레이더를 서울 핵심지역에 배치했지만 제한적인 범위만 탐지할 수 있다.
무인기 탐지기능이 추가된 국지방공레이더가 개발중이지만 몇 년 후에 배치될 예정이며 레이저 무기 역시 단기간에 개발이 완료되기는 어렵다. 열상장비나 망원경 등을 사용해 육안으로 관측하는 방법도 있지만 하늘색으로 칠한 2m 크기의 드론을 하늘에서 발견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기존의 방공체계도 AN-2 등 저속 항공기 위협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드론 탐지나 요격에는 무용지물이다.
그렇다고 수천억원을 투입해 드론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도 비용대비효과 측면에서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따라서 스팅어처럼 신궁 휴대용 지대공미사일을 개량하거나 프랑스의 사례처럼 독수리를 훈련시키는 등 발상의 전환을 통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세계일보] 2017.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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