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본토를 겨냥한다…‘北核 게임체인저’ 탄도미사일의 정치학
정상각도로 쏠 경우 사거리 8000㎞ 안팎
국제사회 골칫덩이가 ‘군사강국’ 대열에
러, 화성-14 고도 535㎞·510㎞ 비행 주장
안보리 대북제재 피해가기 정치적 의도
한미 “대기권 재진입 기술 확보 불완전”
전문가들 2년내 美본토 48개주 타격권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한방에 국제사회가 들썩인다.
미국은 군사행동 옵션을 포함해 제3국을 겨냥한 세컨더리 보이콧, 독자제재 등 그동안 거론됐던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응징에 나설 태세다.
반면 중국은 러시아와 손잡고 대화를 통한 해결을 주장하며 미국과 맞서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간 지난 4월 마라라고 정상회담 이후 허니문은 끝났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북한 ICBM은 주로 경제이슈를 다루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단연 화제였다.
▶ICBM, 왜 문제인가?=이 모든 게 지난 4일 북한의 ICBM급 화성-14형 시험발사에서 비롯된 일이다. 최고고도 2802㎞를 기록하며 933㎞를 비행한 화성-14형은 정상각도로 쏠 경우 8000㎞ 안팎까지 날아갈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통상적으로 ICBM으로 분류되는 5500㎞를 훌쩍 뛰어넘는다. 평양에서 알래스카까지 6000㎞, 하와이까지 7600㎞, 미 서부지역인 샌프란시스코까지 9000㎞라는 점에서 ‘미 본토가 타격권 안에 들어있다’는 북한의 주장을 마냥 허풍으로만 치부하기 어렵다.
북한이 이미 5차례 핵실험 감행을 통해 현실적으로 핵 능력을 보유한 상황에서 ICBM까지 확보하게 되면 수십년을 끌어온 북핵문제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수밖에 없다.
북한의 화성-14형을 두고 ‘게임체인저’라는 평가가 나오는 까닭이다. 핵탄두 탑재 ICBM을 보유한 북한이 더 이상 국제사회의 ‘골칫덩어리’가 아닌 명실상부한 ‘군사강국’으로 대접받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ICBM 보유국은 미국과 러시아, 중국, 인도, 이스라엘 등 5개국뿐으로 핵보유국인 영국과 프랑스조차 ICBM은 없다.
▶北 ICBM 사거리 논란=북한의 화성-14형의 사거리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는 것도 ICBM 보유국이 이 같은 국제정치학적 함의를 갖기 때문이다.
북한은 화성-14형이 최대정점고도 2802㎞까지 상승비행해 933㎞ 떨어진 목표수역을 정확히 타격했다고 밝혔다.
한미일이 북한의 화성-14형 발사 직후 최고고도 2500㎞ 이상으로 930여㎞ 비행했다고 분석한 것과 대략 맞아떨어진다.
탄도미사일 사거리를 최고 고도에 네배로 추정하는 셈법에 따르면 화성-14형의 사거리는 1만㎞를 넘는다. 다만 탄두 무게까지 더하면 실제 사거리는 8000㎞ 내외가 될 것이란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반면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이사국에 제출한 자료에서 화성-14형이 최대고도 535㎞로 510㎞ 비행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서는 2단으로 구성된 화성-14형의 1단계 비행 구간만을 탐지했기 때문이라는 기술적 이유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에 반대하는 정치적 의도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미일도 북한의 화성-14형에 대해 ICBM이 아닌 ‘대륙간 사거리 탄도미사일’이라는 다소 어정쩡한 표현으로 규정하고 있다.
화성-14형을 ICBM급으로 보고 고강도 제재를 가해야하지만 북한의 ICBM 보유국 지위는 인정하지 않겠다는 딜레마적 상황이 반영된 셈이다.
▶北 ICBM 남은 과제는?=화성-14형이 ICBM이든 대륙간 사거리 탄도미사일이든 북한의 ICBM 기술이 무시 못할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점은 분명하다.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북한이 미 본토 48개주를 타격할 능력을 갖추기까지 2년여의 시간밖에 남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조슈아 폴락 제임스마틴 비확산연구센터 연구원은 “오는 2019년말까지는 북한의 ICBM 기술개발이 마무리될 것”이라고 전망했고, 존 실링 에어로스페이스 연구원 역시 “지금부터 1~2년 더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이 이미 화성-12형 시험발사로 ICBM 전 단계인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기술을 입증한 가운데 남은 장벽은 대기권 재진입 기술 정도가 꼽힌다.
ICBM이 대기권을 벗어났다 재진입하는 과정에선 마하 21 이상의 속도와 섭씨 7000도라는 극한의 환경이 조성되는데 이를 극복하려면 탄소복합소재, 삭마, 종말유도 등 최첨단기술이 복합적으로 필요하다.
현재 한미는 북한의 재진입기술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부정적인 입장이다. 그러나 북한이 모든 자원을 동원해 핵ㆍICBM 개발에 목을 매고 있는 만큼 재진입기술 확보 역시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라는 우려섞인 관측이 지배적이다.
[헤럴드경제] 2017.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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