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함으로 부활한 유관순…핵 잠수함 개발 걸림돌은?
유관순 열사, 바다에서 잠수함으로 부활하다
해군이 우리 군의 여섯 번째 1,800톤급 잠수함을 확보했습니다.
연말 실전배치 예정인 이 잠수함은 한 번 바닷속에 들어가면 열흘 이상 나오지 않고도 임무수행이 가능한데요.
연료전지 체계가 탑재돼 있어서, 해수면에 떠올라 디젤 엔진 가동에 쓰이는 공기를 보충(스노클링)하지 않아도 열흘쯤은 잠항이 가능합니다.
여기에 어뢰와 기뢰, 잠대함 유도탄 등이 탑재됐고, 수중에서 300여 개 표적을 동시에 탐지할 수 있죠.
그런데 이번 잠수함의 이름은 '유관순함'입니다. '유관순?' 네, 맞습니다.
일제 강점기의 3·1 운동하면 떠오르는 유관순 열사의 존함을 이번 잠수함 이름으로 붙인 거죠. 1920년 순국하신 유관순 열사가 97년 만에 바다에서 부활하셨네요.
그런데 잠수함과 유관순 열사가 어떤 관계이기에 해군은 1,800톤급 잠수함 이름을 '유관순함'으로 지었을까요?
지난 1992년 우리 해군이 처음으로 독일에서 인수한 잠수함은 1,200톤급, 이름은 '장보고함'입니다. 세계 43번째로 잠수함을 가진 나라가 됐지요.
해상왕이라 불리는 장보고는 통일신라시대에 청해진을 설치해 해적을 소탕하고 한중일 삼각무역을 주도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1,200년 전에 이미 장보고의 병력이 만 명에 달했다는 것은 참 대단한 일입니다.
이후 해군의 1,200톤급 잠수함에는 이천·최무선·박위·이종무·정운·이순신·나대용·이억기 등으로 이름이 붙여집니다.
그런데 이보다 배수량을 늘린 1,800톤급 잠수함을 갖게 된 해군은 잠수함에 이름을 붙이는 방식을 조금 바꾸게 되죠.
우리 해군의 최초 1,800톤급 잠수함인 '손원일함'을 시작으로 정지·안중근·김좌진·윤봉길 그리고 유관순에까지 이르게 되는데요.
이처럼 잠수함 이름이 제정되는 기준에 대해 해군 관계자는 "바다와 관련해 국난 극복에 공이 있는 역사적 인물이나 항일독립운동에 공헌하거나 광복 후 국가발전에 크게 기여하여 존경받는 인물의 이름을 잠수함에 붙입니다"라고 설명합니다.
그러니까 굳이 분류하자면
왼쪽부터 장보고함 최무선함 이순신함 나대용함왼쪽부터 장보고함 최무선함 이순신함 나대용함
▲바다와 관련해 국난 극복에 공이 있는 역사적 인물
장보고(청해진 설치, 해상왕)·이천(고려 수군 명장, 200명의 수군으로 몽골군 제압)·최무선(화약·화포 발명해 해상 등지에서 왜구 소탕)·박위(고려 무신, 대마도에서 적선 불태움)·이종무(고려말~조선초 무신, 대마도 정벌)·정운(조선 전기 무신, 임진왜란에서 큰 공)·이순신(임진왜란)·나대용(임진왜란 때 활약한 수군)·이억기(조선 중기 무신, 임진왜란 활약)·정지(고려말, 관음포 앞바다에서 왜구 무찌름)
왼쪽부터 안중근함 김좌진함 윤봉길함왼쪽부터 안중근함 김좌진함 윤봉길함
▲항일독립운동에 공헌
안중근·김좌진·윤봉길·유관순
손원일 제독(초대 해군참모총장)손원일 제독(초대 해군참모총장)
▲광복 후 국가발전에 크게 기여
손원일(현재 해군 모체를 만들었으며, 초대 해군참모총장, 독립운동가 후손으로 옥고치름)
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만들어질 해군 잠수함 명칭으로 어떤 분들의 존함이 붙을지 기대됩니다.
71:65:62:18 vs 10여 척
수중 깊은 곳에서 은밀히 기동해, 수중이나 함정, 지상 등 어느 곳이든 공격할 수 있는 것이 잠수함의 큰 장점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를 포함한 주변국의 잠수함 전력은 얼마나 될까요?
우선 군사력 1위, 세계 초강대국 미국은 잠수함을 71척 가지고 있습니다. 이 중 핵추진 잠수함은 13척. 중국은 13척의 핵잠수함을 포함해 65척의 잠수함이 있고요. 러시아는 62척(핵잠수함 13척), 일본은 18척의 잠수함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일본과 비슷한 수준으로, 15척의 잠수함을 가지고 있는데요.
이미 진수된 잠수함도 몇 척이 더 있으니 조만간 실전배치되면 잠수함 보유 수는 더 늘어나겠지요?
해군은 2015년 2월에 해군작전사령부 예하에 잠수함사령부를 창설해 2개의 잠수함 전대를 운용하고 있는데요.
현재는 배수량 3,000톤급 잠수함인 장보고-3 개발 사업이 진행중이며, 오는 2020년부터 순차적으로 실전배치될 예정입니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SLBM 시험발사...북한 잠수함 수준은?
북한은 척수로만 따졌을 때는 미국과 비슷한 70여 척의 잠수함(정)을 가진 것으로(2016 국방백서) 우리 군은 파악하고 있습니다.
비교적 크기가 작고 재래식 기술이 탑재된 로미오급 잠수함이나 잠수정(200톤급 이하는 잠수정으로 불림)을 가지고 있지만, 최근에는 고래급 잠수함(약 2,000톤급)으로 수중발사 탄도미사일 시험을 하고 있죠.
그러니까 언론에서 흔히 SLBM(Submarine-Launched Ballistic Missile)으로 부르는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입니다.
지난 2015년 처음으로 시험발사 영상을 공개한 북한은 이후로도 계속해서 SLBM 개발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SLBM은 최근 북한이 발사한 화성-14형이나 화성-12형처럼 지상에서 탄도미사일을 쏘지 않고, 잠수함으로 은밀히 기동하다 탄도미사일을 쏠 수 있는데요. 그야말로 목 뒤에 비수를 꽂을 수 있는 무기라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북한 잠수함의 체계가 다소 구식이어도 공격 능력만큼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동해에서 떠오른 러시아 잠수함...잠수함의 강점은 '은밀성'
한미연합훈련 기간이던 지난 3월, 동해에서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 벌어집니다.
지난 3월 22일, 울릉도 남쪽 동해 공해상에서 우리 해군 함정과 해상초계기가 잠수함으로 의심되는 물체를 탐지했는데요.
이후 우리 해군은 거의 80시간 가까이 이 물체를 추격한 끝에 러시아의 '킬로(KILO)급 잠수함(배수량 3,100여톤·길이 72.6m·디젤 엔진)'을 확인했고, 러시아 잠수함이 떠오른 겁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항복'이라는 표현도 썼지만, 국적불명의 잠수함을 추격해 탐지한 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지요.
잠수함의 가장 큰 강점은 심해를 휘젓고 다닐 수 있다는 '은밀성'이기 때문에 당시 며칠간 떠들썩했습니다.
약 100m 수심에서는 햇빛 투과율이 표면의 1%만 남게 됩니다. 눈을 감고 있는 것과 같은 수준으로 캄캄하죠.
때문에 잠수함은 소리나 음파에 의해서 탐지하게 되는데, 각국의 잠수함은 특유의 엔진소리와 스크류(Screw·동력장치)가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보통 작전상, 수중의 같은 작전반경 내에서는 자국의 잠수함이 기동하지 않기 때문에 만약 잠수함이 잡힌다면 일단 적으로 간주해야 합니다.
때문에 잠수함을 개발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잠수함의 엔진소음과 스크류 등을 최소화할 수 있을까, 반대로 잠수함 요원들은 어떻게 하면 적 잠수함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탐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들을 한다고 합니다.
수중작전 지속능력 무제한...핵추진 잠수함 안 갖나 못 갖나?
세계적으로도 군사 강국들만 가지고 있는 것이 바로 원자력 혹은 핵추진 잠수함(핵잠수함)입니다.
디젤 엔진 잠수함과 핵추진 잠수함은 그 원리부터 다른데요.
디젤 잠수함은 엔진연료로 디젤이 쓰이고, 거기서 동력이 발생해 발전기를 돌리고, 이후 전기가 추진 전동기를 돌려서 추진력이 생기는 방식입니다.
핵잠수함은 고농축 우라늄이 원자로에서 핵분열을 일으켜 고온의 고압 증기를 일으키고, 이 고압증기가 터빈을 돌리면 추진 전동기가 추진력을 일으킵니다.
디젤 잠수함은 축전지 충전이 필요해 수시로 물 위에 올라와야 하기 때문에 은밀성이 생명인 잠수함에 있어서는 치명적인 한계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핵추진 잠수함은 식량이 고갈되지 않는 한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에 작전지속 능력이 무제한입니다.
때문에 핵잠수함은 자동적으로 스텔스 능력도 갖추게 되죠.
이렇게 월등한 추진력 차이 때문에 핵잠수함은 선체도 키울 수 있고 어뢰와 기뢰에 핵미사일까지 탑재할 수 있지만 디젤 잠수함은 그렇지 못합니다. 혹자는 디젤 잠수함이 플라이급이라면 핵잠수함은 헤비급이라고 비교하기도 하죠.
지난달 부산항에 입항한 미 핵추진 잠수함 ‘샤이엔함’지난달 부산항에 입항한 미 핵추진 잠수함 ‘샤이엔함’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전인 지난 4월,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핵추진 잠수함은 우리에게도 필요한 시대가 됐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당시 "핵을 무기로 사용하지 않고 원료로 사용하는 것은 국제협정에 위반되지 않는데, 문제는 핵 연료가 되는 물질을 미국으로부터 구입해야 하는 데 있어서 현재 한미 간의 원자력 협정에서는 그것이 안 되게 돼 있다"며 한계점도 설명했습니다.
꼭 미사일 탄두에 핵을 장착하는 것이 아니어도 잠수함의 동력으로 핵, 즉 원자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핵 잠수함을 만들 능력은 확보하고 있을까요?
미 해군에서 대잠수함전 과정과, 대한민국 최초로 네덜란드 잠수함 함장과정을 수료한 전 해군 잠수함 전대장, 문근식 한국국방안보포럼 대외협력국장은 "지금은 관련 기술을 우리가 모두 구비하고 있습니다"라고 답합니다.
문근식 한국국방안보포럼 대외협력국장, 前 해군잠수함 전대장문근식 한국국방안보포럼 대외협력국장, 前 해군잠수함 전대장
문근식 국장은 "원자로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이미 갖췄고, 독자 개발한 잠수함도 내년에 나오는데, 모든 면에서 우리가 완비돼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원자력 추진 잠수함은 대북뿐 아니라 대일본이나 대중국에 대해서도 자존심을 내세울 수 있는 전력이 됩니다"라고 강조합니다.
특히, 주변국들과 비교했을 때 우위에 있을 수 있는 전력으로서의 역할 뿐 아니라 최근의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을 봤을 때도 핵잠수함은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요.
문 국장은 "미국과의 협상에 있어서나 국제사회의 동의를 구하는 데 있어서 우리가 핵무기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하면 그들도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겁니다.
특히, 이미 핵무기를 만든 북한이 있기 때문에 자국 방어 차원이자, 이를 능동적으로 제어할 방법은 핵추진 잠수함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면 충분히 실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봅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KBS News] 2017.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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