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낙규의 Defence Club]북한이 정조준한 괌… 왜 노리나
한반도 상공 비행하는 미 장거리전략폭격기 B-1B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북한이 15일 발사한 탄도미사일은 미군 기지가 있는 괌을 정조준 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달 9일 괌에 대한 '포위사격' 검토를 공언한 바 있다. 이어 그달 29일에 북한은 평양 순안에서 '화성-12형'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했다. 북한이 쏜 미사일은 일본 상공을 통과해 2700여㎞를 비행했다.
평양에서 괌까지 거리가 3400여㎞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북한이 괌까지의 타격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이날 미사일 발사를 감행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화성-12형의 사거리는 4500∼5000㎞로 추정된다. 북한은 지금까지 IRBM급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발사각을 최대한 끌어올린 고각발사로 쐈다. 하지만 이번에는 비행거리와 최고고도 등으로 미뤄 30∼45도의 정상각도로 발사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북한이 괌을 정조준 하는 의도는 괌을 타격해 유사시 미군 증원전력의 발을 묶어놓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이다. 유사시 미국 본토에서 출발한 미군 증원병력은 괌으로 집결한 후 공중, 해상 수송수단을 통해 주일미군 기지로 이동하게 된다.
여기에 미군 전략무기의 한반도 작전전개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괌 기지에 주둔하고 있는 미 폭격기와 전투기에 핵무기를 장착해 한반도 상공에서 작전을 전개해도 북한에 대한 핵억제력이 충분히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했다는 것이다. B-52, B-2 '스피릿'과 함께 미국의 3대 전략폭격기로 불리는 B-1B '랜서'에 전술핵 무기를 장착시키면 유사시 괌 기지에서 이륙해 2시간이면 한반도에 도착할 수 있다. B-1B '랜서'는 초고속으로 적 전투기를 따돌리고 폭탄을 투하하는 데 최적화된 폭격기라는 평가를 받는다.
북한이 IRBM급 탄도미사일을 처음으로 정상각도로 발사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의 마지막 관문인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시험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이 탄도미사일의 재진입 기술을 완성하기 위해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의 추가 미사일 도발을 예상해왔다.
Andersen Air Force Base
북한이 괌을 정조준해 포위사격을 가정한 것이라면 남은 숙제는 하나다. 포위사격을 하려면 북한의 미사일은 괌을 직접 타격하는 게 아니라 괌을 포위하듯 주변 해역에 탄도미사일을 떨어뜨려야 한다. 이어 괌 주변 30∼40km 해상에 탄착시켜 영해인 해안선 12해리(약 22㎞) 밖으로 벗어나야 한다. 즉, '화성-12'형 4발을 동서남북으로 전개해 포위망을 좁히는 전술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화성-12형'은 일본의 시마네(島根)현, 히로시마(廣島)현, 고치(高知)현 상공을 통과하게 된다.
하지만 북한이 의도한대로 탄도미사일의 탄착지점이 떨어질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이번 괌 타격 능력 입증 자신감을 바탕으로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ICBM급으로 추정되는 '화성-14형'의 발사 카드를 본격적으로 저울질할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하고 있다.
서주석 국방부 차관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대기권 재진입 기술 확보 시점을 1년~2년 뒤로 내다보기도 했다. 서 차관은 지난달 13일 방영된 KBS '일요진단' 프로그램에 출연해 관련 질문에 "재료공학적으로 북한이 재진입 기술을 완전히 확보했느냐에 한미 모두 아직은 아니라고 판단하지만 점점 다가가는 게 사실"이라면서 이 같이 말했다. 핵탄두 소형화 기술 수준에 대해서는 "핵탄두를 (미사일에) 탑재할 만큼 소형화하는 것에 거의 근접했다는 게 정부의 공식적 판단"이라고 했다.
또 이번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의 고강도 제재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압박에 대한 반발 차원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국제사회의 압박에도 핵ㆍ미사일 개발을 계속한다는 '마이 웨이' 행보를 과시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다음달 10일 노동당 창건 기념일을 계기로 ICBM 또는 현재 개발 중인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의 능력을 과시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2006년 10월 9일엔 당 창건일을 하루 앞두고 1차 핵실험을 벌인 바 있다. 북한이 이처럼 주요 기념일에 맞춰 도발을 감행하는 배경엔 대내 선전과 내부 결속력 강화뿐 아니라 대외적인 무력 수준 과시 등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대영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편집위원은 "북한이 괌을 정조준했다면 내달 10일을 전후로 괌포위사격을 위한 다발적인 미사일도발도 가능하고 ICBM 발사를 통해 기술완성도를 선보여 미국 본토를 직접 겨냥할 수 도 있다"고 내다봤다.
[아시아경제] 2017.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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