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기획 항모의 진격]
①세계 최초 항공모함 만든 나라는 미국?…정답은 일본
미국의 슈퍼 핵 항공모함 제럴드 포드 CVN-78(사진=EPA연합)
미국의 차세대 항공모함인 제럴드 포드함이 취역식을 가지면서 항공모함에 대한 관심이 다시금 뜨거워지고 있다. 항공모함은 2차 세계대전 이후 현대전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전력으로 손꼽히며 각종 전장에서 위용을 뽐냈다.
현재 항공모함 전단을 미국이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고 현대전에서 미국 항공모함의 모습이 노출된 것이 많기 때문에 항공모함 자체가 미국에서 개발된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세계 최초의 항공모함은 미국이 아닌 일본에서 건조됐다.
세계 최초의 항공모함은 1921년 진수돼 1922년 취역한 일본의 항공모함인 호쇼(鳳翔)다. 그 이전에도 순양함이나 상선을 개조해 갑판 위에 활주로를 만든 배들은 있었지만 설계 당시부터 항공모함으로 디자인하고 건조해 세계 최초로 취역한 항공모함은 호쇼가 처음이었다.
당시는 항공기술이 나무로 만든 복엽기에서 철강으로 제조된 단엽기로 넘어가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호쇼는 그리 규모가 큰 항공모함은 아니었다.
세계 최초 항공모함으로 알려진 일본의 호쇼(鳳翔) 모습(사진=위키피디아)
전장은 168.25m, 전폭은 17.98m고 흘수가 6.17m에 불과했고 만재 배수량도 9494톤(t) 규모에 불과했다. 현재는 항공모함은커녕 순양함 크기보다도 훨씬 작은 규모다.
그나마 처음엔 목재로 만든 복엽기를 실었던 배라 금속제 제트기로 비행기가 변한 이후엔 비행갑판이 견디질 못해 함재기들이 발진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고 한다.
이에 당시 호쇼를 제작했던 미츠비시(mitsubishi) 그룹은 갑판을 뜯어고치고 착함 제어장치를 손보는 등 엄청난 보수공사를 벌였지만 이후에도 조종사들이 착함을 꺼렸다고 한다.
그러자 미츠비시에서 호쇼에 착륙한 비행사에게 상금을 준다는 공모전을 열었고, 한 영국 해군 조종사가 착함에 성공하면서 퇴역 위기에서 벗어나 1946년까지 운용됐다.
그러나 너무 개조를 심하게 하는 바람에 파도에 배가 자주 흔들려 외양항해가 힘들었고 배 자체가 작아 항공유를 많이 적재할 수가 없어 장기간 전투도 불가능한 어정쩡한 항모가 됐다.
그래도 1937년, 중일전쟁 당시 상하이 침공 때 일본의 첫 실전 항공모함으로서 활용됐으며 이때의 실전배치 경험은 이후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이 류조, 아카기, 카가 등 후속 항공모함을 건조할 때 토대가 됐다.
하지만 1942년, 태평양전쟁기에는 이미 20년이 넘게 노후됐고 엔진 성능도 약해 도저히 전투에 활용할 수 없다고 판단, 결국 일본에 계속 머물며 일본 해군 조종후보생들의 훈련용 연습함으로 사용됐다.
미국이 2차대전 시기 양산했던 에식스(Essex)급 항공모함 모습(사진=위키피디아)
오늘날엔 항공모함 최강국인 미국은 오히려 항공모함이 뒤늦게 실전배치됐다.
2차세계대전이 발발한 1939년까지도 항공모함은 전함의 작전을 돕는 정도며 실제 해전은 갖가지 함포를 갖춘 거대 전함이 치른다는 함대결전사상이 훨씬 강했기 때문에 항모전단이란 개념이 약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주만공습에서 일본 뇌격기들의 폭격에 크게 당한 미국은 이후 항공모함을 정신없이 건조해 막대한 항모전단을 구축했다.
2차 세계대전 기간 동안 미국에서 건호나 항공모함은 에식스(Essex)급 항공모함으로 만재배수량 36380톤급, 비행갑판은 262.7m, 전폭은 32.9m 짜리였고 함재기는 최대 90~120기에 달했다.
이런 함선을 1941년 5척, 1942년 4척, 1943년엔 9척, 1944년엔 7척, 마지막으로 1945년 1척 등 총 26척을 찍어냈고 이중 17척이 대전에 뛰어들었다.
항공모함 1척을 잃으면 국가경제가 휘청거린 일본과 달리 압도적인 물량공세에 나선 미국은 태평양 일대 해전에서 압승을 거둘 수밖에 없었다.
②항모 보유국은?…태국도 1척 있다는데...
세계 각국의 항공모함(사진=위키피디아)
미국이 차세대 핵항모인 제럴드 포드함을 취역시키면서 다른 항모 보유국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항공모함 전단 하나가 사실 웬만한 나라 하나의 전체 군 전력과 맞먹기 때문에 보통 경제력과 군사력이 월등한 국가들이 보유하고 있으며 상징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나라들도 존재한다.
일단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항공모함을 보유한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은 막강한 항모전단(carrier battle group)을 무려 11개를 가지고 있으며 전 세계 해역을 나눠 항모전단들이 교대로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얼마 전 한반도에 3개 전단이 한꺼번에 모여 역내 긴장감이 강화되면서 전세계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미국의 항공모함은 배수량 10만톤(t)급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의 핵항모들로 장기 전투가 가능하며 6000명 이상의 병력과 순양함, 구축함, 호위함, 원자력잠수함, 보급함으로 구성된 막강한 전단이 움직인다.
세계 최초의 핵항모인 엔터프라이즈호의 모습(사진=위키피디아)
미국 이외에 전투 전력으로 항모전단을 구성하고 있는 나라는 러시아와 프랑스 정도다. 러시아는 6만톤급인 어드미럴 쿠즈네조프급 항공모함 전단을, 프랑스는 4만톤급의 샤를 드 골급 전단을 보유하고 있지만 미국 정도로 세계 전역을 대상으로 출진시킬 수준의 전단은 못된다.
전통의 해군 강국이던 영국은 65000톤급의 퀸 엘리자베스급 항공모함 전단을 가지고 있지만 경제상황에 맞춰 많은 항모들이 퇴역한 상황이다.
일본은 태평양전쟁 당시엔 미국과 항모 전단끼리 전투를 했던 유일한 나라지만 현재는 경항공모항으로 취급되는 휴우가급 헬리콥터 항공모함을 보유하고 있다.
최대 11대의 헬리콥터의 탑재가 가능하며 대수상 작전능력은 미흡하지만 대잠헬기를 비롯해 어뢰와 미사일 등 뛰어난 대잠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의 항공모함인 랴오닝함 모습(사진=위키피디아)
최근 랴오닝함을 취역시키며 관심을 받고 있는 중국은 사실 항모 운용에서는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무서운 속도로 항모 개발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현재 보유 중인 랴오닝함은 러시아의 어드미럴 쿠즈네초프급을 개조한 중형 항공모함으로 각종 군사장비 장착 및 시험을 거듭 중이며 독자적으로는 2025년까지 7척의 항모를 건조, 보유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이 항모전단을 상당수 보유할 경우, 동아시아 역내에서 미국 항모와의 긴장감이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아시아권에서 오랫동안 항모 전단을 운영해보고 실전에도 투입해본 국가는 인도가 유일하다.
인도는 지난 1971년 벌어진 제 3차 인도-파키스탄 전쟁에서 항모전단을 운용해 파키스탄의 후방지역을 공격, 승리를 거두며 동파키스탄 지역인 방글라데시를 파키스탄에서 분리시키는데 성공한 바 있다.
영국제 퇴역 항공모함을 운영하던 인도는 구소련의 항공모함을 수입해 재배치할 계획이고 2020년까지 중형 항공모함 3척을 건조할 계획이다.
태국의 항공모함인 차크리 나루에벳(Chakri Naruebet)함 모습(사진=위키피디아)
이런 강대국들이 실전배치용으로 항공모함 전단을 운용중이며 그 외 스페인, 이탈리아, 브라질, 태국 등이 항공모함을 보유한 나라들로 등재돼있다.
이중 태국의 항공모함은 1만2000톤급으로 스페인에서 건조된 소형 항공모함이다. 실용성은 거의 없으며 왕실 의장용 보트로 보통 치부되고 훈련할 때 잠시 나오는거 외엔 항구에 계속 정박돼있다고 한다.
태국에서조차 이 항모를 두고 '타이타닉(Thai-tanic)이라고 놀릴 정도의 배지만 동남아 일대 중심국이란 상징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③지구 20바퀴 연료 충전없이 도는 핵항모, 파괴력은
엔터프라이즈·니미츠·제럴드 포드 등… 항모도 등급별로 천차만별이라는데
미국 항공모함 엔터프라이즈호
항공모함의 역사는 세계적으로 100여년에 이른다. 그러나 압도적인 파괴력을 갖춘 현대식 핵추진 항공모함은 1960년대에 이르러서야 미국에서 처음으로 등장했다.
세계 최초의 핵추진 항공모함인 엔터프라이즈호(CVN-65)는 1960년 9월 미국 버지니아주 뉴포트뉴스 조선소에서 진수됐다. 엔터프라이즈호는 다음해인 1961년 처음으로 취역해 이후 해군 작전에 투입됐다.
원자로 8기를 장착한 이 항공모함은 연료의 재공급 없이 장기간 작전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 한번 출항하면 지구 20바퀴를 돌 수 있을 정도다. 이는 과거 항공모함들에 비해 해상 작전의 안정성이 크게 올라갔다는 것을 뜻한다.
이전의 디젤 항공모함들은 연료를 다시 공급 받기 위해 끊임없이 해군기지를 찾아야 하고 결국 일정한 방향성을 띄고 배를 운항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적의 공격에 쉽게 노출되는 단점이 있었다. 그러나 핵추진 항공모함은 전황에 따라 언제든지 항로와 작전을 변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엔터프라이즈호의 만재 배수량은 9만3500t, 길이 342m, 너비 77m, 최고 속도 62.2㎞, 승조원은 5000여명 이상 탈수 있다.
항모에는 전투기와 전폭기, 공중조기경보기, 잠수함초계기 등 함재기 80여대와 중거리 대공미사일 등을 탑재할 수 있다.
워낙 크고 많은 사람들이 탈 수 있는 만큼 항모 내에 커피숍과 체육관, 자체 TV방송국 등 생활시설을 갖추고 있었으며 선내 소식을 전하는 일간 신문도 발행했다.
그만큼 에피소드도 많았는데 배안의 탈영병을 잡지 못해 검거되기 까지 2개월이나 걸렸고 한 형제가 서로 모른고 함께 근무했다는 일화도 있었다.
엔터프라이즈호는 미 해군 역사상 최장 기간인 50년간의 임무를 수행하고 2012년 12월 퇴역했다.
미국은 원래 엔터프라이즈급 항공모함을 6척 건조할 계획이었으나 1번함인 CVN-65 엔터프라이즈호만 건조하고 이후에는 이를 개량한 니미츠(CVN-68) 항공모함을 만들었다.
로널드 레이건호
지난해 부산에 왔던 로널드 레이건호(CVN-76)가 대표적인 니미츠급 항공모함이다. 해군에서는 같은 종류의 함정을 만들면 가장 먼저 건조된 함정을 그 종류의 기준 함정으로 분류하기 때문에 로널드 레이건호도 니미츠급 항공모함으로 분류된다.
레이건호는 길이 333m, 높이 63m, 배수량 10만2000t의 원자력 추진 항공모함으로 축구장 3개에 해당하는 넓이의 갑판에 항공기 80여대를 탑재할 수 있다.
항공모함의 승조원은 약 6000명에 달하며 전세계 현역 항공모함 중에서 최강으로 평가받는다.
갑판 길이가 300여m에 달하는 거대한 크기를 자랑하는 만큼 니미츠급 항모는 여러 영화에도 등장했다.
2013년에 개봉한 영화 퍼시픽림에서 니미츠급 항모인 존 C. 스테니스호(CVN-74)가 괴수인 카이주를 운반하는 모습이 나왔다. 2009년 개봉한 트랜스포머에서는 시어도어 루즈벨트호(CVN-71) 등이 등장했다.
영화 퍼시픽림에 등장한 항공모함
니미츠급 항공모함은 수십년 동안 미국의 주력 무기로 사용됐지만 더이상 제작되지는 않을 예정이다. 미국이 니미츠의 상위 항공모함인 제럴드 포드급 항공모함을 최근 취역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최초의 제럴드 포드급 항공모함(CVN-78) 취역식을 지난 22일 미국 버지니아주(州) 남동부 노퍽 해군기지에서 열었다.
제럴드 포드호(CVN 78)는 길이 337m, 높이 76m에 만재 배수량 11만2000t으로 미 해군 역사상 가장 큰 항공모함이다.
제럴드 포드호는 최신형 A1B 원자로 2기를 통해 동력을 20년간 무제한 공급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전력 생산은 니미츠급 핵 항모보다 3배 많다.
미국의 차세대 핵 추진 항공모함 제럴드 포드(CVN-78)호(사진 AP=연합뉴스)
전자식 위상배열 레이더와 최첨단 전자기 사출장치(EMALS) 등을 탑재해 효율이 높아진 만큼 기존보다 더 적은 선원으로도 운영이 가능하다. 덕분에 운용주기 약 50년간 40억달러(4조4760억원) 가량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럴드 포드호가 실전에 배치되기까지는 약 4년 가량이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제럴드 포드호 이후에도 존 F 케네디호와 엔터프라이즈호 등 동급의 항공모함을 추가로 취역할 계획이다.
④항모는 이 친구들 노는 마당…걸프전때 쑥대밭 만든 항모전단
항공모함 한척 둘러싸고 순양함·구축함·핵잠수함 등 갖춰…전쟁의 오케스트라
미국의 항공모함 존 C. 스테니스호와 전단
최강의 군사력을 자랑하는 항공모함이지만 사실 이를 호위하고 있는 전단(戰團)이 없으면 반쪽 짜리 무기나 다름이 없다.
전단은 둘 이상의 구축함 및 소형 함정의 전대(戰隊)로 편성된 단위 부대를 뜻한다 .
우리는 보통 항공모함 한척이 웬만한 국가의 전력과 맞먹는다고 표현한다. 그러나 항공모함 전단(이하 항모전단)이 한 국가의 전력과 맞먹는다가 조금 더 정확한 표현이다.
이는 항공모함이 기본적으로 현대 전쟁의 핵심 무기인 전투기나 전폭기를 나르는 해상 공군기지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항공모함 자체의 방어력은 상대적으로 빈약한 편이고 옆에서 이를 보호할 다른 배들이 반드시 필요하다.
항모전단은 보통 항공모함 한척을 중심으로 순양함과 구축함, 보급함, 잠수함 등으로 이뤄졌다.
미국 태평양사령부의 핵심 항공모함인 칼빈슨호를 사례로 들자면 이 배는 배수량 9600t의 순양함인 레이크 챔플레인함, 배수량 9200t의 구축함 웨인이메이어함과 마이클 머피함 등이 호위하고 있다.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
이들은 미사일 동시 방어가 가능한 이지스시스템으로 무장했다. 레이크 챔플레인함의 경우 이지스를 동원하면 총 24개 표적을 한번에 대응할 수 있다.
또한 이들 전투함에는 시스패로 함대공 미사일과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이 탑재돼 전단의 주포 역할도 수행한다.
이 중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은 최대 사거리가 2500㎞로 개전 초기 발사돼 적의 지상 핵심 시설을 파괴한다.
핵추진 잠수함 역시 항공모함을 호위하고 있다. 이 잠수함은 항공모함과 마찬가지로 핵을 연료로 이용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작전에 적합하다. 공격형 잠수함이기 때문에 토마호크와 같은 미사일을 상시 사용 가능하다.
미국의 항모전단이 가장 크게 위력을 발휘한 전쟁은 1990년대 초반 벌어졌던 걸프전이다. 당시 페르시아만의 미국 항모전단들은 이라크를 대대적으로 폭격했고 엄청난 화력으로 후세인 정권을 초토화시켰다.
걸프전이 세계 전쟁사에 유례가 드문 연합군의 일방적 승리로 끝나게 된 것도 미국 항모전단의 위력이 엄청났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아시아경제] 2017.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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