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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한미 연합훈련 참가중 美핵항모 로널드 레이건호에 오르다

머린코341(mc341) 2017. 10. 20. 17:30

[르포] 한미 연합훈련 참가중 美핵항모 로널드 레이건호에 오르다
 
'바다 위의 군사기지'에 전투기 70여대 탑재·병사 4천200여명 승선
최첨단 전투기들 이착륙 훈련 반복…北에 도발말라 '압박'


(로널드레이건호 함상·이와쿠니<일본>=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 혼슈(本州)의 서남부 이와쿠니(岩國) 미군기지에서 수송기 'C-2 그레이하운드'를 타고 날아간 지 1시간 40분.


무사히 도착했다며 안도의 숨을 내쉬는 순간 수송기의 문이 열렸다. 엄청난 굉음과 함께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CVN-76)의 갑판이 한눈에 펼쳐졌다.


'바다 위의 군사기지'라는 별명이 무색하지 않게 항모 로널드 레이건호는 거대했다.


동해서 북한 압박하는 미국 핵항모 로널드 레이건

(로널드레이건호 함상·이와쿠니=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동해상에서 우리군과 고강도 연합훈련을 펼치고 있는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의 함교(함정 내 건물). 외부에 적혀 있는 76이라는 숫자는 미 해군의 76 함모라는 의미가 있다. 2017.10.19 bkkim@yna.co.kr


항모는 길이 333m, 폭 77m에 높이 63m 규모였다. 배라기보다는 떠다니는 기지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니었다.


니미츠급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호는 아시아·태평양지역을 주 무대로 한 항모 중 가장 크다. 축구장 3개 크기의 비행갑판에 전투기 70대를 포함해 항공기 80~90대를 탑재하고 4천200여 명의 병력을 품고 있다.


갑판에선 그동안 사진으로만 봤던 전투기들이 엄청난 굉음을 내며 뜨고 내리고 있었다. 이라크전에서 활약했던 슈퍼호넷(F/A-18), 해상작전헬기, 적의 레이더를 교란시키는 전자전기(EA-18G), 공중조기 경보기 호크아이(E-2C) 등이 눈에 들어왔다.


미 핵항모 로널드 레이건호 갑판 위에 최첨단 전투기

(로널드레이건호 함상·이와쿠니=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19일 동해상에서 한미 연합훈련을 펼치고 있는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의 갑판 위에 늘어서 있는 전투기. 2017.10.19  bkkim@yna.co.kr


로널드 레이건호는 덩치는 컸지만 빠른 속도로 바다를 누비고 있었다. 최고 속도는 시속 56㎞. 원자로 2기를 갖추고 최대 28만 마력의 동력을 낸다. 원자력이 동력이니 20년 동안 연료 재공급 없이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전투기들의 무대인 갑판 위가 입을 쩍 벌리게 할만큼 넓었던데 비해 함교(항모 내부 건물)는 좁은 통로를 따라 미로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그 안에선 수많은 요원이 항모와 전투기들의 원활한 운용을 위해 호흡을 맞추고 있었다.


항모 내부 공간이 좁은 까닭은 전투에 최적화한 항모 특성에 맞게 갑판을 최대한 넓히고 대신 요원들 활동 공간을 줄였기 때문이다.


좁은 통로를 따라 가파른 계단을 오르내리다 보니 쉽게 지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기자의 현장 취재를 안내한 인솔 장교는 숨을 헐떡이는 기자에게 "우리 운동 훈련 공간에 온 것을 환영한다"며 농담을 건넸다.


미 핵항모 로널드 레이건호 갑판 위에 대기 중인 전투기

(로널드레이건호 함상·이와쿠니=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19일 동해상에서 우리군과 고강도 연합훈련을 펼치고 있는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의 갑판 위에 늘어서 있는 전투기. 2017.10.19  bkkim@yna.co.kr


이날로 레이건호는 나흘째 한국 해군과 고강도 연합훈련을 벌이고 있다. 로널드 레이건호가 속한 제5항모강습단은 이번 훈련에 참가한 미군의 핵심 전력이다. 항모 레이건호는 이지스 구축함, 미사일 순양함, 군수지원함, 핵 추진 잠수함을 이끌고 훈련을 펼치고 있다.


우리 해군의 세종대왕함 등 모두 40여정에 이르는 양국 함정이 훈련을 펼치며 북한에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보이면서 만에 하나 도발이라는 오판을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런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하려고 미 해군은 훈련 중인 항모에 한미일 등 동맹국의 언론을 이례적으로 초청했고 연합뉴스는 한국 언론사 중에서는 유일하게 항모에서의 직접 취재 기회를 얻었다. .


연합 훈련하는 로널드 레이건호

(서울=연합뉴스) 한미 해군이 18일 동해에서 북한의 해상도발에 대비해 연합 해상훈련을 하고 있다. 아래부터 미국 해군 원자력추진 항공모함 로널드레이건함(CVN 76), 미국 해군의 알레이버크급 구축함 스테덤함(DDG 63). 2017.10.18 [미 해군 제공=연합뉴스] photo@yna.co.kr


버즈 도넬리 로널드 레이건호 함장은 "이번 훈련은 우리가 연례적으로 한국과 같이 하는 훈련"이라면서도 "지역의 번영과 가까운 친구, 동맹의 안보를 위해 모든 상황에 맞설 준비가 항상 돼 있다"고 힘줘 말했다.


로널드 레이건호의 이름은 동서 냉전이 한창 심하던 1981~1989년 재임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에서 왔다. 이런 까닭에 항모에는 레이건 전 대통령의 동상과 기념물이 전시되고 그의 생애를 다룬 영상이 상영되는 기념 공간이 있었다.


레이건 대통령을 "미국의 자존심을 되찾아줬다"고 소개한 이 기념관에는 그가 1988년에 한 라디오 방송에서 했다는 발언이 소개돼 있었다.


"지난 8년간(재임 기간) 우리가 무엇을 배웠다면, 힘에 의한 평화가 효과가 있다는 것(peace through strength works)이다."


사회주의 소련의 붕괴에 역할을 한 레이건 대통령의 이름을 딴 항공모함이 한반도 긴장의 최전선에서 있다는 사실은 그런 점에서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힘에 의한 평화"…미 핵항모 레이건 전대통령 전시물

(로널드레이건호 함상·이와쿠니=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19일 동해상에서 우리군과 연합훈련을 펼치고 있는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 내부의 레이건 전 대통령 기념공간의 기념물. 로널드 레이건호는 레이건 전 대통령에서 이름을 따왔다. 이 기념물에는 레이거 전 대통령이 생전에 말한 '힘에 의한 평화(peace through strength)'가 적혀 있다. 2017.10.19 bkkim@yna.co.kr


[연합뉴스] 2017.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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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1분마다 전투기 굉음…北저지 최전선 美핵항모 레이건호


특수장치로 수초 만에 신속 이착륙…1분에 1대꼴 긴박감 속에 호흡 척척
장병들은 자부심…"불안감 느끼기보다는 레이건호 임무에 집중" 

 

미 핵항모 레이건호 동해서 훈련…발진하는 전투기

(로널드레이건호 함상·이와쿠니=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19일 동해상에서 한미 연합훈련을 펼치고 있는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의 갑판에서 전투기가 이륙하고 있다. 2017.10.20 bkkim@yna.co.kr


(도널드레이건호 함상ㆍ이와쿠니<일본>=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19일 한미 간 연합훈련이 한창인 미국 핵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 호에는 탄탄한 전력을 바탕으로 한 자신감과 북한의 도발을 저지하겠다는 긴장감이 뒤섞여 있었다.


긴장감이 특히 두드러진 곳은 최첨단 이착륙 훈련이 펼쳐진 갑판이었다.


기자가 현장 요원들과 함께 갑판에서 이착륙을 지켜본 30분 동안 뜨고 내린 항공기는 30여대나 됐다. 1분에 1대는 이륙을 하거나 착륙을 한 셈이다.


운동장 3개 크기의 넓은 갑판이지만, 항공기가 이착륙하기에는 턱없이 좁은 까닭에 로널드 레이건호의 갑판에는 캐터펄트(catapult)와 어레스팅 와이어(arresting wire)라는 특수 장치가 사용된다.


캐터펄트는 원자로에서 나오는 증기를 이용해 비행기가 힘차게 이륙하는 것을 도와주는 장치다. 어레스팅 와이어는 바닥에 설치된 쇠줄로 착륙하는 항공기의 고리를 걸어 짧은 거리에서 멈출 수 있도록 돕는다.


미 핵항모 로널드 레이건호 갑판 위에 대기 중인 전투기

(로널드레이건호 함상·이와쿠니=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19일 동해상에서 우리군과 고강도 연합훈련을 펼치고 있는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의 갑판 위에 늘어서 있는 전투기. 2017.10.19 bkkim@yna.co.kr


통상 전투기가 이륙하는데 수백 미터의 활주로가 필요하고 착륙할 때도 1~2㎞를 달려야 하는데, 이런 장치를 이용하면 50~100m의 활주로만으로도 이착륙이 가능하다. 시간으로 치면 3~5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바다 위에 떠 있어 상대적으로 좁은 공간밖에 활용할 수 없는 항공모함에서는 꼭 필요한 장치들이다. 전투기가 신속하게 임무를 수행하는데에도 필수적이다.


다만 이착륙 때 충격은 상당히 크다. 기자는 이날 1시간 40분가량 떨어진 거리에 있는 주일미군 이와쿠니(岩國) 기지에서 수송기를 타고 로널드 레이건호에 온 뒤 다시 오갈 때 두 장치를 모두 경험했다.


한미 연합훈련 레이건호…비행하는 조기경보기

(로널드레이건호 함상·이와쿠니=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19일 동해상에서 한미 연합훈련을 펼치고 있는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에서 이륙한 조기경보기가 비행하고 있다. 2017.10.20 bkkim@yna.co.kr


순식간에 이착륙하긴 했지만, 착륙 때에는 심한 흔들림을 겪었고 이륙할 때에는 순식간에 몸이 45도로 거꾸러질 정도의 충격을 경험했다.


파일럿이 아닌 사람이 캐터펄트를 이용해 이륙하는 항공기에 탔다가 중력가속도 때문에 기절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착륙이 쉴 새 없이 진행되는 동안 갑판은 전투기 등이 내뿜는 굉음과 캐터펄트의 수증기로 인해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바다의 찬 바람과 수증기의 더운 바람이 뒤섞인 가운데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의 목소리도 안 들릴 정도로 굉음이 쏟아지는 정신 없는 상황이지만 갑판의 요원들은 일사불란했다.


각각 자신이 맡은 임무에 따라 노랑, 초록, 빨강 등 다른 색의 조끼를 입은 요원들의 움직임은 분주하면서도 신속했다.


갑판의 분위기와 달리 함교(항모 내 건물)의 요원들에게서는 자신감에서 나온 여유가 엿보였다. 그만큼 임무에 숙련된 데다 계속되는 훈련으로 서로 호흡이 잘 맞기 때문이다.


레이건호에서 만난 장병들의 얼굴에서는 한반도 위기 상황의 최전선에 있다는 것에 대한 불안함을 찾기 어려웠다. 이들은 오히려 레이건호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데 대해 자부심을 강조했다.


격납고에서 만난 한 여성 장병은 "북한 도발에 대해 미국에 있는 가족들이나 친구들이 걱정하기는 하지만 딱히 불안함을 느끼고 있지 않다"며 "레이건호의 임무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알고 있으니 거기에 집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합 훈련하는 로널드 레이건호

(서울=연합뉴스) 한미 해군이 18일 동해에서 북한의 해상도발에 대비해 연합 해상훈련을 하고 있다. 아래부터 미국 해군 원자력추진 항공모함 로널드레이건함(CVN 76), 미국 해군의 알레이버크급 구축함 스테덤함(DDG 63). 2017.10.18 [미 해군 제공=연합뉴스] photo@yna.co.kr


[연합뉴스] 2017.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