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일기/해병740기 김동훈

나의 해병대 이야기

머린코341(mc341) 2019. 9. 22. 18:23

나의 해병대 이야기


"해병대" 를 가야겠다는 다짐은 없었다.


남들처럼 공부해서 대학에 가보니 대학생활이란게 별 다른 것 없이 시시했다.


억압된 고3에서 벗어나는 해방감은 맛보았을지 모르겠지만 캠퍼스의 낭만 이런 것은 애시당초 존재했을 것 같지도 않은 뜬구름 같은 것이었고..


그냥 강의 시간표에 맞춰 스스로가 준비를 하고 관리를 하고.. 첫번째 수업과 마지막 수업을 정하고 그 시간에 맞게 강의실을 옮겨다니며 1시간 짜리 2시간짜리 강의를 듣고 받아온 리포트를 준비하고.


시험을 준비하고.. 뭐 그저 그런...


1학기 여름방학을 앞두고 이 재미없는 생활을 청산하기 위한 계기를 만든것이 입대였다.


아직 신검도 받지 않았는데 입대가 가능할 지 몰랐지만 무턱대고 찾아간 대구지방병무청에서 운명을 갈라버릴 역사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입대 절차와 상담을 받기 위해 대기하면서 든 생각이 남들 다 가는 육군은 시시했고 해군은 복무기간이 길고 울렁거리는 배를 타야 할 이유가 없었고 공군 역시 복무기간이 길고 조종사 뒷처리나 할 것 같은 무료함이 싫다 보니 남은 것은 해병대 인데..


저 멀리서 모병관이 친철한 미소를 머금고 손짓을 한다.


복무기간 긴 해군과 공군은 비추이고 사나이라면 군생활 한번 값지게 해야 하지 않은가?


해병대는 육군과 동일한 복무기간에 지원만 하면 보름내로 일사천리로 입대를 시켜주겠다는 사탕발림과 함께 입영지원서를 들이밀었다.


부모님 동의란에 도장을 찍게 되어있는데 도장이 없다고 하니 친절하게 병무청 정문앞에 도장가게가 있으며 막도장으로 파면 단돈 2,000원이란 얘기까지 해 주더라.


무엇에 홀린 듯이 아부지 도장을 파가지고 와서 용감하게도 지원서를 작성하고 도장도 찍어버렸다.


지원서에 놓친 것이 없는지 살펴보는 모병관의 흐믓한 얼굴을 보니


"아차!! 상담만 받으러 온 내가 뭔 짓을?...."


정신을 차려서 지원서를 다시 돌려 받아 이것저것 물으니 모병관이


"지원서 낸다고 모두 입대하는 것은 아니니 걱정마라. 신체검사도 받아야 하고 면접도 봐야 한다 요즘은 지원자가 많아서 100% 된다는 보장이 없으니 일단은 돌아가고 신체검사 통지가 오거든 지정된 장소에서 받아라. 100% 지원제기 때문에 본인이 죽어도 못할 것 같으면 훈련단에서 나와도 되니 걱정말고....."


보름 후 신체검사 및 면접 통지서가 나왔고 대구국군병원에 가서 간단한 신체검사와 면접을 동시에 받았다.


다시 보름 후 합격을 알리는 안내장과 함께 "입영통지서" 가 동봉되어 왔다.


1994년 8.24일  포항 오천면 소재 해병제1사단 해병훈련단으로 00시까지 입대하기 바람.


[terran75] 2017.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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