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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이 선택한 21세기형 지프의 개발사, 플라이어 72 경량전술차량

머린코341(mc341) 2019. 9. 27. 10:30

미군이 선택한 21세기형 지프의 개발사, 플라이어 72 경량전술차량


M1288 ‘플라이어 72‘ 특수작전차량 <출처: 미 육군>


개발의 역사


특수부대라고 하면 적진에 침투하여 도보로 이동하는 것을 연상하게 되지만 현실은 다르다. 적진의 지형과 상황에 따라서 차량이나 기타 탈 것을 활용하지 않고서는 작전을 수행할 수 없는 경우가 빈번하다.


2001년 아프가니스탄에 최초로 침투했던 그린베레들은 엄청난 이동거리를 극복하기 위하여 말이나 노새를 활용하기도 했고 당연히 차량을 이용했다.


미 특수작전차량의 역사와 현황


아프가니스탄 전쟁 초부터 미군 특수부대는 상용 픽업트럭을 전술차량으로 적극 활용했다. <출처: 미 육군>


OEF(Operation Enduring Freedom) 작전 초기에는 차량을 스스로 운반할 수 없었기에 반군인 북부동맹의 차량을 이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이들 부대원들은 현지에서 랜드크루저나 우아즈 등 중고차를 구매하여 활용하기도 했다.


이후 전쟁이 본격화되면서 특수부대의 활동에 필요한 차량이 필요하자 포드 F-150이나 도요타(Toyota) 힐럭스(Hilux) 등 민수용 픽업트럭을 구매하면서 이들 차량을 NSTV(Non-Standard Tactical Vehicle, 비표준형 전술차량)로 분류하여 운용하기도 했다.



2003년 이라크 침공 초기에는 특수전부대는 험비를 개조한 GMV를 앞세워 차량작전을 수행했다. <출처: 미 육군>


이라크전(Operation Iraqi Freedom, OIF)에서는 특수부대들이 본격적으로 차량화하여 초기작전을 수행하기도 했다. 이런 과정에서 험비(HMMWV)에 각종 무장을 장착한 GMV(Ground Mobility Vehicle)가 등장했는데, 이는 덤비(Dumvee)라는 애칭으로 불렸다.


덤비는 그린베레, 레인저, 실팀 등이 각각 자신의 임무특성에 맡게 차량을 개조하여 사용함으로써 2003년 개전 초기 대표적인 특수작전차량으로 활약했다..



대분란전이 중심이 되면서 특수부대는 방호력이 높은 RG-31(사진) 등 MRAP차량을 운용했다. <출처: 미 국방부>


이후 OIF의 국면이 대게릴라전투로 바뀌면서 특수전부대는 방탄과 지뢰방호능력이 강화된 MRAP 계열의 차량을 주로 사용하게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헬기에 탑재할 수 있는 경량 특수작전차량에 대한 소요는 계속되었고, 이를 확보하기 위한 사업들이 꾸준히 추진되었으나 2010년대까지만 해도 뚜렷한 해답이 나오지는 못했다.


21세기의 특수전 경량전술차량, GMV 1.1



GMV 1.1 사업의 후보기종이었던 내비스타의 SOTV(상)와 노스럽그루먼의 MAV-L(하) 특수작전차량 <출처: (상) Navistar Defense / (하) Northrop Grumman>


한편 2012년 4월에 이르자 미국특수전사령부(U.S. Special Operations Command; 이하 SOCOM)는  드디어 신형 경량전술차량의 소요를 확정하고 노후화하는 GMV를 교체하기로 결정하면서 차량의 성능요구사항을 발표했다.


이 사업은 최초에는 그저 특수작전전술차량(Special Operations Tactical Vehicle) 사업으로 알려지다가, 추후 'GMV 1.1'으로 명명되었다. 즉 이 사업은 기본적으로는 기존 험비 기반의 GMV를 대체하는 수요임을 명확히 한 것이다.


GMV 1.1은 험비보다 더욱 가볍고 작지만 기동성이 높은 차량을 추구했으며 기존의 GMV보다 강력한 무장에 C4ISR 능력까지 통합할 수 있는 플랫폼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SOCOM은 다음과 같은 요건을 요구했다.


● CH-47 또는 MH-47 헬기로 수송이 가능할 것 (동시에 최대 2대까지)
● 롤바를 장착하여 전복시에도 차량의 자중 100%를 지지하며 승무원을 보호할 것
● 60%의 경사각을 극복할 수 있을 것
● 모듈러 설계로 임무에 따라 임무키트를 환장하여 장착할 수 있을 것
● 6명의 작전요원을 탑승하며, 최대 9명의 분대원을 탑승할 수 있을 것
● C4(지휘·통제·통신·컴퓨터) 장비의 장착이 가능할 것


사업에는 AM 제너럴, 내비스타(Navistar Defense), 오시코시 디펜스, HDT 글로벌, 록히드마틴, 노스럽그루먼, 제네럴 다이내믹스 탄약/전술시스템(General Dynamics Ordnance and Tactical Systems; 이하 GD-OTS) 등 7개의 업체가 참가했다.


아직 소형전술차량에 대한 개념이 확실히 잡히기 전이었기에, 예를 들어 내비스타는 도요타 힐럭스 픽업트럭을 방탄화한 모델을 제안했다. 한편  노스럽그루먼은 BAE시스템즈와 손잡고 MAV-L(Medium Assault Vehicle ? Light)라는 신개념의 차량을 선보이기도 했다. AM 제너럴은 험비의 방호력을 높인 'GMV' 모델을 제시했다.




또다른 후보기종인 오시코시의 S-ATV(상)와 AM제너럴의 GMV(하) <출처: (상) Oshkosh Defense / (하) AM General>


시험평가의 과정에서 최종후보로는 AM 제너럴, 내비스타, GD-OTS 등 3개 업체가 남겨졌다. 그러나 단연 우수한 옵션을 제공했던 것은 플라이어 디펜스가 설계하고 GD-OTS가 양산하는 플라이어(Flyer)  ALSV(Advanced Light Strike Vehicle)이었다.


이후 약 1년반 정도 계속된 시험평가에서 플라이어는 기동성은 물론이고 MH-47 등 특수작전 헬기 내부에 문제없이 수납되는 등 전반적으로 우수한 성적을 보였다.


결국 2013년 8월 SOCOM은 플라이어를 GMV 1.1 사업기종으로 선정했다. 이로서 국방부는 GD-OTS와 5억6천2백만 불 상당의 계약을 체결했다.



GMV 1.1는 플라이어 전술차량으로 결정되었는데, 플라이어 디펜스가 설계하고 GD-OTS가 양산한다. 사진은 플라이어의 초기 시제차량이다. <출처: GD-OTS>


한편 사업이 GD-OTS의 승리로 허무하게 끝나자, 차량 전문업체인 AM 제너럴과 오쉬코쉬는 즉각적으로 반발했다. 우선 양사는 2014년 9월 정부회계국( Government Accountability Office, GAO)에 이의제기를 했으나 GAO는 12월에 이를 기각했다.


오쉬코쉬는 더 이상 밀어붙이지 않았지만 AM 제너럴은 2014년 1월 SOCOM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연방항소법원은 2014년 4월 7일 AM 제너럴의 소송을 기각하면서 결국 GD-OTS는 GMV 1.1 사업의 최종승자가 되었다. GMV 1.1 사업으로 SOCOM은 기존의 GMV를 대신하여 약 1,200여대의 플라이어를 도입할 전망이다.


특수작전을 넘어 차기보병여단전투단으로


미 육군의 중핵인 여단전투단은 기갑 여단전투단 (Armored Brigade Combat Team; ABCT), 스트라이커 여단전투단(Stryker Brigade Combat Team; SBCT) 그리고 보병여단전투단(Infantry Brigade Combat Team; IBCT)의 3가지로 구성된다.


특히 보병여단전투단은 경보병여단전투단, 공정 보병여단전투단, 공중강습 보병여단전투단의 3가지로 나뉘는데, 미래 전장에 맞게 이들도 모두 차량화할 예정이다.


특히 보병분대 단위로 경량전술차량을 지급할 예정인데, SOCOM의 GMV 1.1 사업은 IBCT의 분대용 경량전술차량의 구상에 커다란 영감을 주었다.


결국 육군은 2014년 '초경량전투차량(Ultra Light Combat Vehicle; ULCV)'이란 사업명으로 IBCT용 차량을 획득하기로 결정했다.


ULCV사업의 강력한 경쟁자였던 폴라리스 디펜스의 대거 차량 <출처: Polaris Gov't & Defense>


ULCV는 과거 윌리스 지프가 가지던 기동성과 컴팩트함을 동시에 보유하는 21세기의 지프로 주목받았다. 이미 미군이 오래전부터 새로운 경량전술차량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던 각 제작사들은 앞다투어 차량들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MRZR로 각광받던 폴라리스 디펜스는 대거(DAGOR)를 선보였고, 바이퍼 아다마스(Vyper Adamas Inc.)에서는 V3X라는 신개념 차량을 선보였다. 뿐만 아니라 방산대기업들까지도 사업에 관심을 보여, 보잉은 팬텀 배저(Phantom Badger)를 록히드마틴은 HVTV(High Versatility Tactical Vehicle)를 제안했다.


헨드릭 다이내믹스(Hendrick Dynamics)에서는 기존의 상용SUV인 지프 랭글러를 개량한 '코만도'를 출품하기도 했다. 그리고 GD-OTS는 GMV 1.1 사업의 승자인 플라이어(Flyer) 72 ALSV(Advanced Light Strike Vehicle)를 선보였다.



ULCV에 출품되었던 보잉의 팬텀배저(상)와 바이퍼의 V3X(하)

<출처: (상) Boeing / (하) Vyper Adamas>


한편 2015년 3월 육군은 신형전술차량의 사업명을 ULCV에서 GMV로 변경했다. 이로 인하여 명칭의 혼란이 생길 수 있는데, 이미 GMV 1.1은 SOCOM의 사업으로 GD-OTS의 플라이어가 선정되면서 종료되었고, 2015년의 사업은 미 육군 전체를 위한 신규차량사업이었다.


이에 따라 미 육군의 GMV사업은 A-GMV로 불린다. 모두 2,065대의 A-GMV를 정규 보병여단전투단을 위하여 획득하며, 317대는 미 육군 특수전사령부를 위하여 획득할 것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예산획득의 어려움과 일선의 긴급한 차량소요 등을 놓고 혼란이 가중되면서 미 육군은 2단계 획득 전략으로 전환했다.


플라이어 A-GMV로 시험평가 중인 미 육군 제173 공수여단 장병들 <출처: 미 육군>


우선 A-GMV 획득 1단계로 이미 GMV 1.1사업의 결과를 바탕으로 5개의 공수 IBCT와 미 육군 특수전사령부와가 당장 필요로 하는 긴급소요를 충당한다.


이에 따라 플라이어 차량 295대는 공수 IBCT로, 317대는 육군 특수부대로 배치하게 된다. 그리고 2단계부터는 별도의 경쟁사업으로 하여 나머지 1,700여대의 A-GMV를 공수부대를 제외한 기타 IBCT에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2번째 단계의 사업에서 획득할 차량에는 ISV(Infantry Squad Vehicle, 보병분대차량)라는 별도의 명칭이 붙었다.


공수투하를 위해 포장되고 있는 플라이어 72 차량 <출처: 미 육군>


이에 따라 미 육군은 2019년 4월 A-GMV 2단계사업의 RFP를 발행했고, 8월에 3개사를 후보로 선정했다. GM디펜스, SAIC-폴라리스 연합팀과 오시코시 디펜스-플라이어 디펜스 연합팀 2군이다.


3개사는 각각 1백만불의 사업비용을 수여받고 최소 2대의 시제차량을 제출할 예정이다. GM 디펜스가 제시한 ISV는 자사의 픽업트럭인 콜로라도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특히 오프로드 사양인 콜로라도 ZR2를 기본으로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GM 디펜스에서 제시한 콜로라도 ZR2 기반의 A-GMV 후보차량 <출처: Chevrolet>


선정된 3개사 가운데 2개 연합팀은 모두 독특한데, 우선 폴라리스는 각광받는 대거 모델을 다시 들고 나왔으나 이번에는 방산대기업인 SAIC와 팀을 이루어 사업의 안정성을 높였다.


한편 오시코시와 플라이어의 결합이야말로 독특한데, 애초에 플라이어를 설계한 것은 플라이어 디펜스(Flyer Defense)사로 GD-OTS는 미군에 납품을 위한 양산을 맡는 업체였다. 그런데 A-GMV 2단계 사업을 놓고 플라이어는 GD-OTS대신 오시코시와 손잡고 사업후보로 뛰어든 것이다.


플라이어의 현황


플라이어 전술차량은 이처럼 2개의 사업에서 현재 획득되고 있다. 우선 SOCOM의 GMV 1.1 사업으로 모두 1,297대의 플라이어 72 차량이 도입된다. 이들 차량은 M1288이라는 제식명이 부여되었다. M1288은 이미 2014년 10월 형상을 확정짓고 2016년부터 저율양산을 시작했다.


M1288 플라이어 72 GMV <출처: GD-OTS>


한편 육군의 A-GMV 사업 1단계로 도입되는 플라이어 72 차량은 모두 618대이다. A-GMV 1단계 차량은 LRV(Light Reconnaissance Vehicle, 경량 정찰차량)으로 구분되어 M1297이라는 제식명이 부여되었다. 이미 양산중인 차량이어서 별도의 개발소요가 필요없었기에 M1297 A-GMV는 이미 2018년 후반기부터 미 육군으로 전달되어 시험평가 중에 있다.


M1297 플라이어 72 A-GMV <출처: 미 육군>


또한 A-GMV 2단계 사업에는 플라이어는 아직은 후보기종으로, 이번에는 양산파트너를 GD-OTS에서 오시코시로 바꿨다.


2단계사업에서 요구하는 차량은 9명의 분대원을 탑승시킬 수 있는 ISV로, 기존의 플라이어에서 약간의 형상변경이 요구된다. 만약 플라이어-오시코시 팀이 승리하면 최소한 649대의 ISV 사양이 납품되며, 나머지 1,100여대 또한 가져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플라이어의 ISV 제안형 <출처: Flyer Defense>


A-GMV 2단계사업의 성패를 떠나, 플라이어는 이미 GMV 1.1.과 A-GMV 1단계사업의 승자이다. 애초에 가볍고 작고 기동성 높은 지프의 컨셉을 물려받은 것은 험비도 JLTV도 아닌 플라이어이다.


저자 소개


양욱 | Defense Analyst


본 연재인 '무기백과사전'의 총괄 에디터이다. 중동지역에서 군 특수부대 교관을 역임했고, 아덴만 지역에서 대(對)해적 업무를 수행하는 등 민간군사기업을 경영하다 일선에서 물러났다. 현재는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WMD 대응센터장으로 재직하면서, 한남대와 신안산대 등에서 군사전략과 대테러실무를 가르치고 있다. 또한 각군의 정책자문위원과 정부의 평가위원으로 국방정책에 관해 자문하고 있다.

  

[유용원의 군사세계] 2019.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