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민의 한반도평화워치] 일본의 위성·항모·잠수함 전력, 한국과 격차 커져가
과소 평가되는 일본 군사력
우주 분야 일본에 가장 뒤쳐지고
항모·잠수함 격차도 갈수록 커져
최소한의 방어력 갖추는 한편
한·미 동맹 통해 일본 견제해야
[중앙일보] 한국이 일본에 가장 뒤떨어져 있는 군사력 분야는 우주다. 인공위성이 없으면 상대방을 들여다보는 정찰이나 무인기 등 거의 모든 무기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 미국은 우주 분야에서 러시아와 중국과의 전쟁에 사활을 건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우주가 전쟁터로 변해가는데 한국은 속수무책이다. 일본은 2020년대 중반 방해(妨害) 위성을 발사할 계획이다. 이 위성은 로봇 팔로 다른 나라 위성을 망가뜨려 통신을 두절되게 하고 첩보 위성 기능을 상실하게 한다. 한국 위성에도 적용될 수 있는 군사 전략이다.
일본 로켓발사대 센터장을 지낸 사카즈메는 “일본 우주 기술 중 가장 자랑스러운 기술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도킹(docking) 기술”이라고 답했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축적된 로봇 팔 기술과 세계 최고 수준의 도킹 기술로 방해 위성에 로봇 팔을 달아 외국 인공위성을 망가뜨리는 게 가능하다. 도킹 기술을 군사적으로 사용하면 미사일 요격 기술로 전용할 수 있다.
한국은 2021년 목표로 1.5t의 인공위성을 쏘아 올릴 자체 로켓을 개발하는 중이지만, 일본은 첩보 위성의 지구 궤도에 16t의 인공위성을 올릴 수 있는 H-2A 액체연료 로켓을 이미 갖고 있다.
연료를 넣는데 시간이 걸리는 H-2A 로켓뿐 아니라 단추만 누르면 즉각 발사되는 1.2t 탄두용 고체연료 로켓 입실론도 보유하고 있다. 군사적으로 전용하면 즉각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체를 보유한 일본이다.
ICBM 역량 갖춘 우주 강국 일본
일본 GPS 위성 미치비키 2호를 탑재하고 발사되는 H2A 로켓 34호기. [로이터=연합뉴스]
ICBM을 쏘려면 대기권 재돌입 기술이 필요하다. 일본은 우주에 발사한 인공 물체를 대기권 내부로 재돌입하는 데 오래전 성공해 ICBM 기술에서 북한보다 훨씬 앞서 있다. 언젠가는 국방정책으로 표면화되겠지만, 기술적으로는 ICBM 역량을 모두 갖춘 우주 강국이다.
첩보 위성 능력도 2025년까지 10기의 첩보 위성을 쏘아 올려 북한 김정은이 어느 건물에서 나오는지도 살필 수 있다. 일본은 한국도 들여다보고 있다.
한·일 우주 군사력을 비교하면 임진왜란 때 일본의 조총에 조선이 창과 칼로 맞서는 것이나 다름없이 엄청난 차이가 난다. 군사력 중 일본에 가장 뒤떨어진 상태여서 간극을 좁히려면 수십 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고려하면 미래를 대비할 영역 중 가장 시급한 분야가 우주다.
일본 우주 분야는 아베 총리가 우주전략본부장을 맡아 직접 지휘하고 있어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르다. 한국이 우주 분야에 대한 유비무환의 국방정책을 서두르지 않으면, 무기는 있되 신경이 마비된 것처럼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허망한 군사력이 될 수 있다.
한국은 자체 GPS가 없는 반면, 일본은 준 천정 위성시스템(QZSS)이라는 자체 GPS를 갖고 있다. 현대전의 무기 체계는 위성항법 시스템(GPS) 인공위성 도움 없이는 통신이 어렵게 되고 미사일을 정확히 유도할 수도 없다.
인도양에서 연합 작전을 벌이는 일본의 헬기 항공모함 가가함. [로이터=뉴시스]
해양 군사력은 어떤가. 일본은 지난해 12월 아베 총리가 주재한 각의에서 항공모함 도입을 결정했다. 항공모함은 공격형 군대의 상징이니 일본 국방정책 변화를 실감할 수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평온했던 동북아의 국방 태세가 공격적으로 변모한다는 신호탄이 울렸다는 것을 한국은 알아야 한다.
세계 최정상급 일본 잠수함
약 2만t급의 이즈모형 항공모함은 가가 함과 함께 미국제 수직이착륙 전폭기 F-35B 40대를 탑재하기로 했다. 일본은 가까운 미래에 적어도 3척의 항모를 보유하게 될 것이다. 느닷없이 한국의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를 해 한국 경제의 목줄을 죄는 것처럼 항모 군단을 앞세워 독도를 압박할 수 있다.
한국은 2020년 항공모함 설계에 착수한다고 하니 이 분야도 수십 년의 시간이 걸려야 따라잡을 수 있는 형편이다. 한국은 항공모함 운용 경험이 없지만, 일본은 2차 대전 때 11척의 항공모함을 운용한 경험이 있다.
일본의 소류급 잠수함 소류함. [해상자위대]
일본은 잠수함 16척 체제를 유지해 왔는데 2021년까지 22척 체제로 늘린다. 잠수함 16척 체제는 종전 후 일본 군사력을 해체한 미국이 모순되게도 일본에 잠수함 무장을 강요해 이뤄졌다.
미국은 냉전 시절 옛 소련 군함들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태평양에 진출하는 것을 막기 위한 군사 전략의 일부분을 일본에 맡겼다. 일본은 이에 맞춰 소야해협·쓰가루해협·대한해협의 3개 해협을 봉쇄하는 임무를 수행해 왔다.
매년 1척을 퇴역시키고 미쓰비시조선소와 가와사키조선소에서 교대로 1척씩 건조해 잠수함의 평균 수령이 7.5년밖에 안 된다. 세계에서 가장 신형인 잠수함 전단을 보유하고 있다.
매년 새 기술을 접목해 소음이 가장 적은 소류 급 잠수함으로 무장하고 있고, 최신 엔진으로 15일 이상 물 밖으로 나오지 않고도 작전이 가능하다.
일본 잠수함은 수심 500m 해저까지 내려갈 수 있다. 용접 기술이 뛰어나지 않으면 엄청난 수압을 견딜 수 없는데 레이저 용접 기술에서 일본은 세계 정상급이다.
중국 잠수함이 동중국해·남중국해로 빠져나가는 두 곳의 물길을 감시하기 위해 항시 8척의 잠수함을 물속에 숨겨둬야 하므로 전체적으로 22척 체제로 변화하게 된 것이다.
22척 체제라 해도 매년 1척씩 퇴역하는 잠수함을 폐기하지 않고 연습함으로 보존하고 있기 때문에 실전에 투입될 수 있는 잠수함을 28~30척 보유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일본 소류 급 잠수함은 디젤 엔진에서 리튬이온 전지 동력으로 변환되는 시기로 접어들었다. 이렇게 되면 원자력 발전기가 없어도 물속에서 한 달가량 머무를 수 있다.
이 잠수함은 겉면에 음향 스텔스 타일을 빼곡히 붙이고 방향타도 다른 나라의 십자형(+) 키와 달리 X형 키여서 스크루 근처에 와류가 생기지 않아 소음이 적어 무적의 잠수함으로 평가되고 있다.
독도 사수 위해 항모 보유는 필수
일본의 군사 굴기에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한국은 국력 면에서 중국과 일본이 벌이는 군비 경쟁에 뛰어들어서는 안 될 형편이다.
그러나 중국에 이어 일본도 항공모함을 보유하게 되니 3면의 바다, 특히 독도를 사수하기 위해서라도 어쩔 수 없이 항공모함 보유는 필연의 선택이 되고 있다.
한국 영토인 독도를 자기네 영토라고 망언을 쏟아내는 일본의 항모 전단이 독도 근해에 포진하는 날이 온다면 한국도 항모 전단으로 대항할 수밖에 없다.
한국도 내년부터 항공모함 설계에 착수할 예정이다. 항공모함 보유는 항모 1척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다. 해저에는 잠수함, 해상에는 이지스함, 공중에는 F-35 전투기 편대, 우주에는 첩보 위성과 자체 GPS 인공위성 체제를 갖추어야 항공모함 전투 군단이 마련되는 만큼 제대로 장비들을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자체 GPS는 평화적 이용과 군사적 이용에도 활용되니 속도감 있게 보유를 서둘러야 한다. 밭을 경작하는 일본의 무인 트랙터는 GPS를 이용하여 정확도 오차가 6cm밖에 안 될 만큼 GPS 시스템 구축은 중요하다.
두 번째, 한·미 동맹이 견고해야 한다. 중국은 물론이고 일본의 군사력이 한국이 대적할 수 있는 범주를 벗어나 더욱 막강해지고 있으므로 한국은 미국을 끝까지 붙들고 있어야 한다.
미국은 일본의 군사 동맹이지만 태평양전쟁에서 목숨을 걸고 싸웠던 적이기 때문에 미·일 동맹을 통해 일본을 견제하는 목적도 있어 미국의 일본 견제는 한국에도 도움이 된다.
2차 대전이 끝나고 74년이 지나면서 동북아 안보 지형이 크게 변하고 있다. 최소한의 방어력은 갖추되 한·미 동맹이라는 외교 책략을 통해 후손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고 아무도 넘볼 수 없는 강한 대한민국을 창출해 나가야 하겠다.
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중앙일보] 2019.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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