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군함 이야기] 3000톤급 잠수함, 전 과정 국내 기술 큰 의미
<60> 손원일급·도산안창호급 잠수함
해군은 1990년대 중반 ‘대양해군’의 기치를 내걸었다. 대양해군은 대양에서도 국가 이익을 수호하고 국가 정책을 지원할 수 있는 작전 능력을 갖춘 해군을 의미한다. 특히 입체적인 전력 구비는 필수였다.
이에 해군은 돌고래급 잠수정(SSM)에 이어 장보고급 잠수함(SS-Ⅰ)을 확보했다. 다만 대양에서 더 원활한 작전을 수행하려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잠수함이 필요했다.
해군은 2단계 한국형 잠수함사업(KSS-Ⅱ·장보고-Ⅱ)으로 불리는 차기 잠수함 사업을 시작한다. 해군은 이 사업을 통해 배수량 1800톤의 손원일급 잠수함 9척을 확보한 데 이어 3단계 한국형 잠수함사업(KSS-III·장보고-III)도 의욕적으로 추진, 마침내 3000톤급 차기 잠수함 도산안창호함을 국내 기술력으로 지난해 건조, 진수했다.
손원일급 잠수함
디젤 잠수함 중 대형 ‘1800톤급’
연료 재충전 없이 하와이 왕복 가능
위성통신장비 탑재 연합작전능력 갖춰
한국 해군 1800톤급 잠수함 시대로 돌입
장보고급 잠수함 이후의 차기 잠수함을 확보하려는 2단계 한국형 잠수함(KSS-Ⅱ) 사업은 국내 독자개발이 아닌 해외 기술도입 국내 건조 방향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독일 HDW사의 214급이 프랑스 DCN사의 스코르핀(Scorpene)급과 치열한 경쟁 끝에 선정됐다.
국내 입찰에서 처음에는 대우조선해양의 수의계약으로 추진됐으나 현대중공업 측의 잠수함사업 참여 의지에 따라 경쟁입찰이 실시되고 현대중공업에서 사업권을 따냈다.
이로써 2단계 한국형 잠수함(KSS-Ⅱ) 사업은 현대중공업과 2000년 3척의 건조를 계약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해군은 이를 통해 독일의 214급 잠수함 3척을 확보하게 됐다.
하지만 해군의 잠수함 추가 확보 사업이 이어지면서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제8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최초 3척만 발주한 214급 잠수함에 6척을 더하기로 하는 ‘장보고-II의 계속사업안’을 의결하면서 추가 6척에 대해서는 현대중공업과 대우해양조선에 1척씩 번갈아 계약을 체결하기로 결정했다.
손원일급 잠수함(SS-Ⅱ) 2주간 부상 없이 수중 작전 가능
2단계 한국형 잠수함(KSS-Ⅱ) 사업으로 건조하고 전력화(예정)한 함정은 모두 9척이다. 1번함은 2006년 6월 9일 현대중공업에서 진수됐다.
해군은 해군 창설의 주역으로서 초대 해군참모총장과 제5대 국방부 장관을 지낸 고(故) 손원일 제독의 이름을 첫 번째 함의 함명으로 제정했다. 손원일 제독의 애국애족과 바다사랑 정신을 기리고자 한 것이다.
손원일급 잠수함은 다양한 무장 탑재와 함께 더 향상된 은밀성을 바탕으로 장기간 대함전, 대잠수함전, 공격기뢰 부설 등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규모 면에서는 배수량 1800톤급으로 디젤 잠수함 중에서는 대형에 속한다. 길이 65m, 폭 6.3m에 최대 속력은 20노트(37㎞)이며 승조원은 40여 명이 탑승한다.
영구자석 추진모터와 함께 공기 없이도 추진할 수 있는 장치인 공기불요장치(AIP·Air Independent Propulsion)를 탑재하고 있는 등 현존 디젤 잠수함 중 가장 최신 기술로 설계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손원일함은 연료 재충전 없이 하와이까지 왕복이 가능해 한번 출항하면 84일간 해상에서 작전을 수행할 수 있으며, AIP 시스템 덕분에 해상에 부상하지 않고도 약 2주간 수중작전이 가능하다. 작전반경으로 보면 장보고급 때보다 3~4배 넓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손원일급은 최신형 전투시스템을 구비해 300여 개의 표적을 처리할 수 있으며 레이저를 이용해 정확한 거리를 측정할 수 있는 잠망경을 장착하고 있다. 또한 원자력잠수함과 유사한 능력의 탐지 능력을 갖춘 소나(Sonar·음파탐지장비)도 보유하고 있다.
대양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위성통신장비(SATCOM)를 탑재해 세계 어디서나 통신이 가능한 연합작전 능력도 갖추고 있다. 더불어 함교탑의 형태가 유선형(209급은 사각형)으로 제작돼 소음이 대폭 감소한 데다 별도의 기만기 발사장치가 설치돼 있어 적의 대잠수함 어뢰 공격으로부터 생존 능력이 높다.
적 핵심시설 타격 가능한 국가전략적 비수
손원일급 잠수함은 무장 면에서 공격성이 한층 강화됐다. 장보고급에는 없는 어뢰 재장전 장치와 어뢰 적재 해치가 설치돼 어뢰 재장전과 적재 시간이 단축됐다.
특히 잠대함 미사일은 물론 적의 핵심 시설 정밀 타격이 가능한 국산 순항미사일을 탑재해 대함·대잠·대지 작전 능력을 두루 갖춘 잠수함으로 평가받고 있다.
손원일급 잠수함은 엄현성 전 해군참모총장이 “적의 수상함과 잠수함은 물론, 내륙 깊숙이 위치한 지상표적까지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국가전략적 비수(匕首)”라고 표현했을 만큼 조국 해양 수호의 중추전력으로서 소임을 완수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해군은 손원일함에 이어 고려 시대 수군 창설과 남해안 왜구 격퇴에 공이 큰 정지 장군의 이름을 2번함 함명으로 정했다. 이후 3번함부터는 항일 독립운동가의 이름을 사용해 안중근·김좌진·윤봉길·유관순·홍범도·이범석·신돌석함으로 명명했다.
도산안창호함
장거리 순항미사일 장착 중형 잠수함
한국 해군의 핵심 전략 무기체계
손원일급 2배·수중잠항 기간도 증가
2007년 2월, 방위사업청은 3000톤급 잠수함을 국내 독자 기술력으로 건조하는 ‘장보고-Ⅲ 사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3000톤급 잠수함은 국내 독자 기술 개발을 통해 장거리 순항미사일 장착이 가능한 중형 잠수함으로서 한국 해군의 핵심 전략 무기체계로 군의 기대를 모아왔다.
시기적으로 다소 늦춰진 감이 없지 않지만, 무엇보다 이 장보고-Ⅲ 사업에 의한 3000톤급 잠수함은 돌고래급 이후 설계부터 건조까지 전 과정이 국내 기술로 이뤄지는 첫 사업이라는 점에 큰 의의가 있고 기대도 큰 사업이다.
2014년 11월 27일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강재절단식(Steel Cutting Ceremony)을 통해 3000톤급 중형 잠수함의 건조 시작을 알렸으며, 이어 2018년 9월 14일에는 1번함인 도산안창호함이 진수했다.
도산안창호함은 길이 83.3m, 폭 9.6m에 수중 최대 속력 20노트(37km/h), 승조인원 50여 명 규모다. 손원일급에 비해 크기가 2배 정도 커졌으며, 공기불요추진체계(AIP)에 고성능 연료전지를 적용해 수중 잠항 기간도 증가했다.
더불어 초기 설계 단계부터 민·관·군 협력으로 주요 핵심장비를 개발, 탑재해 전체 국산화 비율을 향상시켰다. 해군은 독립운동과 민족 번영에 이바지한 도산 안창호 선생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첫 함정의 함명을 ‘도산안창호함’으로 명명했다.
첨단과학기술을 집약해 건조한 도산안창호함급은 전방위적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국가 전략 무기체계로서 해군의 책임국방 역량을 한층 강화시킬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대한민국은 장보고-Ⅲ 사업을 통해 세계에서 12번째로 잠수함을 설계하고 건조할 수 있는 국가로 발돋움했다.
사진=해군본부
신인호기자 idmz@dema.mi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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