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생활-13
꽁꽁떡뽁이
대부분 휴가 휴유증에 시달린다. 며칠동안 사재물을 흠뻑 먹고 들어오면 한동안 멘붕이 오는데 최소 며칠 동안은 스스로를 혹독하게 굴리지 않으면 찐빠 를 내게 된다.
나도 이제 공식적으로 중대 바닥을 벗어났으니 인계사항으로 내려오는 '몇기부터 몇기까지 00시 00장소로 집합'에 열외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매도 먼저 맞는 놈이 낮고 맞아본 놈이 잘 맞는다고.. 이제 몸도 어느정도 적응이 되어 예고 없이 훅! 들어오는 손길외에는 맷집좋게 악기있게 잘 맞는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단련이 되어 갔다.
당시 내무실 내 바로 위였던 738기 선임은 해병대의 표본을 보는 것 같은 체질이었는데 2기수 차이니 나에게는 그리 혹독하게 대하진 않았다.
어쩌다 단 둘이 있는 시간이 생기면 항상 따뜻하게 잘 대해 줬고 나도 심적으로나마 많은 의지를 하게 되었다.
하루는 여러명의 선임과 작업을 하다 생각보다 일찍 작업이 끝나자 738기 선임과 둘이 남아 작업 정리를 하고 있는데 선임이 몰래 PX를 가자고 했다.
개쫄들이 선임의 인도없이 PX를 갔다가 걸리기라도 하는 날에는 가차없이 쭐때치기가 날아오고 앞발차기가 날아온다.
나 뿐만 아니라 우리 내무실 위의 선임까지 피해가 고스란히 전해지기 때문에 특별히 주의해야 할 사항에도 포함이 되어 있다.
그런데 점심을 먹은지 한참이나 지났고 몇시간동안 막노동을 한터라 몹시 시장했고 선임의 달콤하고 겁없는 제안에 이성은 아니된다 하지만 몸은 이미 PX로 향하고 있었다.
연대 PX라고 해봤자 다 쓰러져가는 창고에 선반 몇개 짜놓고 그 위에 올려진 과자 부스러기 몇 종류와 아이스크림 냉동고에 들어있는 전자렌지 가열 제품 몇 종류가 전부였는데 그 중에 "꽁꽁 떡뽁이" 라는 기가 막힌 놈이 있었다.
전자렌지에 돌려서 먹으면 정말이지 환상의 MSG맛이 온몸으로 침투해 황홀한 지경까지 이르게 하는 마법의 꽁꽁떡볶이!!
이건 정말 주는데로 다 먹을 수 있는 최고의 PX 제품이었다.
"네개 계산해 주십시오"
"야! 너희 뭔데 개쫄둘이 와서 이걸 사가는 거야?"
"네 칠백 몇기 000 해병님 심부름입니다"
라고 말하자 반신반의 하는 표정을 지었는데 확인할 길이 없으니 오만 인상을 쓰면서 꽁꽁떡볶이 4개를 전자렌지에 데워서 내놨다.
우린 그것을 봉다리에 쓰러 담고 전방과 측방 후방을 경계하면서 대대쪽으로 복귀하여 보일러실에 숨어 들었다.
738기 선임은 전투공병과라 연대 보일러실의 열쇠를 소지하고 다녔는데 우리 대대가 연대와 가깝기 때문에 우리 측 병력이 연대의 보일러를 맡게 되어 있다.
신속하게 보일러 실에 들어가 짱박히고 안에서 얼른 출입문을 걸어 잠궜다.
아직 따끈따끈한 김이 모락모락 나는 꽁꽁떡볶이를 펼처 놓고 하나씩 들어서 먹기 시작했는데... 이 맛이란.. 과연 천상의 맛이다.
허겁지겁 하나씩을 까먹고 서로 웃으면서 두번째 떡볶이의 절반을 먹어갈 찰나 "철컹철컹" 밖에서 누가 문을 열고 있었다.
순간 선임과 나는 두 눈을 마주치고 서로의 얼굴에서 나오는 형언할 수 없는 공포를 읽은 후에 입안에 있던 떡볶이는 삼키고 나머지 잔해물은 봉지에 쓸어 담아 숨기는 방향을 찾고 있을 때 문이 활짝 열렸다.
'아 씨바 존됐다... '
문을 연견 727기 선임이었고 우리 입가에 묻은 빨간 양념과 진동하는 떡볶이의 향. 그리고 보일러 파이프 뒤에서 눈치 없이 흘러내리는 양념.. 선임은 이 광경을 찬찬히 훑어 보더니 뒤로 돌아 조용히 문을 잠궜다.
"퍽퍽 퍼퍼퍽......"
"윽...아윽..."
"이 씨**들이 기합빠져가지고 개쫄이 PX가서 이런거 사와서 짱박혀 쳐먹어?"
"악! 똑바로 하겠...
"퍽퍽...퍼퍼퍽..퍽"
"으.......악...."
1시간 남짓 나와 738기 선임은 번갈아 가며 떡볶이가 역류 해 올라 올때까지 뒤지게 맞았다.
2열 왼쪽에 있는 양반이 꽁꽁떡볶이 먹다 뒤지게 같이 맞은 738기 선임이다.
발길질이 몸통 머리 다리를 구분하지 않고 온몸을 훑기라도 하듯 정신없이 날아왔고 피하면 피한다고 더 패고 맷집있게 맞으면 약올라서 더 패고 바닥에 이리 저리 자빠지다 보니 온몸에 마른 콘크리트 먼지를 뒤집어 써서 몰골이 형편없었다.
본인이 지쳤는지 이제 발길질을 날리는 횟수가 뜸해 질 무렵 장고의 구타가 끝나감을 직감했다. 나도 처음으로 정신없이 맞아본 터라 아픈거 보다는 이 구타에 스스로 놀라 버려서 멘탈이 멍~~ 해지는 느낌까지 받았었다.
입안에 피맛이 비릿하게 전해졌다. 다행히 잘 때리는 선임이라 얼굴에 큰 상처는 없이 입술이 약간 터진 것 외에는 외형은 멀쩡했다.
속으로 골병이 든다는 얘기다. 뒷끝있게 '오늘밤 뒤졌어' 하면서 돌아 나가는 727기 선임의 뒷통수에 대고 738기 선임은 가소롭다는 듯이 씨~익 웃고 있었다.
어쨌든 간에 둘이 잘 먹기도 잘 먹었고 잘 맞기도 잘 맞았다.ㅎㅎ 이 사건으로 인해 738기 선임과는 더욱 더 가까운 유대관계를 쌓을 수 있었고 이 후로도 몰래 더욱 더 안전한 곳으로 숨어 들어가 꽁꽁떡볶이를 먹곤 했다.
'★해병일기 > 해병740기 김동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실무생활-15 A의 탈영 (0) | 2019.10.08 |
---|---|
실무생활-14 김일성 사망 (0) | 2019.10.08 |
실무생활-12 털에 대한 고민. (0) | 2019.10.07 |
실무생활-11 백일휴가!_출발 고향앞으로! (0) | 2019.10.07 |
실무생활-10 두번 근무를 서다. (0) | 2019.10.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