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트렌드] 신기전 DNA 품은 천무의 위용 … 우리 방산 기술력 세계에 과시
15~20일 성남 서울공항서 개최
K2 흑표 전차 등 국산 무기 전시
에어쇼·군악대·의장대 시범 선봬
[중앙일보] Seoul ADEX 2019 지난 1일 대구 공군기지에서 열린 제71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 군의 최고 통수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첫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을 타고 등장했다.
지상에 도열된 첨단 무기 사이에는 세계 최초의 다연장 로켓으로 꼽히는 신기전(神機箭)의 후예인 ‘천무’도 위용을 드러내 눈길을 모았다. 세계로 뻗어 나가며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한국 방위산업은 미래 성장의 새로운 동력으로 꼽히고 있다.
Seoul ADEX에선 한국형 첨단 무기의 위용을 확인할 수 있다. 2년 전 행사에 전시된 K2 전차와 K55A1 자주포의 모습.
문재인 대통령은 2년 전 차세대 다연장 로켓 천무가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지난 1일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도 다시 한번 자랑스러운 한국형 무기 천무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불과 반세기 전 우리는 소총 한 자루도 제대로 만들 수 없어 외국의 군사 원조에 의존했지만 이젠 초음속 항공기를 직접 만들어 수출하는 나라가 됐다”며 다연장 로켓 천무를 한 사례로 꼽았다.
천무는 임진왜란 당시 행주대첩을 승리로 이끌었던 신기전의 DNA가 계승된 한국형 무기. 당시 혁신적인 무기였던 신기전은 2008년 개봉된 영화 ‘신기전’을 통해 그 우수성이 널리 알려졌다.
신기전은 조선 성종(1474년) 때 간행된 『국조오례서례 병기도설』에 설계도와 함께 기록돼 전해져 오고 있다. 1983년 세계우주항공학회(IAF)는 이를 토대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로켓 설계도라고 밝혔다. 당시 우리 조상의 기술력이 집약된 신기전이 세계적으로도 최첨단 무기였다는 것을 인정받은 셈이다.
신기전은 고려 말부터 발달한 화약 기술을 바탕으로 조선 세종 때 개발된 세계 최초의 다연장 로켓이다. 임진왜란 때 행주대첩을 승리로 이끈 1등 공신이기도 하다.
화살에 화약통을 달고 날아가 목표 지점에서 자동으로 터지는 무기다. 이처럼 우리 조상은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자체 무기를 개발하는 등 방위산업의 선진국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조선시대 후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미국의 무상원조 장비에 의존하면서 우리의 방위산업도 정체됐다.
방위산업 육성 반세기 성과 한자리에
우리나라는 70년대 제1차 율곡사업을 진행하며 본격적으로 방위산업 육성에 힘쓰기 시작했다. 80년대 제2차 율곡사업을 거쳐 90년대부터는 국내 기술을 도입한 한국형 무기들을 선보였다.
이후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무기는 세계 어느 무기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발전했다. 대표적인 한국형 무기는 천무, K9 자주포, K2 흑표전차, K21 보병전투장갑차 등으로 꼽힌다.
천무는 여러 발의 로켓탄을 동시에 발사할 수 있는 무기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의 개발을 통해 완성됐다. 단발 또는 연속으로 12발의 로켓을 쏠 수 있고, 최대 사거리는 80㎞에 달한다.
K9 자주포는 89년부터 약 10년간의 연구개발을 통해 탄생한 한국형 무기로, 최대 3분간 분당 6발의 사격이 가능하다. 자동장전시스템과 자동포신 이동시스템을 갖춘 세계 정상급 제원의 자주포다.
K2 흑표는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든 최신예 전차다. 95년 개발 당시부터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목표로 삼았다. 강력한 화력의 한국형 120mm 활강포와 표적 자동탐지 및 추적 장치, 능동방호장치, 피아식별장치 등 최신 기술을 자랑한다.
1500마력의 힘으로 56t에 달하는 몸체로 시속 70㎞의 속력을 낼 수 있다. K21 보병전투장갑차는 분당 300발로 발사되는 주포를 갖췄고, 40mm 기관포, 대전차 미사일, 수상 부양 장치를 적용하는 등 최강 화력을 갖춘 무기로 꼽힌다.
세계 곳곳서 빛나는 한국형 무기
무기 원조에 의존했던 한국은 현재 한국형 무기를 통한 기술력을 인정받아 세계 곳곳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천무는 2017년 중동에서 7000억원대 수주 실적을 달성했다.
K2 흑표전차는 최근 중동 국가들의 높은 관심을 받으며 수출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K9 자주포는 높은 성능과 가격 효율성 등의 경쟁력으로 2001년 터키를 시작으로 폴란드·핀란드·인도 등 6개국에 총 600문가량, 총 2조원 규모를 수출하고 있는 효자 무기다.
세계 최대 무기 수입국으로 꼽히는 사우디아라비아도 세계적 수준을 자랑하는 한국 방위산업의 역량에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지난 6월 방한 당시 대전의 국방과학연구소(ADD)를 방문해 개발 시설과 한국형 무기를 둘러보는 등 국내 방위산업을 높게 평가했다. 더불어 한국형 무기 수출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국제 방위산업의 장인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Seoul ADEX)에서는 2017년 33개국 405개 업체가 참가해 179억5100만 달러 규모의 수주 상담과 8억9300만 달러의 현장 계약과 양해각서(MOU) 체결이 이뤄졌다.
Seoul ADEX 2019는 이달 15일부터 6일간 성남 서울공항에서 개최된다. 올해도 국내 방위산업 기술과 한국형 무기를 필두로 수주 상담과 계약이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일반 관람객을 위한 행사도 풍성하다. 천무 발사대, K9 자주포, K21 보병전투장갑차, K2 흑표전차 등 한국형 지상 장비가 전시된다. 이와 함께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의 곡예비행과 군악대, 의장대 행사 등 다채로운 볼거리와 체험거리도 마련된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중앙일보] 2019.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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