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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주도하다 中 수출로 급속 확산…전투 양상 바꾼 드론의 역사

머린코341(mc341) 2019. 10. 13. 19:49

美 주도하다 中 수출로 급속 확산…전투 양상 바꾼 드론의 역사


공격용 드론 2001년 아프간전서 미군이 사용
이스라엘 등 주도하다 중국 수출로 판도 변화
이라크,요르단,사우디, 이집트도 중국서 수입
이란은 개발해 헤즈볼라, 예멘 반군에 전수
"드론은 기술력 격차 극복하게 해주는 무기"



사우디아라비아군이 석유 시설을 공격한 드론 무기의 파편을 공개했다. 사우디 측은 이란제라고 주장했다. [AFP=연합뉴스] 


[중앙일보] 사우디아라비아군이 석유 시설을 공격한 무인기(드론)와 크루즈미사일의 파편을 18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사우디 측은 이들 무기가 이란제라고 주장했다.


사우디군 대변인 투르키 알말리키 대령은 “파편 분석 결과 드론은 날개가 삼각 모양인 ‘델타 윙’ 모델이고, 크루즈 미사일은 소형 제트엔진을 장착한 기종”이라고 말했다.  


이란 정부는 사우디의 주장을 곧 부인했다. 예멘 후티 반군은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와 두바이에도 여러 표적을 확보했고, 언제든지 공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48시간 이내에 이란에 대한 제재 강화 조치를 발표하겠다고 밝혀 긴장은 이어질 전망이다.


드론 공격으로 화염에 휩싸여 있는 사우디의 석유 시설 [로이터=연합뉴스] 

 

이번 사우디 석유 시설에 대한 공격은 무기를 장착한 드론이 사용됐다는 점에서 이목을 끌었다. 드론이나 무인항공기가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되는 경우는 최근 수년 동안 크게 늘어왔는데, 특히 중동이 대표적이다.  
  
BBC에 따르면 무기를 장착한 드론이 대표적으로 전투에 사용된 것은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다. 탈레반 소탕 작전을 하며 미군이 사용했다. 무장 드론은 이스라엘과 미국 등 기술력이 뛰어난 국가가 개발을 주도했다. 
  
그런데 중국이라는 새 공급자가 나타나면서 판도가 바뀌었다. 중국은 중동에 군사용 드론 보급에 나서, 최소 6개 이상의 국가에 판매했다.
  
민간에서 쓰는 무인항공기 시장도 커지면서 전투용 드론의 기능은 향상됐다. 드론은 최첨단 기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어서 어느 정도 수준의 산업 기반을 갖춘 국가에서는 고성능 무인항공기를 만들 수 있다.


이란이 대표적인데, 예멘 후티 반군처럼 국가 단위가 아닌 무장 그룹에도 드론 기술이 전파되는 양상이 나타났다.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드론 전시회 [신화=연합뉴스] 

 

중동에서 테러와의 전쟁에 나선 미국과 영국, 러시아 등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투용 드론을 동원했다. 중동에서는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 사우디와 이란 등이 주도권 경쟁을 벌이기 때문에 드론의 확산 속도가 빨랐다.
  
미국은 알카에다와 이슬람국가(IS)를 소탕하는 작전에서 드론을 널리 사용했다. 프레데터 같은 무인항공기가 시리아와 이라크, 리비아, 예멘에서 공격 목표를 제거하는 데 쓰였다.


미군의 MQ-9 리퍼 드론은 장시간, 고고도 비행을 하는 공격용 무인항공기로, 고성능 폭탄을 장착할 수 있다. 
  
리퍼 드론은 프레데터보다 크고 무게도 많이 나가면서 항속거리가 훨씬 길다. 더 큰 무기를 운반할 수 있어 위력적이다. 영국은 미국에서 다수의 리퍼 드론 시스템을 사들여 이라크, 시리아 등에서 사용했다고 BBC가 전했다.
  
무인항공기 기술을 개척한 국가 중 하나인 이스라엘은 비군사용 드론의 주요 수출국이다. 2018년 조사에 따르면 민간 드론 세계 시장의 60%가량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스라엘은 정보 수집과 정찰, 공격 등 모든 임무에 다양한 드론을 투입한다. 다만 전투용 드론을 적극적으로 수출하지는 않고 있다고 BBC가 소개했다.
  
미국의 제재에 불구하고 이란은 정교한 전투용 드론을 개발했다. 2012년 공개된 이란의 드론 모델은 시리아와 이라크 등에서 IS를 제거하는 데 쓰였다. 2018년부터 새 모델이 생산되고 있다. 지역 동맹국이나 헤즈볼라, 예멘 반군 등에게 판매하거나 전수하려는 목적이 있는 점이 특이하다.


미군의 2세대 무인공격기 ‘MQ-9’(리퍼). 대당 가격은 342억원이 넘는다. [중앙포토] 

 

중동의 다른 국가들도 군사용 드론을 배치했는데, 아랍에미리트의 경우 중국산 드론을 들여왔다. 터키산 드론은 리비아에서 임시정부를 지원하는 용도로 쓰였다.


터키는 미국산 드론을 도입할 수 없기 때문에 직접 드론을 개발했다. 중국은 이라크와 요르단, 사우디, 이집트, 알제리 등으로 드론을 팔았다.
  
이번 사우디 공격의 배후를 자처하고 나선 예멘 후티 반군은 국가가 아닌 세력 가운데 드론 사용에 가장 능숙하다는 평을 받는다. 유엔과 전문가들에 따르면 후티 반군은 이란의 기술에 의존하는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후티의 드론은 목표물을 의도적으로 들이받는 방식이다. 후티 반군이 사용 중인 드론에는 작은 폭발성 탄두가 달린 것으로 여겨진다고 BBC는 전했다.


예멘 반군이 전시한 미사일과 무인기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이 드론 기술을 시장에서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전투용 드론의 사용은 더 빠른 속도로 퍼졌다. 사우디 석유 시설처럼 드론으로 목표물을 공격하는 것은 새로운 형태의 전투를 만들어내고 있다.


드론은 요원들이 정밀하게 조정을 할 경우 부작용을 줄이면서 정밀한 표적을 타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무기를 장착한 드론이 테러와의 전쟁용으로 선을 보였지만, 이제는 기술이 뛰어난 세력과 기술 발전이 더딘 세력 사이의 불공평을 줄이는 새로운 영향을 끼치고 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중앙일보] 2019.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