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억원 자주도하장비 수주전…여유 '한화'vs 초조한 '로템'
한화, 美제품 개량한 M3가 5개국에서 실전배치 유리
현대로템, 터키 최신식 AAAB…터키 무역제재로 불확실성↑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서울=뉴스1) 송상현 기자 = 올해 말로 예고된 5000억원 규모의 국내 첫 자주도하장비 수주전을 앞두고 한화디펜스와 현대로템간 신경전이 벌어졌다.
불씨는 현대로템이 당겼다. 입찰에 함께 참여하는 경쟁사를 공격하는 건 암묵적으로 금기시됐지만 한화디펜스 제품 대비 성능이 우위에 있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으며 신경전을 시작했다.
성능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보이지만 기저에는 쿠르드족 침공으로 최근 국제사회 비판을 받고 있는 터키산 기술 국산화에 대한 부담감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로템은 터키산 자주도하장비 AAAB(Armored Amphibious Assault Bridge)를 국산화해 입찰에 참여할 예정이다.
터키의 AAAB는 유지보수에 필요한 부품을 영국 등에 상당부분 의존하고 있는데 유럽연합(EU) 국가는 터키에 대한 무기수출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AAAB를 기반으로 국산화하는 현대로템 제품도 부품 수급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는 입찰에 불리한 요건이 될 수 있어 현대로템이 이례적으로 경쟁사 언급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반면 한화디펜스는 비교적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 제너럴다이내믹스(GD)의 M3를 국산화해 입찰에 참여하는데 해당 제품은 5개국에서 이미 전력화된 장비다. 성능이 이미 입증됐다는 의미로 한화디펜스는 수주전에 상당한 자신감을 보였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방사청)은 올해 말까지 군 자주도하장비 기술협력개발사업 입찰 공고를 낼 예정이다. 약 5000억원 규모로 예상되는 이번 사업에는 한화디펜스와 현대로템이 참여해 양자 대결로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자주도하장비는 전투 중 전차와 장갑차 등 기동부대가 하천이나 강 등 수상 위를 지나갈수 있도록 지원하는 차량이다.
M3 자주도하장비. 영국과 독일이 2016년 실시한 아나콘다훈련에서 M3가 부교를 35분만에 구축했다. ⓒ 뉴스1
M3 자주도하장비. 2016년 실시한 아나콘다훈련에서 M3가 부교를 35분만에 구축했다. ⓒ 뉴스1
한화디펜스가 내세운 M3는 독일 GDELS가 개발해 미국 제너럴다이내믹스가 인수한 장비다. 독일과 영국, 대만, 싱가포르, 인도네시아에서 전력화돼 운용 중이고 이라크전에 투입되며 실전 경험도 갖췄다.
한화디펜스 관계자는 "M3는 11개국 연합 훈련에서 성능이 검증된 장비로서 이번 기술협력생산 사업에 가장 적합한 기종"이라고 설명했다.
K2 흑표전차 납품 지연으로 방산 사업이 크게 위축된 현대로템의 입찰 의지는 더 강하다. 현대로템은 영국 BAE시스템즈와 터키 FNSS가 공동 개발한 자주도하장비 AAAB를 개량 및 국산화해 입찰에 참여하기로 했다.
현대로템은 지난 2016년부터 4년에 걸쳐 국산화 및 핵심기술 이전을 위해 터키 FNSS와 기술 협력 관계를 유지해왔다. 특히 지난 7월에는 터키 현지에서 터키 군과 공동으로 우리 군이 요구하는 수상에서의 성능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통과하며 부족한 실전 경험을 만회했다.
현대로템이 국산화 예정인 터키 FNSS의 자주도하장비 AAAB ⓒ 뉴스1
현대로템이 국산화 예정인 터키 FNSS의 자주도하장비 AAAB ⓒ 뉴스1
수주전 유불리를 단언할 수 없지만 이미 5개국에서 전력화된 M3를 기반으로 국산화에 나선 한화디펜스는 좀 더 여유로운 분위기다.
대신 후발주자인 현대로템은 경쟁사인 한화디펜스 제품 대비 성능 우위를 강조하며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다.
입찰공고가 나오기 전부터 현대로템이 이같은 전략을 취한 것은 후발주자로서 수주전에 좀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취지로 읽힌다.
최근 터키에 대한 무기 수출 제재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도 공격적인 행보의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터키가 시리아 북동부 쿠르드족 자치지역에서 군사작전을 감행하면서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연이어 터키에 대한 무기 수출을 중단하고 있다.
영국도 터키에 대한 무기 수출을 재검토하기로 했는데, 영국 BAE시스템이 터키로 향하는 주요부품의 공급을 막으면 AAAB의 생산에 차질을 발생할 수 있다. AAAB를 기반으로 국산화하는 현대로템 제품도 이같은 외부영향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성능만 놓고 보면 두 회사간 제품에 우열을 가리긴 어렵다. 현대로템은 AAAB가 최신장비라는 점을 강조하지만 M3 역시 1990년대 제작 후 개량을 거듭했다.
AAAB 자주도하장비는 바퀴가 8개인 8x8 방식의 차륜형 차량으로 4x4 형태의 M3보다 바퀴수가 두 배 많다. 현대로템은 8x8 형태가 조향 성능과 접지력이 우수해 산악지형이 많은 한국에 최적화 돼 있다고 설명한다.
대신 많은 바퀴는 수상에서 불리하다. 바퀴가 많을수록 무겁고 수상에서 저항은 커지기 때문이다.
한화디펜스의 M3는 중량이 28톤으로 현대로템의 AAAB(36톤)에 비해 8톤가량 가볍다. 4X4 구조 역시 물속에서 저항을 줄이기 위해 수상안정성에 최적화됐다. 중량과 수상안정성은 M3를 많은 국가에서 전력화한 가장 중요한 포인트기도 하다.
4x4형태의 M3는 바퀴축간 거리가 길어 적군이 파놓은 방어설비인 참호를 통과하지 못하는 반면 AAAB는 이를 수월하게 통과할 수 있다는 게 현대로템의 설명이다.
이에 반해 타이어 접지면적은 AAAB에 비해 M3가 160% 이상 넓다. 접지면적이 넓으면 연약지반에 별도의 구난장치 없이 진입·진출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각 상황별로 두 제품간 일장일단이 있어 어느 제품 성능이 비교 우위에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송상현 기자 songss@news1.kr
[뉴스1] 2019.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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