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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관학교 졸업 6년만에 전역하는 간호장교들

머린코341(mc341) 2020. 3. 9. 22:12

[김관용의 軍界一學]사관학교 졸업 6년만에 전역하는 간호장교들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코로나19의 피해가 극심한 대구·경북 지역 의료지원을 위해 지난 3일 국군간호사관학교 초임 장교들이 대구로 향했습니다.


이들은 하루가 급한 상황을 감안해 당초 9일이었던 졸업 및 임관식 날짜도 앞당겨 국군대구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군 간호장교들의 모습이 언론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되면서 국민들에게 뭉클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임관과 동시에 대구行, 초임 간호장교들


일각에서는 75명의 초임 간호장교들을 임관과 동시에 사지로 내 몰았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실전 경험이 많은 선배 간호장교들도 많은데 굳이 미숙한 막내들을 보내는게 맞느냐는 지적입니다.


그러나 야전 현장에 간호장교가 태부족이라는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간호군무원을 포함해 1200여명 정도가 육·해·공군 각지에서 환자를 돌보고 있는데, 이중 90여명 정도가 대구에 투입된 상황입니다. 비상상황이라 나머지 인원들이 임무에 허덕이고 있는게 현실입니다.



3일 대전 유성구 국군간호사관학교에서 열린 60기 생도 졸업 및 임관식에서 신임 간호장교들이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이에 따라 이번 초임 간호장교들의 대구 투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야전 현장으로 보내기 보다는, 아예 선배들이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대구병원으로 보내는게 전력 공백 등을 감안하면 낫다는 판단을 했다는 후문입니다.


게다가 초임 장교들이라 해도 충분한 실력과 정신력을 겸비한 인재들이라는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국군간호사관학교는 일반 대학교가 아닌 특수목적 교육기관입니다. △최고의 전문성과 소명의식을 갖춘 간호인 △고결한 헌신과 강인한 정신력을 겸비한 참군인 △변화를 주도하고 인류애를 실천하는 미래리더를 양성하는 곳입니다.


◇간호장교가 되는 길, 4년간의 담금질


이에 따라 생도들은 입교 이후 간호학 전공 외에도 다른 사관학교들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훈련들을 소화합니다. 특히 2학년 2학기 중에는 ‘나이팅게일 선서식’을 하며 이후 임상실습에 투입됩니다. 게다가 3학년 때는 국군수도병원에, 4학년 때에는 학교 옆 국군대전병원과 민간병원 등에 투입돼 본격적인 임상실습을 합니다.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때는 군사훈련까지 받는데, 이때 각 군별·상황별 간호 실습도 추가로 실시합니다. 이후 간호사 국가고시를 통과해야 졸업 및 임관을 할 수 있습니다. 즉시 임무에 투입될 수 있는 간호장교를 양성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지난 5일 국가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코로나19 민간인 치료를 시작한 국군대구병원에서 신임 간호장교들이 음압병실에 필요한 물품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만약 임관 즉시 임무에 투입할 수 없어 추가 교육을 받아야하는 장교들을 배출하고 있는 학교라면, 국군간호사관학교의 존재 이유는 사라집니다. 설립 목적을 감안하면 교육과정이 제대로 됐다고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육·해·공군 사관학교 생도 중 희망자들을 간호장교로 선발해 추가 교육을 시키면 될 일입니다.


게다가 국군간호사관학교에 입학한 생도들은 국가와 군에 헌신하기 위해 자원한 이들입니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입교해 치열하게 공부하고 훈련을 받습니다. 그러니 국민 세금으로 그들의 교육과 생활을 책임지고 있는 것입니다. 4년간의 담금질을 마친 이번 국군간호사관학교 60기 소위들이 망설임없이 대구로 간 이유입니다.

◇간호장교 향후 진로는 보건교사?


이렇게 배출된 간호장교들의 장기 활용 부분에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간호사관학교를 졸업한 장교는 다른 사관학교를 졸업한 장교와는 달리 장기복무장교가 아닙니다. 임관 후 6년간 의무복무를 하는데, 장기복무나 복무 연장을 희망할 경우 별도의 전형에 합격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간호장교들이 대위로 전역하는 이유입니다.



지난 5일 국가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민간 코로나19 확진자 치료를 시작한 국군대구병원에서 간호장교들이 방호복을 입고 응급실을 나서고 있다. [사진=국방부]
 
게다가 장기복무자로 선발돼도 간호병과의 자리가 그리 많지 않다보니 소령까지 진급하기도 어렵습니다. 중령 진급은 말그대로 하늘의 별따기 입니다. 그러니 생도 시절 교직이수자로 선발되기 위한 사투를 벌입니다. 전역 이후 보건교사가 되기 위한 것입니다. 보건교사는 정년도 보장되고 3교대 근무 등에서 벗어날 수 있어 전역 후 최고의 직업으로 꼽히는게 사실입니다.


국가가 4년을 투입해 길러낸 인재들이 더이상 갈 곳이 없어 6년만에 군문을 나와야 한다는 것은 아이러니입니다. 굳이 의무행정 병과 장교들을 따로 두고 이들을 진급시켜 야전부대 의무대장 등에 앉히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입니다. 1년에 1~2명 정도만 의정병과나 군의병과로 전과해 군 내 경력을 이어가는 것은 제대로 된 국방운영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생도시절부터 전문교육을 받고 실제 의료 임무를 수행한 간호장교들이 행정도 할 수 있게 하는게 합리적입니다. 영관급 장교로 진급시켜 야전부대 의무대장에도 앉히고 국방부 보건정책과나 각군 본부 의무 파트에서 일 할 수 있게 해야 국가가 투자한 자원의 효율적 사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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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0.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