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긴장감 흐르는 가자국경…주변엔 탱크 수백대 (연합뉴스 종합2보, 2014.08.09)
에레즈국경 검문소 인근에서도 포성 들려…취재진만 국경 오가
이스라엘 남부 지역엔 '애국주의' 바람도
긴장감 흐르는 가자 접경
(에제르국경<이스라엘>=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 8일 오후(현지시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연결하는 에레즈 국경 인근 지대에서 보이는 가자 영토. 벌판 넘어로 가자에 있는 건물들이 보인다.
(에레즈국경<이스라엘>=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휴전 연장이 사실상 결렬된 8일 오전 10시30분(현지시간)께.
이스라엘과 가자지구를 연결하는 에레즈(Erez) 검문소 앞에서 미사일이 하늘을 가르며 날아가는 듯한 '슈욱' 소리가 들렸다.
이 소리에 뒤이어 '쿵'하는 굉음이 울렸다.
누가 어디에서 발사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이 오싹한 소리는 사흘간의 한시적 휴전이 끝나고 양측의 교전이 다시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였다.
이 미사일 공격은 휴전 시한인 이날 오전 8시 직후 가자에서 이스라엘 남부로 로켓포가 발사됐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무력을 동원한 보복 조치를 명령한 다음 벌어진 일이다.
에레츠국경 검문소 건물 주변에는 이후 긴장감이 감돌았다. 국경 검문소를 오가는 외국인 기자들과 아랍인 택시 기사 2명을 제외하고 민간인을 찾아볼 수 없었다.
2m 높이의 철망이 처져 있는 검문소 앞 도로에서는 장갑차 3~4대가 모래 바람을 일으키며 분주하게 오고 갔다. 자동 소총을 메고 헬멧을 쓴 군인들도 갑자기 검문소 주변에 배치됐다.
이스라엘 주민과 대피소
(에제르국경<이스라엘>=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 8일 오후(현지시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연결하는 에레즈 국경 인근의 키부츠에서 사는 이스라엘 주민이 현재 건설 중인 대피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가자 취재를 마치고 검문소를 막 빠져나온 한 이탈리아 기자는 "사흘간 가자는 매우 조용했는데 오늘 국경으로 오는 동안 '쿵'하고 포탄이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다"고 말했다.
국경 지대의 실제 상황이 궁금해 에레츠 국경과 연결된 34번, 232번 국도를 따라가자 외곽을 차량으로 한 바퀴 돌아봤다.
가자와 이스라엘을 가로막는 8m 높이의 장벽이 눈에 들어왔다. 그 장벽과 232번 도로 사이 곳곳에서는 탱크와 장갑차 수백대가 열에 맞춰 배치돼 있었다. 그 주변엔 이스라엘 군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이스라엘 군용 장비와 차량 일부는 나지막한 언덕 뒤나 나무 뒤쪽에 자리를 잡아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가자 접경 지대 상공에서는 흰색 대형 풍선이 최소 2개 목격됐다. 지상에서 약 1km 높이에 있는 그 풍선에는 검은색 물체가 붙어 있었다.
이 일대에 사는 한 이스라엘 주민은 "풍선에는 고성능 감시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며 "가자를 24시간 감시하고 특이한 동향이 있을 때 사진을 찍는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의 정찰기 여러 대가 가자 상공을 날아다니며 내는 '윙' 소리도 끊임없이 들렸다.
거리 곳곳에 이스라엘기 펄럭이는 세데롯
(세데롯<이스라엘>=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 8일 오후(현지시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연결하는 에레즈 국경 인근의 세데롯 시내 거리 곳곳에 이스라엘 깃발이 걸려 있는 모습.
이 일대에 사는 주민은 불안감을 나타냈다.
가자 국경에서 약 4km 떨어진 레임 지역의 키부츠(집단농장)에 지내는 니모르드(51)는 "양측이 전쟁을 벌인 지난 한 달간 집 밖으로 거의 나가지도 못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누가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싸움을 멈췄으면 한다"며 "이곳의 일부 주민은 아예 이스라엘 북쪽의 키부츠로 이동해 지내고 있다"고 했다.
15년 넘게 이 지역에서 살았다는 한국인 한모(45.여)씨도 "옛날에는 이스라엘과 가자 사이에 장벽도 없었다"며 "요즘엔 외부 활동을 거의 못했다. 하루빨리 평화가 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편으론 양측 교전 재개에도 이 일대의 상점 일부가 여전히 영업을 하는 등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도 눈에 들어왔다.
국경에서 5km 안팎의 거리에 있는 주유소 2곳에서는 차량 3~4대가 주유를 하고 있었다. 가자의 무장단체가 주유소를 향해 로켓 포탄을 쏠 가능성이 없느냐고 묻자 한 이스라엘인은 "정말 위험하다고 생각하면 문을 닫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영업을 했을 것"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일각에서는 하마스의 로켓 포탄의 위력이 실제보다 많이 과장됐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이스라엘기 펄럭이는 주민
(에제르국경<이스라엘>=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 8일 오후(현지시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연결하는 에레즈 국경 인근의 도로 위에서 한 이스라엘 주민이 이스라엘 깃발을 펄럭이며 이스라엘군의 가자 공격을 지지하고 있다.
가자 국경에서 가장 가까운 도시 가운데 하나인 세데롯 시티센터 주변에서도 주민 다수가 거리를 오가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정류장에서 버스나 택시를 기다리는 주민의 표정에선 두려움을 읽을 수 없었다.
이스라엘 남부 지역에서는 '애국주의' 바람이 한창 불고 있다는 느낌도 들었다.
가자 주변의 아슈켈론과 아슈도드, 세데롯 거리에서 유난히 많은 이스라엘 국기를 봤기 때문이다.
주유소와 정류장, 다리, 교차로는 물론 일반 주택과 과일 가게, 상점에서도 이스라엘 국기를 내걸었다. 일부는 차량과 오토바이에도 이스라엘 국기를 달고 도로 위를 달렸다.
이 지역 사정을 잘 아는 한 이스라엘인은 "전쟁이 시작되고 나서 이스라엘 국기가 남쪽 지역 거리와 도로 곳곳에 내걸리기 시작했다"며 "이스라엘 정부가 국민의 단합을 요구하는 차원에서 한 일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가자 영토가 보이는 232번 도로 한복판에서는 건장한 체격의 한 남성이 대형 이스라엘 국기를 혼자서 펄럭이는 장면도 목격됐다. 이 남성을 지나쳐가는 일부 차량 운전사는 경적을 울리며 지지를 보냈다.
자신을 '코비'라고 소개한 그는 "이스라엘은 평화를 원하고 좋은 나라다"라고 말한 뒤 곧바로 손가락으로 가자 영토를 가리키더니 "하마스는 우리의 적"이라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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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에레즈국경<이스라엘>=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gogo21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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