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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문제를 어떻게 봐야 하나?

머린코341(mc341) 2014. 10. 14. 20:47

사드 문제를 어떻게 봐야 하나? (서울에서 쓰는 평양 이야기, 2014.09.22)

 

사드 배치에 관한 중국의 반응이 꽤 방자하네요. 중국의 관영언론인 환구시보(環球時報)의 포털인 환구망(環球網)은 논평을 통해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려는 목적은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중국의 광대한 지역을 미국의 감시 범위에 포함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아울러 논평 말미에, 한국은 상대국에 ‘원한을 은덕으로 풀기’만 바라지 말고, ‘뿌린 대로 거둔다’는 동방의 진리를 똑똑히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은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는 것은 중국의 원한을 사는 일이며, 이런 원한을 사는 행동을 해놓고도 중국이 은혜를 베풀기를 기대하지만, 중국은 원한에는 원한으로 되갚을 것이라는 협박성 발언을 서슴치 않은 것입니다.

 

사드 배치에 관한 한국. 미국. 중국. 북한의 입장은 무엇일까요?

 

1. 한국은 북한의 미사일 전력에 대한 대응수단으로 사드가 필요하다고 판단합니다.

 

북한에서 남한을 공격할 때 사용하는 미사일은 중장거리용이어서 미사일의 고도가 낮아 고고도 방어체계인 사드는 불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지난 3월 말 동해 인근에서 노동미사일(사거리 1300㎞) 2기를 발사하면서 발사 각도를 높여 사거리를 650㎞로 줄이는 방법을 시험했는데, 이는 청진에서 쏜다면 서울에 닿는 거리이며, 당시 노동미사일의 고도가 사드의 요격범위인 고도 40~150㎞에 해당하기 때문에 반대론자들의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무엇보다도 현재에도 한국 안보의 상당부분을 책임지고 있으며, 미래에도 한반도 유사시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수십만명의 사상자를 각오하고 자동 참전을 할 미국과의 특수한 한미동맹관계 때문에 미국이 주한 미군의 안전을 위해 사드를 배치하겠다는 요구를 무작정 거부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2. 미국은 북한 미사일로부터 주한미군을 보호하기 위해 사드가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MD는 크게 미국으로 날아오는 ICBM 요격용인 “본토 방어용”과 해외 주둔 미군 및 동맹국 방어용인 “지역 MD”로 나뉘는데, 한반도에 배치될 사드는 기본적으로 미국 본토로 날아가는 ICBM를 잡겠다는 것이 아니라 북한으로부터 날아오는 미사일로부터 주한미군 기지를 방어하겠다는 “지역 MD” 체제의 일부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만에 하나 중국과 미국이 전쟁을 벌여서 중국이 미국을 향해 ICBM을 발사할 경우, ICBM의 궤적은 한반도를 거쳐 태평양을 건너가는 것이 아니라 북극을 거쳐 미국으로 날아갈 것이며, 대기권 밖으로 올라가는 ICBM의 비행고도도 사드의 최대 격추 고도인 150km보다 훨씬 높은 500km에 달하므로 한반도에 배치된 사드가 미국 본토를 향하는 중국의 ICBM을 격추할 가능성은 전혀 없습니다.

 

3. 중국은 한반도의 사드 배치가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rebalance) 전략의 일환으로 간주합니다.

 

실제로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미일동맹를 중심으로 한국, 필리핀, 동남아 등의 동맹국들이 참여하는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통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이른바 “아시아판 나토”를 만들자는 구상을 숨기지 않고 있으며,

 

중국은 “아시아 재균형” 전략으로 자국을 견제하는 미국을 역으로 견제하기 위해 러시아와 손을 잡고 아시아에 새로운 안보협력기구 창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한국에 사드를 배치할 경우 자국 안보에 대한 군사적 위협, 즉 사드 운영체제의 핵심인 X-Band 레이더의 최대 탐지거리가 1800km에 달하기 때문에 중국 동부지역은 물론 일부 내륙에 설치된 미사일까지 탐지가 되기 때문에 중국의 미사일 전력이 약화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기도 하지만,

 

이런 군사적 위협에 더해서 사드의 한반도 배치로 한미일 군사동맹체제가 강화되어서 미국의 중국 포위전략에 한국이 Key Role을 하게 되는 것을 막아야만 하는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4. 북한은 한반도내 사드 배치를 한중간 이간질을 하기 위한 호재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의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9월 2일 미국이 사드체계의 남한 배치를 추진해 지역의 전략적 균형을 파괴함으로써 한반도 정세를 위험에 빠뜨렸다고 비난하면서, 미국이 미사일방어 체계를 합리화하려고 북한의 미사일 위협설을 만들었는데 이는 완전히 무근거한 궤변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노동신문은 “중국은 이미 전부터 남조선에 전개되는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위체계가 자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보고 여러차례에 걸쳐 경고를 하였으며 만일의 경우에 대처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며 사드체계에 대한 중국의 반발을 언급함으로써, 사드 배치를 계기로 한중간, 미중간 갈등을 부추기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습니다.

 

사드 배치 문제에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대안은 양자택일밖에 없는 건가요?

 

사드배치는 북한의 노동미사일과 같은 중장거리 미사일이 발사각을 높여 한국을 공격할 때 이를 방어하기 위한 거의 유일한 대안이기 때문에 한국의 안보에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한편으로는 미국과 중국간의 군사적 대립 상황에서 양자택일을 강요당하는 상징성을 지니고 있기도 합니다.

 

현재 동아시아 정세는 “미니냉전”으로 불리기도 합니다만, 과거의 대결로 치달았던 냉전구도와는 다르게, 대립을 하면서도 경제적으로는 협력관계가 심화되는 복잡한 형태를 지니고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안보 측면에서는 미국과 긴밀한 동맹관계를 맺고 있지만, 경제 측면에서는 중국과의 무역규모가 미국과의 무역규모를 압도(2013년 2290억불 대 1035억불)하는 경열(經熱)관계가 날로 심화되고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이 그동안의 외교전략으로 “숨어서 은밀히 힘을 기르자”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도광양회’(韜光養晦)라는 외교방침에서 벗어나, 지난 8월 22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하고싶은대로 한다“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 ‘유소작위’(有所作爲)를 공식적으로 표방할 정도로 대외전략의 변화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이에 더해, 일본의 우경화와 군사력 강화가 동아시아의 불안정성을 더욱 높여주는 변수가 되고 있기도 합니다.

 

국내에서는 사드 배치 문제가 우파와 좌파 간의 대결 양상으로 치닫고 있어서 조만간 미국소괴담이나 한미FTA괴담에 못지 않은 사드괴담이 종북좌파들을 통해 급속히 확산될 것으로 예상됩니다.(예를 들면, 게리씨의 “사드 가입은 전 국민이 목숨을 바쳐서 일본의 방어를 위한 최전선의 총알받이까지 되는 것”이라는 주장)

이런 상황에서 사드의 한국배치를 “대북 핵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한 단순한 안보문제”로 간주하고 싶은 우리의 바람과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점을 “알고도 모른 척”할 수만은 없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결국 이 상황에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대안은,

 

1. 중국과의 외교마찰과 이에 따른 경제마찰을 감내하면서, MD체제 하에서 우리의 생존권 확보를 위해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사드를 도입하는 방안, (한중간 마찰이 발생하면 중국도 경제적인 타격이 발생하고, 한국과의 관계 악화로 인해 중국이 최근접거리에 최대의 안보 위협국가와 직접 대립해야 하는 위험을 감수해야겠지요.)

 

2. 미국의 MD체제에는 편입하지 않되, 우리 독자적인 MD체제를 구축하는 방안,

 

3. 북한의 붕괴, 또는 북한의 리더쉽 변화를 가속화해서 남북간의 군사적 대결양상에 변화를 추구하는 방안. 즉 사드 논란의 뿌리를 없애버리는 방안,

 

4. 기술적으로 현실성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미사일 탐지 영역을 북한 전역으로만 제한하는 것과 같이 사드의 배치 목적과 운용범위를 분명히 해서 중국과의 마찰을 최소화하는 방안,

 

5.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위협에 대한 억지력을 지니기 위해 우리도 핵무장을 하고 독자적인 미사일 공격력을 가지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국제사회에 부각시킴으로써, 중국 입장에서는 그럴 바에는 차라리 사드배치가 자국 안보에 더 유리하다는 점을 깨닫게 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겁니다.

 


출처 : 서울에서 쓰는 평양 이야기, 시대변화 님
         http://blog.donga.com/nambukstory/archives/893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