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장교 글/해간35기 숫탉

生과 死

머린코341(mc341) 2015. 1. 7. 06:04

生과 死

 

'70년 늦은 봄 2차 파월을 위해 특수교육대에 입소했다.

 

두 번째 가는 길이라 생소하지도 않고 별 감정도 없이 덤덤한 기분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해병대라는 게 그렇고 그런 부대라 이제 군 생활도 자리가 잡히고 중대장 근무도 두 번이나 하고 참모 생활도 오래 해서 모든 게 시큰둥 할 때이다.

 

다만 또 그 덥고 지옥같은 전쟁터를 가야하는 내 신세가 처량할 따름이였다.

 

입교는 했지만 교관들이란게 새카만 중위들이 주둥이로만 나불거리는 것을 듣고 있기도 더럽고 또 그렇다고 2차 파월하는 베테랑들을 따로 교육시키는 계획도 없고, 그렇다고 교육에 전혀 참가하지 않으면 안 되고 하는 정말 어정쩡한 신세가 되었다.

 

그렇다고 새까만 중위가 하는 교육장에 대위2호봉이 인솔하고 가서 보고할 일도 없고…….

 

해서 어정쩡하게 뒤에서 얼쩡거리며 세월을 보내고 파월할 날만 기다리는 것이다.

 

처음 월남 가는 사람들은 교관의 한마디라도 놓일세라 두 눈을 똑바로 뜨고 귀를 쫑긋 세우고 열심히 강의를 듣는다.

 

파월장병은 확실하게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자신의 경력(장기복무자)을 관리 하는 차원에서 또는 자기의 집이 가난해서 목숨이라도 걸고 집을 살리겠다고 자원한 사람들.

 

또 하나는 말만 지원서지 강제로 차출 되여 온 사람들이다.

 

전자들 중 간부들은 어느 정도 행동이 자유로운 반면 후자는 혹여 탈영이라도 할가봐 감시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

 

실제로 밖에 있는 가족들과 연락 협동하여 탈영한 사람들도 다수 있었다.

 

하루는 야외 교장에서 화기에 대해 교육을 하고 있었다.

 

2개 중대로 편성 되여 있었는데 그중 일개 중대였다.

 

교관과 조교가 앞에 서서 교육을 하고 의자가 없는 맨바닥에 1소대 2소대 3소대가 각 삼열 종대로 앉아 있고 난 멀찍이 10m 떨어져서 딴생각을 하고 있었다.

 

한데 갑자기 꽝! 하는 소리가 나며 2소대 한가운데서 시커먼 연기가 올라오며 전 중대원이 쫙 느브러져 누워 있다.

 

월남에서 많이 당해본 전형적인 박격포 공격 같았다.

 

순간적으로, 반사적으로, 몸을 돌려 잽싸게 도망을 간다.

 

3~4 발자국 뛰다 보니 번개처럼 떠오르는 생각, 여긴 전쟁터도 아니고, 또 내 부하들은 아니지만 임시 피교육자 편재라도 내가 중대장인데 그리고 장교가 부하들을 내 팽개치고 도망을 간다? 만약 누가 보기라도 한다면 어느 누가 앞으로 내 명령을 따르고 복종하겠냐. 하는 생각이 번개처럼 떠오른다.

 

사람은 참으로 순간적인 짧은 시간에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그날 처음 알기도 했다.

 

마침 내 전방에 엠브란스가 두 대 대기하고 있는 게 보였다.

 

마치 내가 앰뷸런스를 부르려고 뛰어간 양 큰소리로 “앰뷸런스 빨리 오라”라고 큰소리를 치니 그렇지 않아도 폭발소리에 어리둥절하고 있던 위생병 위생하사가 불나게 달려와 부상자를 수습했는데 자그마치 사망자가 6명이고 부상자가 거의10여명이였다.

 

오랜 훈련의 결과로 폭발 순간 전원이 잽싸게 엎드린걸 난 몽땅 죽은걸로 착각을 했다.

 

참으로 기가 막히는 일이였다.

 

교육이고 뭐고 그 차수는 얼렁뚱땅 교육하고 말았다.

 

사건내막은 이렇다.

 

앉아서 교육받던 곳이 3.5인치 사격의 탄착점이였다는 것이다.

 

그곳을 정비하여 교육장으로 썼는데 불발탄을 철저히 제거하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피 교육생 하나가 AR의 사수였는데 앉은자리 옆에 뭐가 불룩한 게 하나 있드란거다.

 

그걸 그냥 보고나 있지 교육도중에 개머리판으로 툭툭 쳤다는 것이다. 그게 3.5인치 RKT 불발탄이였다.

 

그걸 옆자리 선임이 야 조용히 해 하고 말렸는데 듣지 않고 계속하다가 폭발을 했다고 한다.

 

말리던 선임수병은 다행이 살아 있기 때문에 그 내역을 소상이 알 수 있었다. 보안을 위해 간부 공무원 장교 전원이 외출이 통제 되었다.

 

도대체 그 교육장을 누가 건설했는지 책임자를 쳐 죽여야 할 일이다.

 

사실 죽은 6명은 개죽엄이나 진배없다.

 

그 소식이 어떻게 밖에 전파 되여 특수교육대 피교육자 전원이 훈련도중 몰사했다고 소문이 퍼져 남문 면회소가 아수라장이 되었다.

 

어설픈 통제는 뜻밖의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3일이 지나고 師團葬으로 활주로에서 성대 거행되었다.

 

당시만 해도 해병대의 군악대, 의장대, 고적대가 대단할 때라 그 장엄함고 엄숙하기가 말 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중에서 아직도 내 귀에 생생 한건 트럼펫 나팔수 두 명이 한명은 시신 쪽에서 또 한 명은 우리 쪽에서 진혼곡을 주고받는데 이승에 있는 우리에게 저승에 간 전우들의 슬픈 사연을 듣는 것 같고 이승에 있는 우리가 애절한 마음을 보내는 것 같았다.

 

주고받는 트럼펫 화답이 약20분 동안 계속 되는데 지루하단 생각은 하나도 없고 활주로에 도열한 우리 모두가 한없이 울었었다.

 

국방부엔 어떻게 보고돼는 진 우린 알수 없었지만 훈련도중 사망한건 전사로 처리된다.

 

사람은 한번 태어나 한번 죽는데 남아있는 가족들 생각을 하면 불측한 생각이지만 이렇게 성대하고 엄숙한 장례를 받으며 죽는 것도 영광이겠구나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의 장례식이였다.

 

사람의 생사는 운명이라 하는 말도 있다.

 

6명의 전사자들이 있는데 그 가운데 세 명의 살아남은 자가 있었다.

 

좌, 우, 남, 북의 사람들이 모두 죽었는데 그들 세 명은 손가락 하나 다친데 없이 멀쩡하다.

 

사연은 가운데 있는 해병의 애인으로부터 편지가 왔는데 거기에 애인의 사진이 들어 있었던 모양이다.

 

그걸 교육시간이 무료하니 꺼내서 보고 있는데 옆에 있는 동료가 같이 좀 보자고 하니 거부하고 안보여 줄려고 피하다가 양쪽에서 대시를 해오니 종당에는 벌렁 눕고 말았는데 그 순간 폭발이 일어났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그 여친이 애인은 물론이고 친구 두 명까지 살린 셈이었다.

 

난 그 세 명에게 죽을 때까지 그 여자에게 보답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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