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난 놈, 놀라운 놈, 자랑스런 놈
70년도 중대장이 자리잡혀 있을때 김일중이란 전입 신병 하나가 들어왔다.
한눈에 보기에도 귀공자 바로 그것이였다.
키도 175정도이고 체중도 66Kg정도이며 입술이 붉고, 얼굴이 신병 훈련소를 거친 사람같지 않게 희고, 눈썹과 이목구비가 뭐 하나 흠잡을데가 없다. 남자가 봐도 반할 정도이다.
연대에서 사단 웅변 대회가 있다고 전통이 내려 왔는데 신경 쓰기가 싫고 해서 그냥 현관에 붙쳐만 두고 말도 하지 않았다.
헌데 그 녀석이 지원을 한다고 한다. 쌔카만 놈이.........
인사계에 딸려 보내 연대 인사에 보냈드니 거기서 합숙하며 연습 한다고 하드니 일등을 해 왔다.
대대장과 연대장은 싱글벙글이지만 나야 애초부터 흥미도 없고 ....
포상휴가 보낼 처지도 아니고 또 중대에 특별 상도 없고 귀찮기만 해서 그런가부다 하고 말았다.
그런데 주말이면, 그녀석에게 서문 면회소에서 면회가 거의 매주 온다,
헌데 이 녀석은 면회를 거부한다. 내가 당직 설때도 몇 번 거부를 했고 다른 사람이 설때도 그렇게 한다고 한다.
면회 오는 사람은 거의 여자들이다. 같은 사람인지 아닌지는 모르겟지만. 이게 한 두번 안가면 고만인줄 알았는데 지휘계통으로 그애 면회가 왜 않되느냐고 문책 비슷하게 온다.
본인이 강하게 거부 한다고 해도 진실을 믿지 못하겠는지 몇 차례 전통이 오고갔다.
내 주장은 우선 본인이 싫어하면 본인의 의사대로 하는게 맞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야! 너 왜 면회를 거부하냐? 면회가면 맛있는거 많이 먹고 보고싶은 사람 보고 좋잖아? 그리고 수백리 밖에서 면회온 사람 성의를 봐서라도 좀 싫드라도 나가 봐야지 않아?"
"싫은데 제가 왜 나갑니까? 누가 면회 오라고 했습니까?"
"얌마 그래도 그렇지 너땜에 중대장이 연대 인사과에 다 불려갔다 왔다. 내가 너를 안보내는가 싶어서 말이다."
"정히 그러시면 어렵지만 중대장님이 한번 나가셔서 다시는 오지 말라고 한번 하시면 안되겠읍니까?"
"아니 너 이자식이......"
차근 차근 물어보니 이게 서울대학을 다니다가 여자들 등쌀에 해병대로 도망을 온 것이였다.
여자들끼리 질투하고 싸움하고 아주 진저리가 난다고 한다. 심지어 경찰서까지도 몇 번 다녀 오곤 했다고 한다.
허나 부대에선 병들에겐 그런말을 못한다고 한다.
그랬다간 선임들이 소개시켜 달라고 하면 계들에게 사정해야 하고 복잡하다며 머리를 흔든다.
세상이 불공평해도 이렇게나 불공평한가 ......... 여자 맛도 못보는 놈이 태반인데.
이 녀석 말이 정말인지 어쩐지 서문 면회소엘 한번 가 봤다.
정말 예쁜 여자가 하나 있다.
울먹 울먹 하길래 해병대는 특수부대라 훈련이 많아 면회는 일절 없고 휴가때나 만나라고 타일러 보는데 포항 근방의 절에 숙소를 정하고 부처님께 일중씨를 만나게 해 달라고 하루에 1000배의 기도를 드린다고 한다.
즉 절을 하루에 1000번 하며 기도 한다는것이다.
내가 보기에 정말 딱하지만, "자꾸 이러면 일중이 근무하는데 지장이 많으니까 일중이 생각한다면 서울가서 조용히 계시면 5~6개월이면 휴가 갈테니 거기서 기다리셔요" 하며 충고를 하여 보낸적이 있다.
근무도 열심이 하고, 엘리트라 표도 내지않고 그야말로 충실히 근무를 잘 한다. 모든 일을 도맡아 한다.
그리고 선 후임들과 융화도 잘 되었다.
중대내에 권투 클럽이 있었는데 간이 링을 만들어 놓고 스파링을 하는데 아무도 일중이를 당하는 사람이 없었다.
나도 한번 그녀석과 스파링을 하다가 맞아 죽을뻔 했다.
난 원래 당수인데 발로 하체를 차지 못하게 하니까 꼼짝을 할 수가 없었다.
사람이라고 모두가 같은 사람이 아니구나 하는걸 그 애를 보면 느끼게 된다.
한번은 사단에서 그 애를 사단장 공관에 가정교사로 그 애를 차출해 보내라고 한다.
당시에는 그러나 아무리 사단 인사라 하더라도 일단 내 중대에 떨어진 이상,
내가 전출내신을 내지 않으면 갈 수가 없었다.
그러나 여러사람들이 원하는 자리고 모두가 부러워 하는 자리이니 물어볼것도 없지만,
요식행위라 생각하고 본인의 의사를 타진한다.
"야~ 사단장 공관에서 너를 지명해서 공관 요원으로 보내라 하는데 네 의견은 어떠냐? 아마 그집 아들들 가정교사로 쓸려고 하는것 같은데......"
"싫습니다. 전 그곳에 안갑니다. 전 이곳이 좋습니다."
예상외의 답변이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다.
"아니, 왜? 그곳에 가면 좋은것 먹고 따뜻하게 자고 편하게 군 복무를 마칠수 있는데"
했더니 그 답이 마치 대포소리보다 더 크게 내 귀를 때린다.
그 소리는 40년이 지난 지금도 내 귓가에 멤돌아 잊을수 없다.
"중대장님!! 제가 맛있는거나 먹고 편하게 살려고 해병대에 지원한줄 아십니까? 정말 잘 못 보셨습니다. 전 이곳 말단 분대의 전투원이 제 생리에 맞고요, 전 끝까지 이 자리를 사수 할겁니다"
그 사건을 계기로 장교들의 프라이드만 알던 나는 우리 해병대엔 그보다 훨씬 더 높은 병들의 프라이드가 있는 줄 그 애를 통해 알게 되었고, 그 후부턴 병사들에 대한 나의 생각도 한단계 더 높게 생각 하게 되었다.
그놈 정말 자랑스런 놈이다.
'★해병대 장교 글 > 해간35기 숫탉'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해병대를 강군으로 복위 시키는 방안 (0) | 2015.10.20 |
---|---|
해병학교의 괴짜들 (0) | 2015.01.08 |
배신과 분노 (0) | 2015.01.07 |
후 회 (0) | 2015.01.07 |
30분 대기중대 지휘記 (0) | 2015.01.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