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넘버원 무기들... 하늘과 바다의 골리앗 (주간조선, 2015.03.25)
2012년 1월 7일 거대한 항공기 한 대가 인천공항에 내려앉아 공항 청사에 있던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세계 최대의 여객기인 A-380과 비슷하거나 커 보인 이 항공기는 러시아의 AN-225 수송기였다. 기네스북에도 세계 최대의 항공기로 올라 있는 AN-225는 A-380 여객기보다 크다. 원래 1980년대 구소련의 우주왕복선 부란을 수송하기 위해 한 대만 만들어졌다. AN-225가 등장하기 전 세계 최대의 수송기였던 AN-124를 토대로 엔진 2발을 추가(총 6발)하면서 날개폭을 15m, 동체 길이를 7m가량 늘렸다.
AN-225는 길이 84m, 날개폭 88.4m, 높이 18.1m이고, 이륙중량은 640t에 이른다. 엄청난 중량을 버티기 위해 랜딩기어는 7개다. AN-124의 5개보다 두 개 많다. 지름 7~10m, 길이 70m의 대형 화물도 탑재할 수 있다. 탑재 중량은 250t에 달해 미국에서 가장 큰 C-5 수송기의 2배에 이른다. AN-225는 1989년 3월 156t의 화물을 싣고 2000㎞의 거리를 시속 813㎞의 속도로 3시간 반 동안 비행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2004년 국제항공연맹은 AN-225가 세운 240개의 신기록을 기네스북에 제출해 화제가 됐었다.
AN-225는 소련의 붕괴로 한때 박물관에 가거나 폐기될 신세로 전락할 위기를 맞기도 했다. 소련 붕괴 뒤 우주왕복선 부란 계획이 중단되면서 AN-225의 운항이 중지되고 우크라이나에 보관됐기 때문이다. 2001년부터 러시아 기업 안토노프와 영국 기업 에어포일이 함께 상용 수송기 운용을 시작하면서 되살아났다. 지금은 강력한 라이벌이었던 미군의 대형 장비와 병력을 수송하는 전세기로도 활용되고 있다.
AN-225
AN-225 외에도 바다와 하늘에서 거대한 몸집으로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주목을 받는 골리앗들이 있다. 분야별로는 미국보다 러시아에 더 많다. 세계 최대의 잠수함인 타이푼(Typhoon)급 원자력 추진 잠수함이 그런 예다.
25년 전인 1990년 개봉된 영화 ‘붉은 10월(The Hunt for Red October)’은 구소련의 엘리트 잠수함 함장이 최신예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갖고 미국에 망명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숨 막히는 첩보전과 소련 잠수함의 추격전, 잠수함 내의 갈등을 다룬다. 미국의 테크노 스릴러 작가 톰 클랜시의 소설을 영화화한 이 작품에 등장하는 소련의 최신예 원자력 추진 잠수함이 바로 타이푼급 탄도미사일 탑재 원자력 추진 잠수함이다.
사상 최대의 잠수함인 타이푼급은 냉전 시절 나토(북대서양동맹기구)에서 ‘태풍’과 같은 위력과 규모를 가졌다고 해서 붙인 별명이다. 1981년 처음 출현했을 때 미국에서 가장 큰 오하이오급 탄도미사일 탑재 원자력 추진 잠수함에 비해 2배가 넘는 배수량과 독특한 형태로 주목을 받았다. 타이푼급의 수상 배수량은 1만8000~2만3000여t, 수중 배수량은 2만6000~4만여t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 오하이오급의 수중 배수량은 1만8000여t가량 된다.
타이푼급은 길이 171.5m, 폭 24.6m로 여느 잠수함에 비해 폭이 넓은 것도 특징이다. 보통 잠수함은 원통형의 압력선체 1개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타이푼급은 직경 8m의 압력선체 2개를 나란히 배열한 뒤 이 외부를 1.2m의 간격을 두고 외부 선체가 둘러싸고 있어 폭이 매우 넓다. 적의 어뢰 공격 등 충격을 흡수해 잘 견딜 수 있고 두꺼운 북극 얼음을 깨고 부상해 전략 핵탄두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타이푼급은 두께 3m의 얼음을 깨고 올라올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이에 따라 맷집도 상당하다. 웬만한 어뢰 1~2발 맞아서는 격침되지 않는다고 한다.
보통 러시아(구소련) 잠수함들의 거주성은 미국 잠수함보다 떨어지지만 타이푼급은 워낙 크다 보니 거주성도 크게 향상됐다. 미국 원자력 추진 잠수함에도 없는 사우나에 미니풀장까지 설치돼 있다고 한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이 방영한 타이푼급 원자력잠수함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면 잠수함 안에 사막이나 해수욕장, 도시 사진들이 돌아가며 나타나는 스크린까지 설치돼 있어 승무원들이 이것을 보면서 바깥세상 구경을 못하는 스트레스를 풀도록 하는 장면까지 나온다.
타이푼급의 주력 무기는 SS-N-20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20기다. 이 미사일은 길이 16m, 직경 2.4m로 최대 사정거리는 8300㎞ 안팎이다. 미사일 1발당 100㏏(1㏏은 TNT 폭약 1000t에 해당)의 위력을 갖는 핵탄두 10개씩을 갖추고 있다. 타이푼급 1척은 이런 미사일 20기를 갖고 있으므로 100㏏의 위력을 갖고 있는 핵탄두를 200개나 갖고 있는 셈이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위력이 15~22㏏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타이푼급 1척이 탑재한 핵무기 위력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키로프급 순양함(왼쪽)과 타이푼급 잠수함
현재 바다 위를 다니는 수상 전투함 중에서 항공모함이나 상륙함을 제외하곤 가장 큰 함정을 러시아 해군이 보유하고 있다. 키로프급 원자력 추진 순양함이 그것이다. 1980년 1번함이 배치된 키로프급은 만재 배수량이 2만8000t에 달하는 대형 전투함이다. 미군이나 한국군의 실전배치 전투함 중 가장 큰 이지스함의 만재 배수량이 1만t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키로프급의 크기를 알 수 있다. 길이 252m, 폭 28.5m로 승무원은 710명에 이른다. 키로프급의 강점은 다양하고 강력한 각종 미사일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초음속 대함 미사일로 미국 항모 킬러로 불리는 SS-N-19 20기가 키로프급의 대표적인 강펀치다. 마하 2.5 이상의 고속으로 목표물을 향해 날아가기 때문에 요격하기 쉽지 않다. 이밖에 SS-N-14 대잠수함 미사일 14기, SA-N-6 대공미사일 96발, SA-N-9 대공미사일 192발, SA-N-4 대공미사일 44발 등을 탑재하고 있다. 또 KA-25, KA-27 헬기, 대잠 로켓, 어뢰 발사관을 갖추고 있다. 4척이 건조됐지만 예산 부족으로 1척만 운용돼 왔다. 러시아는 키로프급 3척을 개조해 2030~2040년대까지 사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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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주간조선, 유용원 정치부 군사 전문기자 겸 논설위원 bemi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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