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사령관 글/20대사령관 임종린

가을은 추억을 잠재워주지 않는다

머린코341(mc341) 2015. 4. 2. 19:07

가을은 추억을 잠재워주지 않는다

 

임 종 린


정글전장 끓게 했던 추억
세월의 그늘에 드리워져서
굴러가는 가랑잎을 밟으며
마음 멀어진 산책을 떠난다

어쩔 수 없이 용기를 내어
콧노래 부르며 걷고 있지만
흥겹지 않는 曲은 흩어지고
片鱗으로 남는 정글추억들만
뇌리를 끈질기게 파고 든다

언제부터인가 자세히 모르지만
가을이 오면 서글픈 마음 들어
정글전장추억이 맴돌고 있으니
인생 끝날 때까지 계속 될는지
세월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지만
고통은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어
정글 추억이 떠나가버리고 나면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것인가

정글전장 잊어지지 않는 추억
하늘을 나르는 백 천의 포탄
눈 귀 놀라게 한 섬광과 포성
크레모아 터지는 광란의 굉음
새벽하늘에 뜬 환한 조명탄
死線을 넘던 그 순간 지나면
안도의 한숨 쉬며 가족사진 꺼내
“무사히 귀국 하리라” 약속했단다

조심스럽게 쓸어버리려고 하지만
가을이 오면 자꾸자꾸 생각나서
내 가슴 벽을 연속 두드리고 있어
멀리 떠나 보내려고 한 나의 노력
몇 번 반복했으나 실패를 거듭하고
산책길에 억지로 나서고는 있지만
가을은 추억을 잠재워주지 않는다

가슴속 깊이 파고드는 정글전장추억들
지워지지 않고 몸부림치는 老兵의 苦惱
“가을이 오지 않았으면” 홀로 중얼거린다.

 

 


출처 : 해병대전우회중앙회, http://www.rokmc.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