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수→취역→배치→퇴역 군인의 삶과 똑 닮았네
<3> 함정의 일생
진수 장비·무기 탑재 바다에 띄워…함명·선체번호 부여
취역 정식 해군 함정 선포…현역 신분 표시 취역기 게양
배치 1년간 전력화 과정 거쳐 작전부대에서 임무 수행
퇴역 30년 운항 후 은퇴…양도되거나 교육용으로 재활용
지난 3일 해군의 모항(母港)인 진해 군항에서 214급 잠수함(SS-Ⅱ) ‘유관순함’ 부대 창설식이 열렸다. 유관순함은 앞으로도 몇 번의 행사를 더 치러야 한다.
건조가 완료되면 조선소에서 해군으로 인도되는 인수식, 해군 함정으로 등록되는 취역식, 신병 교육훈련과 같은 전력화 과정, 실무부대에 소속되는 작전배치, 임무를 마치고 퇴역하는 퇴역식 등등. 함정은 전차·전투기 등의 무기체계와는 다른 독특한 삶을 산다.
함정은 그 자체로 하나의 부대이자, 적과 싸우는 무기체계며, 장병들이 의식주를 해결하는 생활 터전이다. 사람처럼 고유의 이름도 갖고 있다. 어찌 보면 군인의 삶과 비슷한 여정을 밟는 함정의 일생을 살펴보자.
7600톤급 이지스구축함 율곡이이함이 2011년 6월 3일 울산 동방 해상에서 작전배치 후 첫 기동훈련을 하고 있다. 함정은 진수식, 인수식, 취역식, 전력화 등의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만 해양수호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국방일보 DB
탯줄 자르고, 현역 신분증 걸고 항해
“함명 인천, 선체번호 811”
2011년 4월 29일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차기호위함(FFG) 1번함 ‘인천함’의 진수식이 거행됐다.
건조에 들어간 함정이 맞는 첫 번째 행사가 진수식이다. 장비와 무기체계를 탑재한 함정을 처음으로 바다에 띄우는 의식이며, 이때 함명과 선체번호를 부여한다.
진수식은 기원전 2100년께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세기 초 영국 빅토리아 여왕이 최초로 군함 진수식을 주관했고, 이를 계기로 여성이 진수하는 게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함정과 단상을 연결한 진수줄은 해군이 정하는 여성이 손도끼로 절단한다. 진수줄을 자르는 것은 탯줄을 자르는 것과 의미가 같다.
2013년 8월 13일은 우리 국군통수권자가 함정을 진수한 역사적인 날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열린 214급 잠수함 ‘김좌진함’ 진수식에 참석해 진수줄을 절단했다.
진수식 이후 함정을 운용하는 승조원들이 편성돼 ‘○○함’이라는 부대가 창설된다. 통상 함정이 바다에서 정상적으로 항해를 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인수 시운전’ 1개월 전 창설된다.
건조 단계가 끝나면 해군이 조선소로부터 함정을 넘겨받는 인수식을 한다. 이어 군항으로 이동한 함정은 해군작전사령부 주관으로 취역(就役)식을 개최하고, 해군 ‘함정 목록(Fleet List)’에 등록된다.
취역식은 정식으로 해군 함정이 됐음을 선포하는 행사다. 취역식에서는 ‘현역’ 신분임을 나타내는 취역기를 게양한다. 수상함은 마스트에 내걸며, 잠수함은 함 내에 보관한다. 취역기는 퇴역하거나 침몰하기 전까지 절대 내리지 않는다.
취역기 게양은 17세기 영국 해군에서 출발했다. 당시 유럽의 해상 주도권을 놓고 영국과 다투던 프랑스함대 총사령관 트롬프 제독은 영국함대를 쓸어버리겠다는 의미로 모든 함선에 빗자루를 거꾸로 매달도록 했다. 영국함대는 오만한 프랑스함대를 응징하겠다는 의미로 말채찍을 마스트에 달았고, 전투는 영국해군의 승리로 끝났다. 이후부터 영국해군은 말채찍 모양의 기다란 삼각끈을 마스트에 게양했으며, 이 관습이 전 세계 해군으로 퍼져나갔다.
2013년 8월 김좌진함 진수식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이 군통수권자로는 최초로 함정의 진수줄을 절단한 후 활짝 웃고 있다. 진수식은 장비와 무기체계를 탑재한 함정을 처음으로 바다에 띄우는 의식으로, 여성이 진수줄을 절단하는 전통을 갖고 있다. 국방일보 DB
30여 년 ‘전우’를 떠나보내는 퇴역식
현역 신분증을 받은 군함은 바로 작전에 투입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취역 함정은 작전사 예하 8전투훈련단에서 전력화 과정에 돌입한다. 각종 훈련을 통해 승조원과 함정이 한몸이 되는 것이다. 전력화 과정은 대략 1년 정도가 소요된다.
전력화 과정을 마친 함정은 함대사령부, 5성분전단, 7기동전단( 잠수함은 잠수함사령부) 등 작전부대에 배치돼 본격적인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함정은 정기적인 훈련과 정비·수리를 통해 최고의 전비태세를 유지하며, 새로운 무기체계를 장착하거나 성능 향상을 위한 업그레이드도 한다.
군인이 전역 또는 퇴역을 하듯 함정도 선령(船齡)이 다하면 전역과 퇴역을 한다. 선체 노후도에 따라 결정되지만 보통 30여 년이 지나면 ‘은퇴’한다.
함정의 전역·퇴역식에는 역대 함장을 비롯한 예비역들을 초청하는 게 관례다. 거친 파도를 헤치며 장병과 30여 년을 함께한 ‘전우’를 명예롭게 떠나보내기 위해서다.
전역 함정은 8전투훈련단 예비역함정관리대대가 훈련함으로 관리하며, 전시(戰時)에는 재취역할 수도 있다. 또 군사외교 목적으로 개발도상국이나 우방국 해군에 양도돼 그 나라의 바다를 수호하는 임무를 맡는 경우도 있다.
우리 해군은 지난해 7월 1000톤급 초계함(PCC) 안양함을 콜롬비아 해군에, 2011년에는 고속정(PKM) 1척과 항만경비정(YUB) 2척을 동티모르에 무상 양도했다.
퇴역 함정의 사용 가능한 장비는 재활용해 다른 함정에 장착한다. 최근에는 지방자치단체에 대여돼 국민 안보교육 도장으로 활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국방일보] 2015.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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