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北 '준전시상태' 중에…日자위대, 국민 앞에 '화력쇼'
후지산 자락에서 육상자위대 실탄 사용하며 공개 사격훈련
(고텐바<일본 시즈오카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육상자위대 국내 최대 실탄사격 연습! 일본의 힘을 보고 확인하라."
북한의 준전시상태 선포로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한 22일 오전 일본 후지산 자락에서는 74식 전차 등 일본 자위대의 주력화기가 잇따라 불을 뿜었다.
일본 각지에서 모여든 남녀노소가 손에 땀을 쥐고 지축을 흔드는 사격을 지켜봤다.
22일 오전 일본 시즈오카(靜岡)현 고텐바(御殿場)시 소재 히가시후지(東富士)연습장에서 열린 자위대의 연례 사격 훈련 '후지종합화력연습'에서 육상 자위대 전차가 포를 쏘고 있다.
22일 일본 시즈오카(靜岡)현 고텐바(御殿場)시 소재 히가시후지(東富士)연습장에서 열린 자위대의 연례 사격 훈련 '후지종합화력연습'에서는 일본 방위 정책이 무엇에 몰입하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었다.
훈련 전반부는 자위대의 주요 장비를 소개하는 것이라서 다소 밋밋했다.
그러나 적이 일본의 섬을 공격한 것을 가정하고 이를 탈환하는 작전 형식으로 구성한 후반부는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를 둘러싸고 중국과 일본 사이에 예상치 못한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는 것을 관람객에게 웅변했다.
정찰 부대가 적 동태를 파악하고 함선과 수송 헬기가 자위대를 섬에 투입했다.
이어 육상·해상·항공 자위대가 첨단 장비를 동원한 합동 작전으로 적을 섬멸해 섬을 되찾는 과정이 실탄 사격과 함께 눈앞에서 펼쳐졌다.
현장의 군중은 사회자의 설명에 따라 폭격 장면을 좇아 평지에서 산 중턱이나 공중으로 바쁘게 시선을 움직였고 스마트폰이나 카메라로 주요 장면을 담는 이들도 많았다.
정찰 부대가 오토바이를 이용해 곡예를 하듯 장애물을 뛰어넘는 장면에서는 '오!' 하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자위대 사격훈련 보러 온 관중
일본 방위 당국은 이 행사를 자위대에 대한 친숙함을 키우고 장비나 활동을 홍보하는 기회로 충분히 활용하고 있었다.
사회자는 CH-47 수송 헬기로 자위대원과 병력을 섬에 내려놓는 장면에서 'CH-47은 육상 자위대가 보유한 최대 수송 헬기인데 이보다 수송 능력 등이 우수한 오스프리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해설했다.
그 순간 현장에 마련된 대형 스크린에는 오스프리 영상이 등장했다.
오키나와(沖繩) 등 미군 기지 밀집 지역에서 추락 사고 위험이 크다고 낙인 찍힌 오스프리를 더 좋은 장비라고 슬그머니 소개한 것이다.
90식 전차, F2 전투기, OH-6 관측헬기, UH-1다용도 헬기, AH-64D 전투헬기 등 자위대의 주요 장비와 2천여 명의 자위대원을 동원한 이번 훈련은 한편의 잘 꾸며진 쇼와 같았다.
실탄 사격을 눈앞에서 직접 보여주기는 했지만, 각본에 따라 진행되는 작전은 현장에 모인 이들에게 전쟁의 잔혹함이나 군비 경쟁이 유발하는 갈등을 인식하게 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자위대를 믿고 키워달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하고 있었다.
안보법률 제·개정으로 일본이 전쟁에 휘말린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고 한반도에서는 남북 간의 긴장이 극에 달했음에도 눈앞에서 중화기 불을 뿜는 것을 보고 이를 연상하는 이들이 많지 않은 것 같았다.
헬기에서 자위대원이 줄을 타고 내려온 모습
자위대 사격 훈련을 처음 보러 왔다고 밝힌 한 남성(62)은 "매우 박력있다. 자위대 제도 자체는 좋다"며 상당히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북한이 준전시상태를 선포했는데 자위대의 사격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묻자 "심각한 상황이 되지 않도록 정치적으로 잘 이야기 하면 된다"고 반응했다.
36년간 자위대원으로 근무하다 9년 전에 은퇴한 또 다른 남성(64)은 "확실한 억지력을 지니는 것이 중요하다"며 자위대의 역할에 관해 긍정적으로 말했다.
자신의 아들도 8년째 자위대원으로 근무하고 있다고 밝힌 이 남성은 현재 추진 중인 안보법률 제·개정으로 자위대원이 겪을 위험이 커질 것이 우려스럽지 않으냐는 물음에 "나도, 아들도 각오하고 있다. 어려운 이야기"라며 말을 아꼈다.
중거리 다목적 유도탄이 발사되고 있다.
육상자위대에 따르면 올해 후지종합화력연습 관람권 추첨의 경쟁률은 약 29대 1이었다.
자위대의 역할을 확대하는 안보법안이 논의되는 동안 수만 명이 국회를 에워싸고 '전쟁하는 국가를 만들지 말라'며 반대 시위를 했지만, 이들과는 다른 시선으로 자위대를 바라보는 이들도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자위대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4년 연속 일본인이 가장 신뢰하는 기관(요미우리신문 조사)으로 꼽혔다.
전차 등의 장비가 대거 동원돼 섬 탈환 작전을 마무리하는 장면.
[연합뉴스] 2015.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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