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란 핵협상 타결 '무마용'으로 사우디에 함정 판매
연안전투함 4척 등 12.7조 규모, GCC 회원국 불안도 고려
(서울=연합뉴스) 김선한 기자 = 미국이 이란 핵협상 타결에 대한 아랍권의 불안 무마 카드로 사우디 아라비아에 대한 12조 7천억 원 규모의 해군 함정 판매를 승인했다.
미국이 사우디에 판매 승인한 연안전투함의 가상 전투장면(위키피디이서 캡쳐)
20일(현지시간) 디펜스뉴스, 미 해군연구소(USNI) 등 외신과 관련기관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정부 보증 방식인 FMS(대외군사판매)를 통해 사우디에 네 척의 연안전투함(LCS)과 관련 무기·지원 시스템 등 모두 112억 5천만 달러(12조 7천300억 원) 상당의 판매를 승인하는 결정을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했다.
항해 중인 미 해군 연안전투함(위키피디아서 캡쳐)
앞서 국방부도 의회를 판매 승인을 통보했으며, 의회는 30일 이내 이에 대한 승인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이번 결정은 사우디 해군이 야심적으로 추진 중인 제2 해군력 증강 계획(SNEP 2)의 핵심 부분이다. 제작사인 미 록히드 마틴은 수년간 이를 수주하려고 주력해온 결과 결실을 보게 됐다고 미국 언론은 풀이했다.
LCS는 미국이 수심이 낮은 연안 등에서의 비대칭전력에 대응하려고 개발해 배치한 3천t급의 신개념 쾌속 전투함(시속 87㎞)이다.
특히 사우디에 판매돼 동해함대에 배치되는 LCS는 '다목적수상전투함'(MMSC)으로 불리는 중무장형으로 날아오는 적의 대함 미사일을 요격하는 RIM-162 ESSM 함대공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MK41 수직발사장치(VLS)와 A ESA (다기능 위상배열)레이더를 갖췄다.
미국이 사우디에 판매하기로 한 연안전투함의 모습(우키피디아서 캡쳐)
VLS를 갖춘 LCS는 척당 최대 64발의 함대공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 또 보잉사의 RGM-84 하푼 블록 II 함대함 미사일(ASM)과 오토 멜라라 76mm 주포 등도 장착한다고 록히드 마틴 측은 설명했다.
군사 소식통은 이번 판매를 통해 낡은 미제 함정을 주축으로 한 사우디 동해함대의 전력이 크게 증강됨은 물론이고 이란 핵협상 타결 직전 사우디를 중심으로 한 걸프협력회의(GCC) 참가 아랍국들의 군사력 증강 요구에 대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공약을 준수하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는 대신 국제제재 해제와 이에 따른 경제 부흥을 통한 영향력 증대를 꾀할 수 있다는 데 사우디와 다른 수니파 아랍국들의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붕괴 위기 직전까지 내몰렸던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시리아 정권 보호를 위해 러시아 역시 군사 개입함으로써 역내 불안을 높이고 있으며, 이런 불안에 대한 무마책의 하나로 LCS의 사우디 판매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GCC 회원국들에 대한 미국의 군사 지원은 이스라엘의 질적인 군사 우위를 사실상 명시한 법에 따라 제한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F-35 스텔스 전투기 등 최첨단 무기의 판매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미 행정부 관계자는 사우디에 대한 이번 LCS 판매는 지난 몇 년 동안 이뤄진 해군 함정 판매 가운데서 가장 큰 규모라고 밝혔다.
한편, 국무부는 지난 5월 19억 달러(2조 1천400억 원) 규모의 시콜스키 MH-60R 중무장 헬기 10대의 대(對) 사우디 판매도 승인했다.
[연합뉴스] 2015.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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