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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인공위성의 진화

머린코341(mc341) 2015. 10. 22. 22:52

[한국 인공위성의 진화]


천리안보다 4배 밝아진 ‘눈’… 한반도 바다 훤히 본다


해양탑재체 공동 연구개발 현장-佛 에어버스D&S 본사를 가다



2018년과 2019년 한반도 주변의 기상·해양·환경 관측을 보다 정밀히 수행할 ‘정지궤도복합위성’ 2기가 잇따라 우주로 쏘아진다.


지구 상공 3만6000㎞의 높은 궤도에서 운용되는 정지궤도 위성은 비행 속도가 지구의 자전 속도와 같기 때문에 항상 같은 상공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특정 지역에 대한 연속 관측이 가능해 기상·해양·통신 등 상시 임무 수행이 필요한 많은 위성들이 이 궤도에서 운용된다.


우리나라는 2010년 6월 정지궤도에서 운용되는 통신·해양·기상 위성 ‘천리안’을 처음으로 발사했다. 하지만 이 위성은 2017년 수명이 끝난다. 정부는 천리안의 임무를 이어받을 기상관측위성(GK2A)과 해양·환경관측위성(GK2B)을 개발해 각각 쏘아 올리기로 했다.


GK2A는 2018년 5월, GK2B는 2019년 3월 발사가 예정돼 있다. 이 가운데 GK2B에 장착될 해양탑재체(GOCI-Ⅱ)를 프랑스의 항공방위 산업체 ‘에어버스D&S’와 공동으로 개발 중이다.


해양탑재체 전체 공정 50% 완성


지난 14일 에어버스D&S 본사가 있는 프랑스 툴루즈를 찾았다. 파리에서 남서쪽으로 비행기를 타고 1시간 남짓 거리에 있는 툴루즈는 항공우주산업의 요충지다.


취재진이 방문했을 때 마침 프랑스와 한국 연구진이 모여 해양탑재체의 상세설계 검토 회의를 갖고 있었다.


상세설계는 전체 공정의 ‘밑그림’에 해당된다. 연구원들의 눈빛에는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묻어났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해양과학기술원은 2013년 10월부터 5명의 전문 연구원을 파견해 해양탑재체의 시스템 설계와 주요부품 개발에 참여해 왔다.


에어버스D&S의 해양탑재체 개발 책임자인 필립 뤼케 박사는 “시스템 디자인, 예비 설계와 함께 일부 부품 개발도 병행해 왔다”면서 “이번에 상세설계를 완료함으로써 전체 공정의 50%를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2년여간 공동개발에 참여해 온 강금실 항우연 선임연구원은 “광학·시스템·기계·열·전자·조립·정렬 등 개발 전체 분야에 골고루 참여하고 있다. 기술자료 검토나 분석을 통해 관련 기술을 확보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뤼케 박사는 “한국 연구진의 높은 기술력과 심도 있는 안목에 놀랐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부품 개발이 끝나면 2016년 말까지 탑재체와 부품 조립을 완료한다. 이어 국내로 들여와 우리가 독자적으로 개발 중인 위성 본체와 결합하고, 테스트를 거쳐 본격적인 발사 준비에 돌입하게 된다.


해양탑재체와 함께 위성에 실릴 ‘환경탑재체’는 미국업체인 ‘볼’과 공동 개발하고 있다. GK2A에 장착될 기상탑재체는 미국 엑설리스에서 구매하기로 했다.


천리안보다 2∼4배 ‘기능 업그레이드’


정지궤도복합위성은 천리안보다 임무수행 능력이 2∼4배 좋아진다. 해양탑재체의 경우 해상도가 천리안보다 4배 높아진다. 관측 횟수는 천리안의 하루 8번에서 10번으로 늘어난다. 관측 채널도 8채널에서 13채널로 확대돼 그만큼 정밀도가 높아진다. 해양 관측으로 얻어지는 산출물은 천리안의 경우 13종이지만 해양탑재체는 38종으로 3배 증가한다.


천리안과 비교해 가장 큰 차이점은 지상국 명령으로 지역 선택 관측이 가능하게 된다는 점이다. 정지궤도복합위성은 평상시 한반도를 중심으로 관측 업무를 수행한다. 그러다가 동남아시아 등 특정 지역에 태풍·지진 등 긴급 재난이나 국가안보 상황이 발생했을 때에 관측 대상 지역을 급히 이동시켜 실시간 관측으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천리안에는 이런 기능이 없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조성익 선임연구원은 “천리안에선 관측되지 않았던 해양전선(바닷물 특성이 변하는 경계), 저염수(低鹽水) 분포, 해빙, 해무 등 다양한 해양 환경 정보도 제공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정보들은 어장 탐색이나 적조·녹조 같은 해양 이상 현상 예측에 쓰이는 것은 물론 유류 오염 등 해양 재난사고 방지 등에도 활용될 수 있다.


환경탑재체는 하루 8차례에 걸쳐 미세먼지, 황사 등 국경을 넘어오는 대기오염물질의 이동·감시 등을 수행한다. 환경탑재체는 미국·유럽 등도 개발 중인데, 발사 예정시기가 우리와 비슷하다. 우리나라의 GK2B 위성이 먼저 발사된다면 세계 첫 정지궤도 환경 관측 위성이 될 전망이다.


기상탑재체는 천리안보다 해상도가 2배 높아지고 관측 주기는 30분에서 10분 이내로 당겨진다. 관측 시간이 3분의 1로 짧아짐에 따라 여름철 집중호우나 태풍 접근 시 한반도와 해양 지역에서 급격히 바뀌는 날씨를 감시하는 기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발사체 조립공장 가보니… ‘발사 성공률 98% 자랑’ 아리안5에 실려 우주로



 천리안의 뒤를 이을 정지궤도복합위성 2기는 유럽의 주력 발사체 ‘아리안5(Ariane5ECA·사진)’에 실려 우주로 향하게 된다. 아리안5는 프랑스 에어버스D&S의 레 뮈로 조립공장에서 만들어진다. 지난 16일 찾은 레 뮈로는 파리에서 북서쪽으로 40㎞쯤 떨어진 한적한 곳이었다. 철저한 보안시스템이 구축된 여러 개의 아치형 건물 안에선 4∼5개의 발사체가 조립되고 있었다.


이곳에서 설계와 디자인, 엔진 테스트, 부품 및 단(段) 조립 등을 모두 마친 아리안5는 배로 남미의 프랑스령 기아나에 위치한 쿠루 우주센터로 옮겨진다. 레 뮈로 조립공장 옆에는 바다로 연결되는 센강이 흐르고 있어 발사체 운송에 더 없이 좋았다. 옮겨진 발사체는 세계 각국이 개발한 위성과 결합돼 정해진 날짜에 우주로 쏘아진다.


아리안5의 제작은 유럽우주청(ESA)으로부터 위탁받은 에어버스D&S가 맡고 있지만 위성 발사서비스는 아리안스페이스가 대행한다. 아리안스페이스는 1980년 에어버스그룹을 비롯해 유럽 각국의 우주 연구소와 기업들이 공동 출자해 만든 세계 최초 위성발사 대행업체다.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전 세계 상업위성 발사서비스 매출의 절반 가까이(48.75%)를 차지했다. 아리안스페이스는 수십t 이상 무게의 대형 위성을 지구 상공 3만6000㎞ 정지궤도까지 쏘아 올리는 ‘아리안5’, 중소형 위성을 500∼1500㎞ 저궤도에 올려놓는 ‘소유스(Soyuz)’와 ‘베가(Vega)’ 등 3종류의 발사체를 운용 중이다.



에어버스D&S의 플로리안 로와르 마케팅 담당은 “지금까지 아리안 시리즈는 226회, 아리안5는 82회 우주로 쏘아 올려졌다”며 “발사 성공률은 98% 이상”이라고 강조했다. 올해도 5차례 아리안5 발사에 성공했다. 앞으로 3∼4년간 아리안5 21회, 소유스 25회, 베가 10회 등 총 56회의 위성 발사가 예약돼 있다.


아리안스페이스의 클라우디아 오요 커뮤니케이션 담당은 자신들의 경쟁력은 ‘신뢰’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는 “발사체를 합리적 가격에 제때 만들어 안전하게 발사함으로써 고객 주문에 부응하고 있다”면서 “미국과 러시아도 위성 발사를 많이 의뢰한다”고 말했다. 한국도 주요 고객이다. 2010년 우리나라 천리안 위성이 아리안5에 실려 발사됐다.


쿠루 우주센터의 지정학적 위치도 고객 선호도를 높이는 데 한몫한다. 거의 적도 위에 위치하고 있어 발사 가능 각도가 넓다. 정지궤도부터 저궤도 위성까지 안전하게 쏠 수 있는 장점을 갖춘 것이다.


에어버스그룹은 올해 1월 액체·고체엔진 제작사인 ‘샤프랑’과 합작해 ‘에어버스샤프랑 론처스’를 출범시켰다. 최근 우주강국들이 위성 발사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가격 낮추기 경쟁에 나서면서 공동 대응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에어버스샤프랑 론처스는 지난 8월 유럽우주청과 유럽의 차세대 발사체 ‘아리안6’ 개발 계약을 따냈다. 아리안6는 아리안5보다 발사 가격을 크게 낮춘 모델이다. 아리안6는 2020년 첫선을 보인 뒤, 2023년부터 상업 발사서비스에 본격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한국은 2030년 이후에나 상용 위성 발사 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2014∼2040 우주개발 중장기 계획’에 따르면 2020년까지 한국형 발사체(KSLV-Ⅱ)로 달 탐사를 완료하고 2021∼2030년 국내 개발 위성들을 저궤도까지 수차례 발사하면서 발사체의 신뢰도와 위성 발사 서비스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파리=민태원 기자


[국민일보] 2015.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