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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단골손님' 美 핵항모 로널드레이건호 방문기

머린코341(mc341) 2015. 10. 30. 17:49

'한반도 단골손님' 美 핵항모 로널드레이건호 방문기
        
미국의 최신예 핵추진 항공모함 ‘USS 로널드 레이건’호의 비행 갑판에서는 미 해군의 슈퍼호넷(F/A-18E/F) 전투기들이 속속 수평선 위 바다로 날아올랐다.


시간을 재보니 어림잡아 1분에 1대꼴. 기자들이 항모를 방문하면 연출성으로 약간의 ‘요란’을 떤다는 게 관계자의 귀띔이다.


미 해군이 지난 28일 로널드 레이건호를 국내 언론에 공개했다. 로널드 레이건호는 지난 23일 해군의 관함식 해상사열에 참가한 데 이어 동해상에서 한·미 연합훈련을 하고 있다.


혼잡스러운 로널드레이건호의 갑판 위/국방부공동취재단 순정우 기자


 취재진이 오산공군기지에서 출발해 로널드 레이건호에 도착하기까지 타고간 것은 미군의 C-2 항공모함용 전용 그레이하운드 수송기. 모두 20개의 좌석이 있는 C-2수송기는 일종의 고속버스처럼 인원과 물자를 항모로 수송하는 임무를 가지고 있다. 이날 취재진은 오산 미공군기지에 도착해 있는 C-2 수송기를 타고 1시간여 비행 끝에 동해 포항 인근에서 훈련중인 레이건호에 착륙했다.


C-2기는 함상 착륙에서의 압력을 덜기 위해 탑승객들의 좌석은 모두 비행기 꼬리쪽을 향해 있다. 기자들이 탑승한 C-2는 오지의 낡은 시외버스처럼 매연이 심했다. 몇년 전에는 가벼운 C-2기 화재사고도 있어 당시 항모를 찾았던 기자들은 당일 복귀하지 못하는 바람에 예상치 않게 함내에서 1박을 해야 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레이건호에서는 제5항모강습단의 공보장교 폴 매카파겔(PAUL MACAPAGEL) 소령이 비행갑판(Flight Deck)으로 안내했다. 그는 비행갑판에서는 바닥에 흰색과 빨간색으로 그어진 안전선을 따라 정해진 통로로 이동해야 한다고 주의를 줬다.


로널드 레이건호는 1분에 1대꼴로 슈퍼호넷 전투기를 띄우기 위해 장착한 ‘캐터펄트’(catapult·항공기 이륙을 돕는 장치) 4개기를 풀 가동했다.


캐터펄트는 항공기가 이함할 때 핵원자로에서 나온 고압 증기로 항공기를 공중에 띄우는 역할을 한다. 고압 증기의 힘으로 무게가 10t이 넘는 슈퍼호넷을 공중으로 밀어낸다.


캐터펄트는 함수 쪽에 있었다. 로널드 레이건호가 항공기를 띄울 때는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향한다는 게 항모 근무자의 설명이었다. 맞바람을 활용해 항공기의 양력을 최대화하기 위한 것이란다.


함재기가 착륙하고 있다/국방부 공동취재단 순정우기자


 함미 쪽에서는 비행을 마친 슈퍼호넷이 속속 복귀하고 있었다. 대략 2∼3분에 1대 꼴이었다.


로널드 레이건호에서 항공기의 착함은 3곳에 설치된 ‘어레스팅 와이어’(arresting wire)를 항공기에 걸어 강제로 정지시키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가끔씩 어레스팅 와이어를 잡지못해 수차례 시도 끝에 착륙하는 함재기도 있었다.


갑판은 1800㎡로, 축구장 3개 넓이인데도 기자들이 찾은 날은 이함과 착함을 하는 전투기들로 붐볐다.


전투기들 사이로는 비행갑판 요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임무에 따라 구별되는 색깔의 옷을 입은 이들은 전투기들이 내는 굉음 속에서 손짓으로 신호를 주고받았다.


로널드 레이건호의 승조원은 5400여명에 달한다. 이들 중 약 400명이 비행갑판 요원이다.


이들은 서로 다른 색상의 의상으로 임무를 구분한다. 노란색은 항공기 통제, 녹색은 항공기 정비 및 이륙을 담당, 청색은 항공기의 고정, 백색은 의무·안전, 적색은 무기와 탄약, 은색은 화재진압, 갈색은 비행갑판 내 항공기 점검을 담당하는 식이다.


갑판에서 3개 층을 내려가 격납고에 들어서자 전투기의 이·착함 굉음과 매연으로 가득했던 갑판과는 달리 조용했다. 로널드 레이건호가 탑재하는 항공기 80여대 가운데 약 30대는 갑판 아래 격납고에 있다.


격납고에는 주로 부품 교체나 정비 작업이 필요한 전투기들이 들어간다고 한다. 실제로 곳곳에서 슈퍼호넷을 포함한 항공기를 정비하는 모습이 보였다.


안내장교는 “모두 3개로 나누어진 공간에서 항공기의 부품교체와 정비가 이루어진다”고 설명했다.


통제실의 전투기 모형 미니어처/국방부공동취재단 순정우 기자


 미 해군은 이날 로널드 레이건호 함교 1층에 있는 비행갑판 통제실도 공개했다. 통제실은 항공기의 이·착함과 이동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지시를 내리는 곳으로, 컨트롤 타워에 해당한다.


통제실 책상에는 커다란 항공모함 갑판 그림 위에 전투기의 모형 미니어처가 여러 개 놓여 있었다. 통제실 요원들은 이들 모형을 이리저리 옮기면서 갑판 상황을 공유하고 보고도 한다.


통제실의 한 장교는 이 같은 업무에 디지털을 적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정전 등 비상시에도 상황을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짧고 명쾌한 답을 했다.


로널드 레이건호는 핵잠수함을 포함해 19척의 함정으로 편성된 미 해군 제5항모강습단 소속이다.


‘USS 로널드 레이건’ 핵 항공모함이 기존 조지워싱턴호의 임무를 이어받아 도착했다. 레이건호는 지휘함, 핵 잠수함, 순양함, 구축함, 호위함 등 19척의 함정으로 구성된 제5항모강습단 소속으로 서태평양을 방어하는 미 7함대의 핵심 전력이다.


레이건호가 소속된 제5항모강습단의 단장인 존 알렉산더(John D. Alexander) 제독은 2003년 취역한 최신예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호는 다른 니미츠급 항모에 비해 최신 IT(정보기술)를 접목한 것이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항모 갑판 위의 작업 모습/국방부공동취재단 순정우기자


 그는 로널드 레이건호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복구작업에도 참가한 사실을 상기시키며 “미국의 항모는 군사적인 목적에만 쓰이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로널드 레이건호는 오는 30일까지 동해상에서 한미 연합훈련을 하고 일본 요코스카(橫須賀) 기지로 복귀할 예정이다.


‘USS 로널드 레이건’는 미 본토 이외 지역에 전진 배치된 유일한 항모강습단으로 유사시에는 한반도에 배치된다.


미국의 주력 항공모함인 니미츠급 핵항공모함은 모두 10척이 건조됐으며 여기에 조지워싱턴호와 레이건호도 포함된다. 그중 레이건호는 같은 급에서도 신형항모에 속한다.


주요 제원은 10만2000톤으로 축구장 3개를 합쳐놓은 길이 333m, 최대 속력 시속 56km(30노트), 승조원은 5,400명으로 F-18 E/F 슈퍼호넷 전투기, 전자전기, 공중조기경보기를 비롯한 항공기 80여 대를 탑재하고 있다.


[경향신문] 2015.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