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군대/세계의 특수부대

특수전 부대, 그들은 어떻게 명성을 얻었나

머린코341(mc341) 2015. 11. 19. 19:35

특수전 부대, 그들은 어떻게 명성을 얻었나


데브그루부터 스페츠나츠까지…특수전 부대의 세계


▲ 미국과 영국, 러시아 등 군사 강국들은 특수전 부대를 육성하는데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사진은 훈련 중인 데브그루 요원. 유튜브 영상캡쳐 
 
방위사업청이 17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KF-X(한국형 전투기) 사업에 대해 “스텔스기를 만드는 사업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대신 적 레이더 반사면적(RCS) 저감 기술을 적용한 전투기를 개발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밀리터리 인사이드에서도 분명히 지적했듯이 KF-X 사업은 5세대 스텔스기를 개발하는 사업이 아니며, 전력공백을 메우기 위한 4.5세대 미들급 전투기를 개발하는 사업입니다. 스텔스 기술 개발을 병행해 단계적으로 완성도 높은 기체를 개발하는 과정을 밟아야 합니다. 앞으로도 여론에 휘둘리지 말고 가야 할 길을 묵묵히 가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랍니다.


미국 여대생을 포함해 10여개국의 130명이 넘는 사망자를 낸 파리 테러로 전세계가 충격에 빠졌습니다. 미국 등은 이슬람국가(IS) 공격에 대규모 지상군을 투입하는 대신 특수전 부대를 투입하고 있는데요. 전 세계에서 명성을 높이고 있는 특수전 부대들을 들여다봤습니다.


특수전 부대 강국이라고 하면 미국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우주 관련 예산을 합한 국방비가 1000조원에 달하는 만큼 특수전 부대의 규모도 상상을 초월합니다. 미국은 육·해·공 특수전 부대를 각 군이 별도로 운용하지 않고 ‘미국 특수전 사령부’(US SOCOM)에서 총지휘하고 있습니다. 1980년 이란의 미국 대사관 인질사건 당시 미군은 ‘독수리 발톱 작전’이라는 이름으로 육·해·공군과 해병대 연합 구축작전을 벌였지만, 헬기도착이 지연돼 실패했습니다. 귀환하던 해병대 헬기가 모래바람 속에서 방향 감각을 잃고 공중급유기와 충돌해 승무원 8명이 사망하는 참사도 벌어졌습니다. 군과 정치권은 다시 뼈아픈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1987년 플로리다주 탬파의 맥딜 공군기지에 특수전 사령부를 세웠습니다. 4성 장성이 지휘하는 특수전 사령부 산하에는 많은 분들이 영화나 뉴스 등으로 접한 육군 특전단 ‘그린베레’, 해군 ‘네이비실’ 등 특수전 부대가 있습니다.


●세계 최정예 특수전 부대 ‘델타포스’와 ‘데브그루’


특수전 사령부 내에서 주목해야 할 조직은 대통령과 의회가 직접 작전에 관여하는 ‘합동특수전사령부’(JSOC)입니다. 육군 특전단 근거지인 노스캐롤라이나주 포트 브래그에 있으며 대테러전의 첨병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세계 최정예 부대이지만 베일에 싸여 있는 육군 특전단 제1파견대 ‘델타포스’와 네이비실 6팀 ‘데브그루’의 지휘를 맡고 있는데요. 재미있는 사실은 대외적으로 JSOC가 두 부대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델타포스와 데브그루는 JSOC가 직접 작전을 수립해 1군(티어 1)에 속해 있습니다.


우선 델타포스부터 살펴볼까요. 총 인원은 800~1000여명, 현장 요원은 200~300명 수준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확한 인원은 공개돼 있지 않습니다. 요인 암살, 적 기지 파괴 등의 공격 임무는 물론 포로 구출 등의 특수작전에 투입됩니다. 형식적으로는 육군 특전단에 배속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JSOC에 배속돼 있습니다. 공식 명칭도 ‘전투응용단’(CAG)으로 돼 있습니다. 전세계 특수전 부대의 원조로 불리는 영국의 공수특전단(SAS)을 벤치마킹해 1977년 창설됐습니다. 5년 이상의 군 경력자 가운데 지원자를 대상으로 체력과 지적 능력, 심리 테스트를 거쳐 선발된 부대원은 6개월 동안 저격술, 폭파술, 차량도피술, 요인경호술 등 전문과정을 이수하고 최종 테스트를 통과해야 합니다. 지원자의 대부분은 그린베레 출신이며 일부 레인저, 타군 출신도 포함돼 있습니다.


특히 1년에 두 차례씩 1개월 동안 진행하는 산악훈련에서 지원자의 90%가 탈락하며, 시험 이수자를 대상으로 한 6개월 간의 심화훈련 과정에서는 60~70%만 합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980년 독수리 발톱 작전 실패로 역사에 오점을 남겼지만 1981년 인도네시아 여객기 구출작전, 1984년 베네수엘라 여객기 인질 구출작전, 1989년 파나마 미국인 인질 구출작전을 잇따라 성공시켜 명성을 회복했습니다. 또 걸프전,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라크 전쟁 등에서도 맹활약했습니다. 올해는 지난 5월 IS의 재정 책임자인 아부사야프를 사살하고 그의 아내를 체포한데 이어 지난달 25일 델타포스 요원들이 이라크 쿠르드 자치정부 산하 대테러부대와 연합해 이라크 북부에서 IS의 인질 69명을 구해내는 성과를 올려 주목받았습니다.


▲ 지난달 25일 델타포스 요원들이 이라크 쿠르드 자치정부 산하 대테러부대와 연합해 이라크 북부에서 IS의 인질 69명을 구출하는 모습. 유튜브 영상캡쳐 


물론 모든 작전이 성공한 것은 아닙니다. 지난해 7월에는 IS에 억류돼 있던 미국인 기자 제임스 폴리를 구출하기 위해 투입됐다 실패하기도 했습니다.


데브그루는 ‘미국 해군 특수전 개발단’에서 ‘개발단’(DEVGRU)만 따온 명칭입니다. 해군 특전단 ‘네이비실 6팀’이 옛 정식 명칭이죠. 부대 창설자인 네이비실의 리처드 마친코 해군 중령이 1993년 펴낸 회고록 깡패전사(Rogue Warrior:Red Cell)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네이비실의 실(SEAL)은 물개라는 뜻도 있지만 실제로는 바다(Sea)와 하늘(Air), 땅(Land)을 아우르는 전천후 특수임무부대를 강조한 것입니다. 네이비실 요원 가운데 지원자를 가린 후 6개월 간의 심화 훈련을 거쳐 선발합니다. 네이비실 요원조차 훈련 과정에 10% 미만이 남을 정도로 강도 높은 테스트를 거쳐야 합니다. 극한의 생존술과 잠수기술, 적을 따돌리는 특수 운전술 등을 두루 섭렵해야 합니다. 마친코 중령이 1987년 공금횡령 문제로 물의를 빚고 물러나면서 해군 특수전 개발단 데브그루라는 이름으로 재편됐습니다. 1500명의 지원팀과 300명의 현장 요원이 활동합니다. 테러범 제거, 인질 구출, 특수 정찰 등 주요 임무를 담당하는 4개 작전 제대와 교육·정찰·감시 임무를 담당하는 2개 제대 등 총 6개 제대로 구성돼 있습니다.


●총 잘 쏘고 체력 좋으면 요원이 된다?


데브그루는 2011년 알 카에다 창설자이자 9·11 테러를 주도한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함으로서 크게 주목받게 됩니다. CIA의 첩보를 근거로 미국 정부는 ‘냅튠 스피어’라는 이름의 작전을 수립했습니다. 데브그루는 헬기를 타고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 북쪽 51km 아보타바드의 안가를 급습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을 포함한 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백악관에서 헬멧 카메라 영상을 실시간으로 지켜봤습니다.데브그루 요원은 40여분만에 작전을 끝내고 유해를 헬기에 실어 귀환했습니다.


중요한 사실은 델타포스와 데브그루가 단순히 사격술과 체력, 순발력만 갖춘 ‘전쟁 기계’만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1인칭 슈팅 게임(FPS) 속 주인공을 상상한다면 큰 착각입니다. 이들은 군복을 입지 않을 때가 많고 수염까지 덥수룩하게 길러 늘 자신을 위장합니다. 반군이나 민병대를 조직하고 훈련을 담당하는 임무가 많아 투입 지역의 문화와 언어에 능통해야 합니다. 20대 위주인 데브그루 요원들이 비교적 자유롭게 활동하는 반면 델타포스 요원은 30대 이상의 베테랑이 많아 ‘수도사’로 불릴 만큼 조용하고 눈에 띄지 않으며, 소수임에도 엄격한 규율로 유명합니다.


▲ 특수전 요원들이 단순히 사격술과 순발력만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은 아닙니다. 델타포스와 데브그루 요원은 반군과 민병대를 조직하는 임무를 맡는 사례가 많아 현지 문화와 언어에 익숙해야 합니다. 1인칭 슈팅 게임(FPS)처럼 보이는 전투 영상만 전부는 아닙니다. 유튜브 영상캡쳐 


영국의 SAS는 미국의 특수전 부대보다 30~40년 전에 창설돼 현대 특수전 부대의 원조로 불립니다. 2차 세계대전 중인 1941년 데이비드 스털링 대위가 창설했죠. 북부 아프리카 사막의 독일군 후방을 교란하기 위한 목적으로 부대를 만들었습니다. SAS 임무는 델타포스나 데브그루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요인 경호 및 테러리스트 암살, 특수정찰, 대테러 작전, 정보 수집 등입니다. 또 델타포스가 SAS를 모델로 했기 때문에 훈련 내용도 유사합니다. 사막·밀림 등 오지 생존 훈련, 탈출 및 고문 훈련 등 6개월에 걸친 심화 훈련을 받고 1년 간의 적응 기간을 거쳐야 비로소 SAS 요원으로 인정받습니다. 훈련 강도도 높아 지원자의 90%가 낙오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3개 대대 1000여명이 주력으로 활동하고 있는 SAS는 전세계에서 가장 잘 훈련된 특수전 부대 중 하나로 각종 생존술은 물론 칼과 총, 심지어 소형 핵무기까지 능숙하게 다루는 정예 전력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특히 1980년 런던의 이란대사관 인질사건을 10분만에 해결해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테러범 6명 중 5명을 사살하고 1명을 체포했으며 인질 24명 가운데 1명만 희생됐습니다. 지난 6월 북아프리카 튀니지 휴양지 테러로 30명의 영국인이 사망하자 SAS와 해군 특전단(SBS)은 IS 지휘관을 대상으로 한 보복 작전을 감행하기도 했습니다.


●단 한번도 실패한 적이 없는 정예부대 GIGN


이번 파리 테러 사태를 진압한 프랑스 ‘국가헌병대진압대’(GIGN·지젠느)는 1973년 창설 이후 단 한번도 작전에서 실패한 적이 없는 정예 대테러 부대입니다. 1972년 독일 뮌헨 올림픽의 이스라엘 선수촌 테러 사건을 계기로 창설했습니다. GIGN은 인질 구출작전이 주요 임무입니다. 부대 창설 초기 인원은 100명에 못 미쳤지만 현재는 규모가 확대돼 400명 수준이며, 4개 타격대 가운데 1개는 24시간 출동 대기합니다. 극악범 호송이나 VIP 경호 업무도 맡습니다. 지원자의 7~8%만 선발되며 1년 동안 저격술, 고공낙하, 폭발물 처리 등의 훈련을 거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파리 인근 베르사유 사토리성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요원 가족이 함께 기거하도록 해 철저히 보호합니다.


GIGN은 특히 1994년 에어프랑스 항공기 납치사건 구출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명성을 높였습니다. GIGN은 17분 만에 166명의 승객을 단 1명의 사망자도 내지 않고 모두 구출했고, 납치범 4명은 사살했습니다. 최근까지 1000여건의 작전을 통해 500여명의 인질을 구조했다고 합니다.


▲ 영국의 공수특전단(SAS)은 현대 특수전 부대의 원조로 불립니다. 이들의 훈련 과정을 적용해 만든 부대가 델타포스입니다. 유튜브 영상캡쳐 


러시아의 스페츠나츠(spetsnaz)는 특수전 부대를 총칭하는 말입니다. 이 가운데 연방보안국(FSB) 특수작전센터 소속 대테러부대 ‘알파’와 납치·암살 등 공작임무를 맡는 ‘빔펠’이 잘 알려져 있습니다. 각 부대의 규모는 700여명 수준으로 알려졌습니다. 1950년대 냉전 시기 정보수집과 암살, 파괴 등의 목적으로 창설돼 KGB와 활발하게 활동했지만 구소련 붕괴로 조직이 크게 축소됐습니다. 전세계적으로 가장 혹독한 훈련을 받는 부대 중 하나입니다. 2002년 체첸 반군의 모스크바 극장 테러 당시 42명의 테러리스트를 모두 사살했지만 인질 850명 가운데 133명이 사망해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모든 상황에서 강경진압을 하는 것은 아니며, 1995년 모스크바를 방문했던 현대전자 연수단 인질 사건 당시에는 9시간의 작전 끝에 단 한명의 인질 피해도 내지 않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세계와 어깨 나란히 하는 707특임대와 해군 특수전여단


우리나라도 ‘707특수임무대대’와 ‘해군 특수전여단’(UDT/SEAL)이 있습니다. 1982년 88올림픽 대비와 특전사령관 직할 부대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707 특임대가 창설됐습니다. 707특임대는 미국 델타포스, 영국 SAS, 러시아 알파부대와 정기적으로 공동 훈련을 갖고 있는데 이들 부대와 비교해도 훈련량과 임무 수행능력 면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 정예부대입니다. 요인 보호와 해외 대테러작전 외에도 외부에는 알려지지 않는 ‘X파일’로 불리는 작전을 수행합니다.


▲ 우리 군도 707특수임무대대와 해군 특수전여단(UDT/SEAL) 등 특수전에 특화된 부대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삼호주얼리호 피랍사건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명성을 높였습니다. 사진은 모의 선박 피랍 대응 훈련을 하고 있는 UDT/SEAL 요원. 해군작전사령부 제공 


UDT/SEAL도 지원자의 60% 이상이 탈락할 정도로 혹독한 훈련으로 유명합니다. 1955년 탄생한 수중폭파대(UDT)를 근간으로 하고 있지만 육·해·공 전천후 타격 임무를 수행하는 미국 네이비실(SEAL)의 개념을 도입해 UDT/SEAL로 발전했습니다. ‘한국의 데브그루’로 불릴 만큼 역사가 길고 임무 수행 능력이 뛰어납니다. 6일 동안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85kg의 고무보트를 머리에 이고 식사를 하는 지옥주 훈련이 인상적인데요. 훈련 뒤 전투화를 벗지 못할 정도로 발이 퉁퉁 부어오르고 짓무르는 고통을 겪는다고 합니다. 2011년 소말리아 해적이 장악한 삼호주얼리호에서 우리 선원 21명을 무사히 구출해낸 ‘아덴만 여명작전’으로 부대원들이 국민영웅이 된 것은 물론 해외에도 이름을 알렸습니다.


[서울신문] 2015.11.17.